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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 음악 어떻게 준비할까? (3) 성찬 전례와 음악 (1)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07 조회수1,779 추천수0

미사 전례 음악 어떻게 준비할까? (3) 성찬 전례와 음악 (1)

 

 

미사 전례의 그 첫 번째 식탁인 말씀 전례와 음악에 관해서는 지난 호에서 이야기하였다. 말씀 전례가 미사의 본질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다른 예식에도 말씀 전례나 그 비슷한 예식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결국 미사 전례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은 둘째 식탁인 성찬 전례(감사 전례)에서 뚜렷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현행 미사의 성찬 전례 전체의 형식과 구조는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의 개정 지침에 따라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동에 맞추어 정해놓았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최후 만찬 중에 빵과 잔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쪼개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라. 먹어라. 마셔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의 잔이다.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를 행하여라’”(「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72항: 이하 「총지침」으로 표기). 이제 우리는 성찬 전례를 ① 빵 · 잔을 들다: 예물 준비, ② 감사하다: 감사기도, ③ 쪼개어 주다: 영성체 예식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예물 준비와 감사기도를 전례 음악적인 면에서 다루고, 영성체 예식은 다음 호에서 다루고자 한다. 한국교회의 미사 전례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영성체 예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예물 준비

 

미사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거룩한 식사이자 그분을 제물로 바치는 거룩한 제사이다. 그래서 미사 때에 식탁과 제사상을 겸하는 제대를 준비하고 빵과 포도주를 가져다 놓는 예식을 ‘예물 준비’라고 한다. 이 예식은 최후의 만찬 때 그리스도께서 당신 손에 드셨던 빵과 포도주와 물을 제대로 가져가는 행위에서 점차로 발달하였다. 

 

이 예식의 문제점은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단순한 예물 준비 또는 행렬이, 11세기부터는 ‘제물 봉헌’ 그리고 ‘봉헌 행렬’로 인식되기 시작하였고, 지금까지도 많은 신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미사 중에 봉헌하는 본 제물은 신자들이 바치는 빵과 포도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다. 그리고 이 예물은 감사기도 중에 축성되어 봉헌되는데, 신자들은 준비한 예물이 마치 이곳에서 축성된 듯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개정된 미사는 이 예식의 의미를 성찬 식탁을 차리고 예물을 준비하는 본래의 의미로 되돌려 앞에서 말한 오해의 소지를 없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제헌’ 또는 ‘제물 봉헌’ 대신에 ‘예물 준비’, 그리고 ‘봉헌 행렬’ 대신에 ‘예물 행렬’이라고 불러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지금껏 사용하는 ‘봉헌 성가’ 대신에 ‘예물 준비 노래’ 또는 ‘예물 행렬 노래’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본인은 ‘예물 행렬 노래’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1) 예물 행렬 노래

 

예물인 빵과 포도주를 옮기는 것은 원래 예식 행위가 아니었지만 점차 신자들이 증가하고 예물이 많아지면서 행렬이라는 하나의 의식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예물 행렬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신자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아우구스티노(354-430년) 성인은 당시 여러 대성당에서는 예물 행렬 때 시편을 노래했다고 알려주고 있다. 로마에서는 예물 행렬 때의 이 노래를 ‘봉헌 성가(Antiphona ad offertorium)’라고 불렀다.

 

이제 예물 행렬 노래라고 부르는 이 노래는 “예물을 가져오고 예물을 제대 위에 모두 준비할 때까지 신자들 또는 성가대만이 노래 부를 수 있으며, 오르간 또는 다른 기악 연주를 할 수도 있고, ‘거룩한 침묵’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총지침」, 37. 48. 74항 참조).

