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461번 “나는 주님 포도밭”
7월 15일은 연중 제15주일이며, ‘농민 주일’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제정하여,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고, 도시와 농촌이 한마음으로 하느님 창조 질서에 맞갖게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황 요한 23세께서는 회칙 「어머니요 스승」 144항에서 “사람의 노동으로 유지되고 가꾸어지는 농업은 ‘숭고한 일’이며, ‘세상의 드넓은 성전에서 이루어지는 농업은’ 모든 ‘생명’과 연관되어 있기에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농업의 문제는 바로 생명의 문제입니다.”라고 가르치십니다. 이처럼 농업은 인간 노동의 근간을 이루며, 농민은 생명을 지향하시는 하느님 뜻을 이 세상에 구현하는 존귀한 노동자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 자신을 포도원 주인에 비유하시며, 한 명의 농부로서 밭을 일구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땀 흘려 땅을 일구시는 생명의 수호자,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하고자 가톨릭 성가 461번 “나는 주님 포도밭”을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4/4박자 리듬과 사장조로 이루어진 이 성가는 A-A’ 구조로 매우 간단하게 진행되기에 누구나 친숙하고 쉽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곡 첫머리에 ‘경쾌하게’ 노래하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호흡의 맺고 끊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라 생각합니다. 악보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곡의 화성과 가사는 두 마디 단위로 변화하며, 두 마디씩 호흡을 조절하고 셈여림에 주의하면서 노래한다면 경쾌한 느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성가는 베이스 파트의 선율 진행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다른 파트의 선율 진행이 순차적인 것에 반해 유독 베이스 파트는 반음계 선율 진행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성가를 더욱더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다른 파트 선율 진행을 다소 부드럽게 한다면, 베이스 파트의 독특한 선율 진행으로 인해 경쾌하고도 풍성한 느낌을 강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부이신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손수 가꾸시며, 하느님께 봉헌할 알찬 소출을 기대하십니다. 하지만 정작 이 세상은 그리 풍요롭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농업의 위기는 기아와 영양실조로 지구상 곳곳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농업을 살리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사회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농업을 경제적 가치로만 생각하고 자연과 사물을 물질적 가치로만 바라보려는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생명의 가치’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농촌은 하늘, 땅, 물 그리고 자신의 노동으로 땅을 일구는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만드는 ‘생명의 터전’으로 소중히 보존해야 합니다. 또한 농민을, 이 생명의 터전을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가장 합당하게 일구어가는 존귀한 사람으로 대접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산업화, 도시화, 첨단화를 표방하며 발전만을 지향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농업과 농민은 땅을 일구어 소출을 거두는 노동의 가치와 생명을 지향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진정으로 생명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9)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7-8월, 황인환 신부 (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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