[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26번 "하느님 자비하시니"
올해 4월 15일은 부활 제2주일이며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4월 30일에 ‘하느님의 자비의 사도’로 불리는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1905~1938)를 시성하였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를 기념하도록 당부하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제정했습니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생전에 모든 영혼에게 전하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특히 성녀가 받은 계시 중에는 부활 후 첫 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지내고 이날 당신의 성심을 경배하기 바라신다는 예수님의 메시지가 있었으며 이 내용은 성녀의 일기에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무한하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굳은 믿음에 근거한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하느님 앞에서 죄인일 수밖에 없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위한 은총의 날입니다. 일상을 통해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이슬비처럼 내리기를 간구하는 마음에서 가톨릭 성가 226번 ‘하느님 자비하시니’를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4/4박자 리듬에 다장조인 이 성가는 A-B-A’-C 구조로 진행됩니다. 평범한 다장조 조성, 단순한 리듬,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선율을 지녔기 때문에 성가가 가지는 본연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곡 진행에 따른 셈여림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셈여림 변화는 A-B-A’-C 진행에 따라 ‘점점 세고 풍부하게’ 노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노래 소리를 키울 것이 아니라, 소리의 힘과 깊이가 점점 커진다는 느낌을 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C구조에서는 세고 풍부한 느낌이 정점에 이르게 노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성가의 풍부한 느낌을 강조하려다가 선율 진행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므로, 두 마디씩 끊어서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일상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며 자리에 누워 눈을 감을 때에 우리는 작은 죽음을 체험하지만, 아침햇살에 눈을 뜰 때에는 새로운 생명을 받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순간순간을 통해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통해 당신의 사랑과 자비를 전해주십니다. 이러한 모든 사건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로 주어지는 은총입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죄인인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매일의 숨을 불어넣으시며 결코 당연하지 않은 자비를 허락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비를 우리의 삶으로 증언하기를 원하십니다. 나 자신을, 나의 가족을, 나의 이웃을, 나의 공동체 구성원을 용서함으로써 당신의 자비를 실천하기를 원하십니다.
자비를 체험한 사람만이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우리가 깨닫지도 못하는 순간에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은 그리스도인의 일상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의 성심을 기념하고 감사드리는 축제일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우리는 이 세상에 이슬비처럼 그분의 자비를 전해야할 것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4월호,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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