 

노래로 부를 적당한 성가로서 「미사 성가집」(Ordo Cantus Missae) 또는 「로마 성가집」 (Graduale Romanum)과 「단순 응송집」(Graduale simplex)에 있는 라틴어 봉헌송을 권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성가와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예물 준비에 알맞거나 전례시기 또는 그때그때의 축일에 알맞은 모국어 찬미가나 노래들을 골라야 하겠다. 아울러 실제로 행렬하는 신자들은 성가집을 들고 나가기가 거북스럽다는 것을 고려하여 다소 짧고 후렴을 가진 노래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신자들이 행렬 중에 책 없이도 간단한 후렴을 노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또 거의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예물 행렬 노래 한 곡을 마치면 오르간 반주도 동시에 끊어진다. 그리고 해설자가 다음 곡을 말해주고 새 곡의 전주를 시작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례가 중단된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비록 신자들의 노래는 끝났더라도 오르간 주자는 계속해서 어느 정도 음악을 연주하다가, 새 곡의 안내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그 곡으로 이어나가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이 노래의 규칙은 입당 노래의 규칙과 동일하다. 이 노래 역시 행렬을 수반하는 노래이기에 언제나 꼭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사가 시작되고부터 신자들은 입당 노래, 자비송, 대영광송, 두서너 개의 독서, 화답송, 알렐루야, 강론 그리고 보편지향기도를 했다. 이제 어느 정도 휴식이 필요한 때이다. 또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기 위한 침묵 시간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만일 전례가 계속해서 신자들에게 정신 집중을 요구하고 그 때문에 신자들이 계속해서 긴장을 풀지 못한다면 그 전례의 구성은 별로 잘된 것이라 할 수 없다. 우리의 전례는 가끔 긴장도 풀 수 있는 매력적이고 평온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물 행렬 노래’ 때야말로 성가대가 잘 준비한 특별한 곡을 연주하기에 좋은 때라 할 수 있겠다. 성가대의 노래가 전례 공동체에게 평화스러운 마음이 들게 하고, 묵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오르간 연주도 좋다고 하였다. 물론 이 방법은 좋은 오르간과 신자들이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좋은 오르간 연주자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예물 행렬 노래를 선택할 때 가사에 주의하자. 이 노래의 기능은 예물 행렬을 수반하는 것이기에 노래의 가사가 반드시 빵과 포도주, 또는 봉헌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례시기에 맞으면서 찬미와 기쁨을 나타내는 내용의 노래라면 모두 가능한 것이다(Music in Catholic Worship, 71항 참조).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대로 감사기도에서 이루어지는 봉헌과 혼동되는 가사를 가진 노래만큼은 피해야 한다.

 

 

2. 감사기도

 

감사기도로 미사 전례의 핵심에 들어가게 된다. 「총지침」 79항은 감사기도의 여러 주요 요소를 일일이 열거하며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과 크게 관련이 있는 주요 요소들만을 살펴보겠다.

 

1) 감사 환호송(거룩하시도다, Sanctus)

 

감사송의 마지막 문장은 성찬 전례에 참석한 신자들이 천사들의 무리와 함께 감사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감사 환호송’(거룩하시도다)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이 환호송은 성찬기도의 심장부에 있는 가장 중요한 환호송으로 다른 어떤 성가도 이 환호송보다 더 큰 품위를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만약 미사 중에 단 한 곡만을 노래해야 한다면 공동체는 단연코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해야 한다. 

 

‘거룩하시도다’는 두 부분으로 되어있으며, 각각 성서 구절에 긴밀히 의존하고 있다. 첫 부분은 이사야 예언자의 부르심(이사 6, 2-3)과 연결되어 있으며, 둘째 부분은 마태오 복음이 제공하는 예루살렘의 입성 때에 군중이 외쳤던 환호를 인용한다(마태 21, 9). 이 두 부분은 7세기경부터 하나로 결합되어 감사 환호송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동방교회에서는 이 전통이 계속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서방교회에서는 중세 말엽에 다양한 멜로디가 발달하고 상당히 긴 다성부로 된 곡들이 생겨나면서 성가대만 노래하기에 이른다. 성가대가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는 동안 사제는 감사기도를, 심지어는 성찬 축성문조차도 혼자서 낮은 소리로 계속해서 읽음으로써, 사제와 성가대는 각기 다른 기도를 동시에 계속하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1600년에 출판된 「주교 예식서」는 “거양성체를 첫 번째 ‘호산나’가 끝난 뒤에야 거행할 수 있고, Benedictus는 거양성체가 끝난 뒤 노래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와 같은 ‘거룩하시도다’의 잘못된 배분은 전례 개혁 이래 감사기도를 큰 소리로 낭송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허용되지 않으며, 1967년에 반포된 「성음악 훈령」(29항)과 1969년의 「로마 미사 경본의 총지침」(55항 2절; 2002년 개정판에서는 79항 나)은 다시금 이 노래를 모든 신자와 사제가 함께 부르는 성가로 환원시켰다. 

