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전례 음악, 이것만은 알아두자 들어가는 말 미사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최후 만찬 때에 제정하시고 당신을 기념하여 행하라고 사도들에게 명하신 것이며, 또한 주님의 십자가 제사의 신비를 재연하는 것(2002년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2항 참조; 이하 「총지침」으로 표기)으로, 이 거룩한 행위의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같은 정도로 비교될 수 없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 7항). 이 거룩하고 고귀한 미사 전례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많은 표지와 상징들 가운데 음악은 탁월한 중요성을 지닌다. 따라서 전례 음악 봉사자들이 전례 각 부분의 정확한 의미와 음악의 봉사적 기능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하여 전례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더 좋은 음악을 선택할 수 있다면 신자들이 더 나은 찬미 기도를 바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1. 시작 예식 말씀 전례 앞에 오는 예식으로서 입당, 인사, 참회, 자비송, 대영광송 그리고 본기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예식들의 목적은 한데 모인 신자들이 일치를 이루고,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로 듣고 합당하게 성찬 전례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시키는 데에 있다”(「총지침」, 46항). 그러나 부활성야 예식, 재의 수요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그리고 주님 봉헌 축일이나 장례 미사 때에는 예식의 시작 인사와 참회 부분이 생략되기도 한다. 1) 입당 노래: 제대로 나아가는 사제와 봉사자들의 입장 행렬 때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의 목적은 미사 전례를 시작하고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강화하며, 전례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그들의 마음을 이끌고, 그들이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가하게 하는 것이다(「총지침」, 47항 참조). 입당 노래를 부르는 방법은 성가대와 백성이 교대로 부르거나, 선창자와 백성이 교대로 부르거나, 백성 전체가 함께 부르거나 또는 성가대만 부를 수 있다(「총지침」, 48항 참조). 아울러 기악 연주나 침묵도 가능하다. 한국교회에서는 주로 찬미가를 부르는데 가능한 모든 절(節)을 노래하도록 하고, 첫째, 미사 예식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곡, 둘째,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적합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시켜주는 곡,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자들 자신이 바로 예배 공동체라는 것을 의식하도록 도와주는 곡을 선정하여야 한다. 2) 참회: 주례 사제의 초대로 신자들은 침묵 속에 성찰한다. 주일, 특히 파스카시기의 주일에는 참회 예식의 관습 대신에 경우에 따라 세례를 기념하여 성수 예식을 할 수 있다(「총지침」, 51항 참조). 이때 적합한 노래(연중시기: Asperges me; 부활시기: Vidi aquam)를 부른다. 3) 자비송: 만약 자비송이 참회 예식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곧 성수 예식을 하였거나 자비송을 포함하고 있는 (다) 형식을 바치지 않았으면, 참회 행위 다음에 언제나 자비송을 바친다(「총지침」, 51-52항 참조). 그러나 많은 본당에서는 (다) 형식을 사용하면서도 자비송을 노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자비송은 신자들이 주님께 환호하며 그분의 자비를 간청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보통 신자 모두가 함께 바쳐야 하는데, 백성과 성가대 또는 백성과 선창자가 한 부분씩 맡아 교대로 바친다(「총지침」, 52항 참조). 그러나 늘 성가대와 회중이 교대로 노래하는 것보다 주례자와 회중이 교대로 노래하는 것도 좋다. 또 “자비송의 환호는 보통 두 번 반복하게 되지만, 언어나 음악의 특성 또는 상황에 따라 더 많이 반복할 수도 있다”(「총지침」, 52항 참조). 사순시기를 제외한 모든 주일과 축일에 자비송과 대영광송 모두를 노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자비송은 짧고 단순한 곡을 노래하도록 한다. 시작 예식에서 가장 비중이 큰 노래인 대영광송을 제대로 살리자면 자비송은 짧고 간단한 곡을 노래하거나, 그냥 낭송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영광송이 없는 사순시기나 대림시기에는 다소 긴 자비송을 노래하는 것도 괜찮다. 