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2) 기욤 드 마쇼(G. d. Machaut)의 ‘노트르 담 미사'
‘마리아 축일’ 위해 작곡된 새로운 시도 -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의 Credo(신경) 악보. Credo는 콘둑뚜스(Conductus) 형식으로 각 성부가 음절적으로 동일한 리듬으로 진행된다. 특히 'ex maria virgine'는 긴 음가로써 가사의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창미사’(Missa cantata)라고 하면 ‘미사 전체를 노래’하는 형식을 의미한다. 일찍이 초대교회 시대부터 미사는 ‘말하는 것’(speaking)과 ‘노래하는 것’(singing)의 중간 형태로 ‘낭송’(Recitative)되면서 음악적인 모습으로 발전되었다. 사제와 신자 사이의 ‘낭송’을 중심으로, 여기에 고유부분(Proprium)과 통상부분(Ordinarium)이 첨가되어 결국 ‘미사’는 낭송부분, 고유부분 그리고 통상부분으로 구성된다. ‘고유부분’은 전례에 따라 고유하게 내용이 바뀌는 부분으로서, 입당송(Introitus), 화답송(Graduale), 알렐루야(Alleluia : 사순시기에는 Tractus : 부속가), 봉헌송(Offetorium), 영성체송(Communio)으로 구성되며, ‘통상부분’은 전례에서 항상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부분으로,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경(Credo), 거룩하시도다(San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Ite missa est 가 여기에 속한다. ‘낭송부분‘은 고유부분과 통상부분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을 의미한다. 초대교회부터 ‘낭송부분’은 즉흥연주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발전되었고, 음악적으로는 ‘고유부분’이 주요하게 작곡되었다. 그러나 고유부분은 해당되는 전례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는 문제점이 있었고, 이에 점점 작곡가들은 통상부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통상부분에 대한 하나의 작품은 모든 전례에서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사에 있어 미사의 통상부분이 한 작곡가에 의해 통일성있게 작곡된 작품은 아르스 노바(Ars nova) 시대인 14세기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 c.1300~1377)의 ‘노트르 담 미사’(Messe de nostre Dame)가 바로 그것이다. 이전까지는 미사 통상부분의 전체가 아니라 한 부분만 각각 작곡되었고, 이런 다양한 부분들을 단지 모아놓은 미사곡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르스 노바 시대 이후부터는 ‘미사곡’이라고 하면 통상부분을 작곡한 작품으로 이해되었다. 노트르 담 미사곡은 통상부분의 6곡이 마쇼라는 ‘한’ 작곡자에 의해 일괄적으로 작곡되었고, 또한 4성부(Triplum, Motetus, Tenor, Contratenor)로 된 첫 번째 곡이다. 자비송(Kyrie), 대영광송(Gloria), 신경(Credo), 거룩하시도다(San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그리고 Ite missa est 의 6곡은 작곡유형에 따라 두 가지로 구별된다. Kyrie, Sanctus, Agnus Dei, Ite missa est 는 아이소리듬을 사용한 모테트 형식으로서 그레고리오 성가가 정선률(Cantus firmus)인 테너는 긴 음가로, 다른 성부는 테너를 보조하며 작은 음가로 구성되었다. Gloria, Credo는 콘둑뚜스(Conductus) 형식으로 각 성부가 음절적으로 동일한 리듬으로 진행된다. 특히 Gloria 의 ‘Laudamus te’, ‘Benedicimus te, Adoramus te’, ‘Glorificamus te’ 의 ‘te’와 ’Iesu Christe’, 그리고 Credo 의 ‘ex maria virgine’는 긴 음가로써 가사의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약 1364년 쯤에 작곡된 이 곡은 ‘마리아 축일’을 위한 미사곡으로 이해된다. 특히 4개의 마리아 축일 즉 주의 봉헌축일(2월 2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 그리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탄 축일(9월 8일)을 위한 미사곡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후 약 한 세기 동안 비교될 수 있는 어떤 미사곡이 없었던 것 만큼 마쇼의 미사곡은 그 해석상의 많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교회음악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교수)] Tip 프랑스 북부 랭스 대성당 옆에는 ‘기욤 드 마쇼’ 거리가 있다. 시인이자 음악가로 명성을 떨친 기욤 드 마쇼의 이름은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그는 중세와 르네상스라는 시대의 전환점 위에서, 중세 교회음악의 업적을 집대성한 인물이었다. 또 세속적인 다성음악도 확립한 뛰어난 작곡가로 서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주에 ‘쉽게 듣는 교회음악 산책’에서 만나본 마쇼와 그의 미사곡을 만나기 위해 한가지 더 ‘아르스 노바(Ars Nova)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자. 마쇼는 아르스 노바의 대표적인 작곡가였다. 아르스 노바는 ‘새로운 예술’ ‘새로운 기법’이라는 뜻으로 14세기 프랑스음악 전반의 새 경향을 일컫는다. 13세기 유럽음악인 ‘아르스 안티콰(Ars Antique)’에 대비해 새로운 기보법을 서술한 아르스 노바는 중세의 끝, 르네상스의 시작을 이어간다. 이 시기, 음악의 역할은 신을 위한 찬미의 목적에서 음악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서서히 바뀌게 되었다. 보다 아름답게 들리기 위해 반음계적 기법이 나타났다. 또 ‘작자미상’에서 벗어나 마쇼와 같은 작곡가들의 이름과 존재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교회음악과 관련해 보다 깊이있는 이론과 음악사를 알고 싶은 이들은 최근 발매된 ‘가톨릭 교회 음악’〈가톨릭대출판부/1만2천원〉을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마쇼의 음반은 국내에서도 대형음반사와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고음악 애호가는 물론 일반인들을 위한 기획음반도 종종 수입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음반 중에는 앙상블 질르 뱅슈아(Gilles Binchois)의 연주 음반이 돋보인다. 앙상블 질르 뱅슈아는 중세·르네상스 시대 음악 연주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악단이다. 옥스퍼드 카메라타(Oxford Camerata)가 연주한 낙소스(Naxos)레이블의 음반도 뛰어난 합창과 고른 음색의 녹음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톨릭신문, 2008년 1월 20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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