 

이 환호는 감사기도의 일부로서 모든 신자가 사제와 함께 바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성가대나 음악 그룹만 연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록 다른 미사 통상문(자비송, 대영광송, 하느님의 어린양)은 성가대만 노래 부른다 하더라도, 이 감사 환호송만큼은 반드시 모든 신자가 아는 노래로, 다 함께 노래하도록 교회는 배려해야만 한다. 지상의 공동체만 찬양하기에는 미흡하여 천상 성인들과 천사들까지도 초대해서 함께 노래하자고 해놓고 성가대만 노래한다는 것은 예의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닐까? 

 

예배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즉각적이고 활기차게 환호할 수 있도록 신자들이 악보를 보지 않고도 노래할 수 있는 몇 개의 ‘거룩하시도다’를 암기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아울러 모든 신자가 정말 함께 환호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기에, 사제의 감사송 결론 부분과 ‘거룩하시도다’ 노래의 시작 부분 사이에서 머뭇거리거나 필요 없는 오르간 전주는 하지 말아야 한다. ‘거룩하시도다’ 노래의 첫 화음만 눌러주면 충분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사제가 감사기도를 하는 동안 오르간으로 조용히 반주를 해주는 것이 환호송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또 이 환호는 평일미사에서도 백성 전체가 사제와 함께 노래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노래할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 전체가 낭송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거룩하시도다’ 대신 다른 노래를 부르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2) 기념 환호송(신앙의 신비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1970년에 개정된 새 「미사 통상문」은 성찬 제정과 축성문 뒤에 기념 환호를 새로이 도입하였다. 이 기념 환호는 가장 중요한 공동체 성가 가운데 하나이기에 주례가 선창하면 모든 이가 함께 노래한다. 미사의 절정을 이루는 부분에서 공동체 전체가 환호하는 것은 기념 환호송인 ‘거룩하시도다’ 이상으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돕는다. 이 기념 환호송은 단순히 성찬 축성 동안 신자들의 주의력을 집중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온 회중을 성찬기도에 능동적으로 참여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신자들은 이 환호를 통해 방금 이루어진 축성과 구원의 제사를 믿고 고백하며, 이 신비를 세상에 선포하기로 약속하게 되는 것이다. 

 

사제는 ‘신앙의 신비여’로 신자들의 기념 환호를 인도하고, 공동체는 세 가지 양식 중 하나로 응답한다. ㉮, ㉯ 양식은 고린토 1서 11장 26절을 토대로 만든 것이고, ㉰ 양식은 중세 이래 기도서나 성가책에 자주 나오던 경문이다. 또 ㉮ 양식은 연중시기, ㉯ 양식은 사순·대림시기 그리고 ㉰ 양식은 부활시기에 사용하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글을 읽은 적이 없다. 어느 것을 노래하든 환호송인만큼 조금 빨리 노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마침 영광송과 아멘

 

감사기도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마침 영광송’으로 장엄하게 끝맺는다. 이 기도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복구되었다. 공동체는 ‘아멘’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사제의 영광송뿐 아니라 감사기도 전체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확인한다. 따라서 이 ‘아멘’은 미사 전례 중에 가장 중요한 기도인 감사기도를 마감하는 가장 중요한 환호이자 성서적 응답이다. 이러한 의미와 중요성을 감안하여 신자들은 이 환호를 가장 영광스럽고 장엄한 환호가 되도록 노래 부름으로써 성부께 찬양과 감사와 영광을 드리도록 한다. 아울러 이 환호가 더욱 활기차도록 신자들은 몇 개의 ‘아멘’을 암송하여 노래할 수 있어야겠다. 

 

또 사제들은 마침 영광송 때 성반과 성작을 약간 들어올리고 ‘마침 영광송’을 노래하든지 말하고, 신자들의 ‘아멘’ 응답이 끝나면 그때 비로소 들어올린 ‘성체와 성혈’을 제대 위에 내려놓도록 요구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겠다.

 

[사목, 2005년 7월호, 김종헌(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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