자비송이 끝나면 사순시기와 대림시기를 제외하고는 곧바로 ‘대영광송’을 노래하여야 한다. 4) 대영광송: 이 노래는 시작 예식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성경의 시편과 찬미가들을 본떠 만든 초대 그리스도교 찬미가의 보고 가운데 하나로서 매우 오래되고 고귀한 것이다(「총지침」, 53항 참조). 교회는 이 노래를 부름으로써 특정한 주일과 대축일의 축제적이고도 특별한 성격을 강조한다. 대림시기와 사순시기를 제외한 주일과 대축일 그리고 축일에만 대영광송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 역시 이 노래의 특별하고 장엄한 성격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대영광송은 모든 회중이 함께 부르는 노래이기에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단순하게 작곡되어야 한다. 선창은 주례자뿐만 아니라 선창자 또는 성가대가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 다음 본문은 신자 모두가 함께 노래하거나, 백성과 성가대가 교대로 또는 성가대가 홀로 노래한다(「총지침」, 53항 참조). 이렇게 전례의 공동체성을 살리려면 미사에 참석한 모든 회중이 대영광송을 함께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성가대만 노래할 수 있도록 허락되고 있으며, 축제의 기쁨이나 장엄성을 드러내려면 성가대만의 아름답고 웅장한 합창도 오히려 좋을 수 있다. 대영광송은 찬미의 노래이기 때문에 모두가 일어서서 노래 부르지만 성가대만이 노래할 때에는 미국의 경우, 신자들은 앉도록 허락하고 있다. 대영광송은 다른 어떤 노래로 대체할 수 없으며, 본문 역시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총지침」, 53항 참조). 그리고 같은 항에서 대영광송을 노래로 부르지 않을 경우에는, 신자들 모두가 함께 또는 두 편으로 나누어 교송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이 기도문을 노래로 부르지 않을 경우 이 노래의 축제적 성격은 사라져버리는 것이기에 반드시 노래로 부를 것을 권한다. 2. 말씀 전례와 음악 말씀 전례로 미사는 본 미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주로 하느님의 말씀이 공동체에 선포된다. 우리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보여주는 독서들을 통하여 신자들은 양육되며, 침묵과 강론을 통하여 이를 소화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화답송과 신경으로 이 말씀에 화답하게 된다. 1) 화답송: 제1독서 끝에 하느님 말씀에 대한 묵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화답송은 전례적으로나 사목적으로 큰 중요성을 가진다(「총지침」, 61항 참조). 유다인들의 회당 예식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전통적으로 성경 낭독에 시편이나 찬가를 노래함으로써 하느님 말씀에 응답하고 있다. 시편은 노래 기도이다. 그냥 낭송하는 것보다 노래로 부를 때 더 큰 생명력을 가지며, 노래를 부름으로써 신자들은 더욱 말씀에 집중하게 되고 투신하게 된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화답송은 노래로 불러야 한다. 화답송은 행동을 수반하는 노래가 아니라 묵상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방금 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하느님의 말씀인 시편으로 응답하는 것이기에 시편 이외의 다른 창작 성가(찬미가)로 대신하지 못한다. 시편을 노래하는 사람은 신자들이 시편 구절을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노래하여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낭송해야 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기에 적합한 방식(「총지침」, 61항 참조)으로 알아듣기 쉽도록 감정을 넣어 잘 읽어야 한다. 화답송을 위한 선창자의 자리는 독서대이다. 시편을 노래하는 방법은 아름다워야 하고 신자들의 마음을 끄는 것이어야 하며, 외우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신자들이 매주 새로운 화답송을 배우고 노래하는 것이 힘든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전례시기에 전통적인 시편 몇 편만을 매주 사용하는, 이른바 ‘절기 시편’을 사용하도록 권한다. 2) 부속가: 현행 전례에는 4개의 부속가만 사용하도록 허가되어 있다. 곧 예수 부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에는 의무적으로,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에는 선택적으로 부속가를 사용한다. 그리고 부속가의 원래 위치는 알렐루야 다음이었지만, 현 전례에서는 알렐루야 앞에 노래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3) 복음 독서 전 환호송(복음 환호송): 복음 전에 하나의 독서만이 봉독될 때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 둘 모두를 노래하거나, 둘 중 하나만 노래할 수 있다. 알렐루야는 히브리어에서 나온 것으로 ‘너희는 주님을 찬양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전례나 기도 가운데 공동체가 하느님 앞에서 또는 하느님을 향하여 외치는 기쁨의 환호이다. 이 전례적 환호, 알렐루야는 사순시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노래한다. 주일 미사, 평일 미사는 물론이고 장례 미사 때에도 노래로 한다. 선창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영접하는 기쁨과 사랑이 자신의 노래를 통해서 느껴지도록 연구하고 노래하여야 한다. 평일 미사의 경우, 시편 구절을 노래할 사람이 없으면 이 부분만은 해설자나 다른 사람이 큰 소리로 읽을 수 있지만 알렐루야는 노래로 한다. 다른 환호송도 마찬가지이지만 환호는 전례의 부수적 요소이거나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예식이며 전례 행위이다. 따라서 복음 전 환호는 반드시 노래로 불러야 한다. 노래로 하지 않을 경우, 이를 읽기보다는 아예 빼버리는 것이 낫다(「총지침」, 63항 참조). 이렇게 회중은 노래를 하면서 복음 선포에서 자신들에게 말씀하실 주님을 환영하고 찬양하며, 그분께 대한 믿음을 고백한다(「총지침」, 62항 참조). 4) 신앙 고백과 보편 지향 기도: 신앙 고백은 전체 신자들이 긴 기도문을 노래하여야 하기 때문에 거의 노래로 하지 않고 낭송한다. 대축일이나 주일에는 보편 지향 기도의 응답을 노래로 할 수 있지만, 이 응답은 단순하고 짧아 모든 신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응답은 전례 음악적으로 등급이 낮은 것이기에 평상시에는 노래로 응답하도록 권장하지 않는다. 3. 성찬 전례와 음악 말씀 전례가 미사의 본질적인 요소인 것은 틀림없지만, 다른 예식에도 말씀 전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국 미사 전례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은 성찬 전례(감사 전례)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1) 예물 준비 흔히 ‘제물 봉헌’ 또는 ‘봉헌 행렬’이라고 일컫는 이 부분의 명칭은 ‘예물 준비’ 그리고 ‘예물 준비 노래’ 또는 ‘예물 행렬 노래’로 바뀌어야 한다. 교회가 미사 중에 봉헌하는 본 제물은 신자들이 바치는 빵과 포도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다. 그리고 이 예물은 감사기도 중에 축성되어 봉헌된다. 따라서 신자들이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행위는 봉헌이 아니라 성찬 식탁을 차리는 데 필요한 예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에 부르는 노래들이다. “예물(빵과 포도주)을 가져오고 예물을 제대 위에 모두 준비할 때까지 신자들 또는 성가대만이 노래 부를 수 있으며, 오르간 또는 다른 기악 연주를 할 수도 있고, ‘거룩한 침묵’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총지침」, 37.48.74항 참조). 한국교회의 경우, 교회가 권하는 ‘봉헌송’을 노래하지 않고 예물 준비에 알맞거나 전례시기 또는 축일에 알맞은 모국어 찬미가를 부르고 있다. 이때 선택할 곡들은 짧고 후렴을 가진 노래가 적당하다. 왜냐하면 신자들이 행렬 지어 예물을 바치러 나가는 동안에 성가책 없이도 노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아니면 성가대만이 노래하든지 기악 연주를 할 수도 있고, 평일의 경우에는 침묵 시간을 가지는 것도 장려할 만하다. 예물 행렬 노래를 선택할 때 특별히 가사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 노래의 기능은 예물 행렬을 수반하는 것이기에 노래의 가사가 반드시 빵과 포도주, 또는 봉헌에 대하여 언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례시기에 맞으면서 찬미와 기쁨을 나타내는 내용의 노래라면 모두 가능하다(Music in Catholic Worship, 71항 참조).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대로 감사기도에서 이루어지는 봉헌과 혼동되는 가사를 가진 노래는 피하여야 한다. 2) 감사기도 (1) 감사 환호송(거룩하시도다): 감사송의 마지막 문장은 성찬 전례에 참석한 신자들이 천사들의 무리와 함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감사 환호송(거룩하시도다)’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이 환호송은 성찬 기도의 심장부에 있는 가장 중요한 환호송으로, 다른 어떤 성가도 이 환호송보다 더 큰 품위를 가지지 못한다. 이 환호는 감사기도의 일부로서 평일 미사를 포함한 모든 미사 전례에서 사제와 백성 전체가 함께 노래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성가대나 특별한 사람들만이 노래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비록 다른 미사 통상문(자비송, 대영광송, 하느님의 어린양)은 성가대만 노래한다고 하더라도, 이 감사 환호송만큼은 반드시 모든 신자가 아는 노래로, 다 함께 노래하도록 교회는 배려하여야 한다. 이렇게 예배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즉각적이고 활기차게 환호할 수 있도록 하려면 신자들이 악보를 보지 않고도 노래할 수 있는 몇 개의 ‘거룩하시도다’를 암기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정말 노래할 여건이 되지 않을 경우, 모두 함께 낭송할 수도 있지만 ‘거룩하시도다’ 대신 다른 노래를 부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기념 환호송(신앙의 신비여!): 1970년 개정된 새 미사 통상문에서 새로 도입된 환호송으로, 신자들은 이 환호를 통하여 방금 이루어진 축성과 구원의 제사를 믿고 고백하며, 이 신비를 세상에 선포하기로 약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기념 환호 역시 공동체의 중요한 성가들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주례가 ‘신앙의 신비여!’를 선창하면 모든 신자가 함께 노래한다. 미사의 절정을 이루는 이 부분에서 공동체 전체가 환호하는 것은 ‘거룩하시도다’ 이상으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돕는다. 사제의 선창에 공동체는 세 가지 양식 가운데 하나로 응답하는데, ㉮ 양식은 연중시기, ㉯ 양식은 사순시기와 대림시기, 그리고 ㉰ 양식은 부활시기에 사용하면 적합하다고 전례 음악 학자들은 말한다. (3) 마침 영광송과 아멘: 감사기도는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마침 영광송’과 신자들의 ‘아멘’으로 장엄하게 끝맺는다. 이때 신자들은 자신들의 응답인 ‘아멘’을 통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사제의 영광송뿐 아니라 감사기도 전체에 대해서도 동의하고 확인한다. 이러한 의미와 중요성을 감안하여 신자들은 이 환호를 가장 영광스럽고 장엄한 환호가 되도록 노래 부름으로써 하느님께 찬양과 감사의 영광을 드린다. 3) 영성체 예식 (1) 주님의 기도: 영성체 예식은 이 기도로 시작된다. “주님의 기도로 초대, 주님의 기도, 후속 기도와 백성이 마감하는 영광송은 노래하거나 큰 목소리로 바치게 되어있다”(「총지침」, 81항 참조). ‘주님의 기도’는 노래로 하기보다 큰 목소리로 바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성체 예식의 핵심 부분은 성체를 모시는 행위이고, ‘주님의 기도’는 영성체를 준비하는 기도이기 때문에 이 노래를 거창하게 노래하는 것은 전례의 흐름상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본당에서는 이 기도를 노래로 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모든 신자가 암기하여 참여할 수 있도록 단순한 곡을 선택하도록 하자. ‘주님의 기도’를 인도하는 사제는 그날 미사 전례의 성격, 공동체의 크기를 고려하면서 “ … 정성 들여 노래합시다.” 등으로 신자들을 초대함으로써, 신자들이 큰 소리로 기도문을 노래하기 시작하는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 평화 예식: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이때에 노래는 필요 없다. 간혹 젊은이 미사에서 긴 시간 동안 ‘샬롬’(Shalom)을 노래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데 이것은 전례 정신에 맞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이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 하느님의 어린양: 사제가 축성된 빵을 나누어 성작 안에 넣을 때 성가대나 선창자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노래하거나 큰 소리로 낭송하고 회중은 화답한다(「총지침」, 83항 참조). 일반적으로 세 번을 노래하지만 ‘빵 나눔’을 동반하는 기도이므로 예식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여러 번, 필요한 만큼 반복할 수 있으며, 두 번으로 축소할 수도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어떠한 경우든지 이 노래를 마칠 때에는 “평화를 주소서.”라고 끝내야 한다(「총지침」, 83항 참조). (4) 영성체 행렬 노래: 영성체를 위한 준비 예식이 모두 끝나면 영성체 예식의 본 부분인 사제와 신자들의 영성체가 시작된다. 그러나 사제와 신자들의 영성체는 하나의 예식이기 때문에, 사제가 성체를 모시기 시작할 때 영성체 노래를 시작한다. 간혹 어떤 본당에서 사제의 영성체 때에는 ‘영성체송’을 읽고, 그 다음에 영성체 노래를 하는데 이것은 중복되는 것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다.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경우에만 ‘영성체송’을 낭송하는 것이다(「총지침」, 87항 참조). 영성체는 순전히 개인적인 방법으로 그리스도를 모시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그리스도의 일치, 더 나아가 ‘같은 빵’을 나누는 우리 서로 간의 일치를 위한 것이다. 「총지침」 86항은 “이 노래는 여러 목소리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영성체를 하는 이들의 영신적 일치를 드러내고, 마음의 기쁨을 표시하며, 영성체 행렬의 ‘공동체 특성’을 더욱 밝혀준다.”라고 이 노래의 봉사적 기능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일치의 신비를 나타내는 데 음악의 기능은 상당히 중요하다. 신자들이 성체를 모시러 제단으로 줄을 서서 나아가는 행렬이 지닌 친교적인 일치감을 형성하는, 시각적이고 동적인 힘을 강화시켜 주는 음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거의 대부분의 한국교회 본당에서는 성체를 찬미 또는 흠숭하는 노래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목자와 교회 음악가들은 깊이 명심하여야 한다. 「성음악 훈령」(Musicam Sacram) 36항과 미국 주교회의 발행 「총지침」 부록 56(i)항은 “성체 강복 때에 사용하는 노래들은 통교보다는 성체에 대한 흠숭과 경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영성체 노래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한다.”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총지침」 87항은 영성체 행렬을 위한 노래로 시편과 『로마 화답송집』(Graduale Romanum)과 『단순 화답송집』(Graduale Simplex)에 나오는 영성체송의 대송, 현행 『로마 미사 전례서』에 나오는 영성체송을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교회의에서 인정한 적절한 노래들’, 곧 찬미가의 사용을 제시하고 있다. 찬미가는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워 영성체 행렬에 참가한 신자들이 성가책 없이도 노래할 수 있어야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단순한 노래야말로 신자들의 일치를 더욱 강화해 준다. 아울러 영성체 때에는 신자들이 부르는 노래뿐 아니라 성가대 합창, 기악 연주 등 다양한 연주를 통하여 영성체 예식을 풍요롭게 꾸밀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신자들은 자유롭고 기쁜 가운데 일치의 신비를 더욱 깊이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예식, 말들, 노래는 신자들의 신심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지금 한국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승인하여 사용하고 있는 『가톨릭 성가』에 수록된 영성체 행렬 노래는 절대적으로 그 수가 부족하다. 영성체 노래라고 분류된 거의 대부분의 찬미가는 영성체 행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체 강복과 성시간을 위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영성체 노래의 수가 부족하다고 하여 성체 찬미를 위한 노래들을 사용하는 일은 반드시 피하고, 전례 주기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찬양과 감사를 나타내는 찬미가들을 이용하자. 4) 감사 예식 이 예식은 감사 침묵 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로 진행된다. 영성체가 끝난 뒤 주례 사제는 자신과 신자들이 침묵 가운데 주님께 감사드리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반드시 배려하여야 한다(「총지침」, 88항 참조). 따라서 이 침묵 시간을 아예 생략하거나, 지나치게 짧게 하거나, 묵상 안내, 음악 연주, 아니면 공지사항 등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총지침」은 88항에서 신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회중 전체가 시편 또는 찬양의 특성을 지닌 다른 찬가나 찬미가를 부를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하여 침묵 시간을 없애고 노래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4. 마침 예식 1) 퇴장 노래: 교회 전례서에는 퇴장이나 퇴장 음악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러나 예식의 전례적이고 음악적인 일치를 위하여 성가대 또는 신자들이 관습적으로 노래를 하였다. 이렇게 퇴장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전례 거행의 축제적인 성격을 연장시키는 하나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성음악 훈령」 36항은 “비록 성찬 전례의 노래가 되기에는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경축하고 있는 축일의 신비를 반드시 반영하는 노래”를 퇴장 노래로 사용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퇴장 노래는 공동체의 찬미와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거나, 그날 축일이나 전례시기의 성격을 나타내는 노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즐거운 마지막 분위기를 제공해 줄 수 있기에 권장되고, 침묵 역시 속죄의 성격을 띠는 사순시기나 대림시기에 강력히 요청된다. 나가는 말 이번 호에서 우리는 미사 전례 각 부분들의 음악적인 그리고 봉사적인 기능을 살펴보았다. 전례 음악 봉사자들은 미사 전례 음악의 봉사적인 기능을 충분히 숙지할 때 하느님 백성들이 전례에서 노래로 찬미드리고 기도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 나름대로 정리한 미사 전례 음악의 봉사적 기능과 더불어, 2005년 『사목』 2월 호부터 연재된 ‘미사 전례 음악의 선택 기준과 전례시기에 따른 선곡 요령’ 등을 함께 익히도록 노력한다면 더 좋은 전례 음악 봉사자의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가 반포된 지 40년, 아직도 한국교회의 음악계는 전례 성가와 비전례 성가의 혼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 혼돈은 무엇보다도 전례와 전례 음악에 대한 올바른 의미와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교회 전통이 가르치는 것을 제대로 배우고 익혀 한국교회의 전례 음악이 진정으로 신자들의 선익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편집자의 요청에 따라 이번 호에는 2005년 5월 호부터 10월 호까지 연재한 “미사 전례 음악 어떻게 준비할까?”를 요약해서 싣는다. 아마 각 본당에서 미사 음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지침서같이 사용하도록 하려는 편집자의 배려인 듯하다 - 필자 주. 미사 전례 음악, 이것만은 알아두자! 1. 입당, 예물 준비, 영성체, 퇴장 때 부르는 ‘찬미가’보다 미사 전례 안의 전례 기도문을 노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2. 미사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노래는 환호송(acclamation)이다. 복음 환호송, 거룩하시도다, 기념 환호송(신앙의 신비여!)과 마침 영광송(아멘)은 평일에도 노래하도록 요구된다. 3. 대영광송: 노래로 부르지 않을 경우 이 노래의 축제적 성격은 사라져버리는 것이므로 반드시 노래로 부르도록 한다. 4. 화답송: 화답송은 원칙적으로 노래로 불러야 한다. 또한 시편 이외의 다른 창작 성가로 대신하지 못한다. 신자들이 매주 새로운 화답송을 배우기 어렵다면, ‘절기 시편’을 사용할 수도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낭송하도록 한다. 5. 복음 환호송: 복음 환호송은 사순시기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노래로 부른다. 주일 미사, 평일 미사는 물론이고 장례 미사 때에도 노래로 한다. 환호는 전례의 부수적 요소이거나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예식이며 전례 행위이므로 반드시 노래로 불러야 한다. 6. 예물 준비: ‘제물 봉헌’ 또는 ‘봉헌 행렬’이라는 말 대신 ‘예물 준비’, ‘예물 준비 노래’, ‘예물 행렬 노래’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옳다. 이때 부르는 노래는 신자들이 행렬 지어 예물을 바치러 나가는 동안에 함께 노래할 수 있도록 짧고 후렴을 가진 노래가 적당하다. 또한 이 노래의 가사가 반드시 빵과 포도주, 또는 봉헌에 대하여 언급할 필요는 없으며, 전례시기에 맞으면서 찬미와 기쁨을 나타내는 노래를 선곡하도록 한다. 7. 감사 환호송(거룩하시도다): 이 환호송은 성찬 기도의 심장부에 있는 가장 중요한 환호송이다. 그러므로 평일 미사를 포함한 모든 미사 전례에서 사제와 백성 전체가 함께 노래하도록 한다. 성가대나 음악 그룹만 연주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8. 기념 환호송(신앙의 신비여!): 미사의 절정을 이루는 이 부분에서 공동체 전체가 환호하는 것은 감사 환호송인 ‘거룩하시도다’ 이상으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돕는다. 주례가 선창하고 모든 신자가 함께 노래한다. 9. 영성체 행렬 노래: ‘영성체송’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경우에만 낭송하며, 영성체 때에는 성가대 합창, 기악 연주 등 다양한 연주를 통하여 영성체 예식을 풍요롭게 꾸밀 수 있다. 또한 성체 강복, 성시간 등 성체 찬미를 위한 노래는 반드시 피하도록 한다. 10. 퇴장 노래: 퇴장 노래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 언급은 없으나, 공동체의 찬미와 감사를 표현하거나 그날 축일이나 전례시기의 성격을 나타내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권장되며, 속죄의 성격을 띠는 사순시기나 대림시기에는 침묵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11. 찬미가를 선곡할 때에는 『가톨릭 성가』의 성가 분류법에 따르기보다 『로마 미사 전례서』나 『로마 미사 전례 성서』를 참조하도록 한다. 특별히 입당 노래와 영성체 노래를 선택하려면 입당송과 영성체송에 포함되어 있는 후렴을 살펴보도록 한다. 12. 미사 전례 음악을 선곡할 때에는 그 음악에 대한 음악적, 전례적 그리고 사목적 판단을 고려하여야 한다(『사목』 313호[2005. 2.], 45-51면 참조). [사목, 2005년 11월호, 김종헌(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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