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이야기] 우리 이런 미사를 만들어 봐요 (1)
이번 호부터는 현행 미사전례와 관련한 성가(음악)에 대하여 글을 쓰고자 합니다. 미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전례적이고 음악적인 의미를 잘 살펴보고, 우리들 미사에서 실현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감동을 받을 수 있고 은혜로운 미사전례 거행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사 중에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린다고 미사전례가 사는 것은 아닙니다. 신자들로 하여금 미사 전례 각 부분의 전례적인 의미를 잘 알게 하고, 그 의미를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미사를 주례하는 신부님들이나 전례분과위원들과 전례에 관계하는 모든 신자들이 미사전례 각 부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숙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환호송은 평일미사 때에도 반드시 노래하여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미사전례에서는 우리 신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우스개로 당시의 신자들은 돈 내고(봉헌), 하나 얻어먹고(영성체), 그리고 집에 가면 끝난다고 생각했답니다. 주일미사의 의무를 채우기에 급급한 느낌이었죠. 기도란 기도는 모두 주례 신부가 바치셨고, 성가란 성가는 모두 성가대만 불렀기에 신자들은 할 일이 없었습니다. 비록 1955년부터 신자들도 미사 때에 자국어로 된 노래 몇 곡을 부를 수 있도록 교회가 허락하였지만 그것도 입당 때, 봉헌 때, 영성체 때, 그리고 파견 때에 부르는 성가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위에서 소개한 성가 네 가지는 전례기도문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것도 아니고, 행렬을 수반하는 노래들이기에 미사 때에 꼭 필요한 성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들 성가는 침묵이나 성가대만의 합창 혹은 악기 연주로 대신할 수 있는 성격의 것들입니다. 이렇게 네 가지의 찬미가(찬송가)를 노래하도록 교회가 허락한 것은 당시의 신자들이 미사 때에 청중으로만 혹은 관객으로만 남아 있는 것을 안타깝게 느낀 교회의 배려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가장 먼저 새로운 미사전례를 개정하였습니다. 새로운 미사전례는 신자들로 하여금 미사 때에 더욱 적극적으로, 의식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미사 중의 모든 성가는 미사전례의 주체인 신자들에게 되돌아 왔습니다. 자비송과 대영광송, 화답송과 복음환호송, 성찬전례의 환호송들, 주님의 기도, 마침 영광송과 아멘, 하느님의 어린양 등 모든 미사전례문은 미사전례에 참석한 신자들이 주체가 되어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새로운 미사전례의 여러 성가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일에라도 신자들이 우선적으로 노래로 불러야하는 기도문은 바로 ‘환호송(Acclamation)’입니다. 어떻게 보면 옛날 미사에서는 입당, 봉헌, 영성체, 그리고 퇴장성가를 신자들이 가장 중요한 성가로 생각하였지만 이제는 이 환호송이 중요합니다. 환호송을 노래로 하면 미사전례가 좀 더 화려하고 장엄하게 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환호송’이라는 기도문 자체가 반드시 노래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환호송’에는 복음환호송(알렐루야), 감사환호송(거룩하시도다), 기념환호송(신앙의 신비여), 그리고 마지막 영광송과 아멘(주님의 기도 직전)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환호송들은 반드시, 그리고 노래할 신자들이 있다면 평일에도 노래로 불러야 합니다. 예를 들면 ‘복음환호송’인 알렐루야의 경우, ‘노래로 하지 않을 경우, 사제는 그냥 조용히 독서대로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고 합니다.’(미국 전례위원회 문헌) 오시는 주님의 말씀을 즐겁게 반기는 신자들의 기쁨은 노래로 표현되어야 하지, 그냥 말로 읽어서는 큰 의미도 없으며 올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교회의 전례정신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한 네 가지 환호송은 각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표현은 낭송이 아니라 반드시 노래로 불리어져야 합니다.
현재 우리 대구대교구의 많은 본당에서 ‘환호송’의 중요성과 의미를 인식하고 노래로 부르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환호송을 노래로 하지 않는 본당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노래로 부르면 좋겠습니다.
(2) 환호송을 노래하는 법
우리가 기쁠 때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쁠 때 다소 흥분하게 되어 말이 빨라지고 소리는 커지고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런 표현이 미사 때에 환호송을 노래할 때에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환호송은 기쁨을 나타내는 외침이기에 음정이 다소 높은 곡이 좋으며, 좀 빠르게 노래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이 함께 환호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신자들이 쉽게 노래할 수 있는 쉬운 곡이어야 합니다. 지금 본당에서 부르는 많은 환호송들이 이런 전례적 기준에 알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선곡하는 분이나 성가를 이끌고 있는 성가대 담당자(지휘자, 반주자, 성가대원)는 반드시 살펴보도록 합시다.
(3) 환호송만큼은 같은 곡으로 통일하여 본당의 모든 미사에 사용하자.
유독 한국교회만 각 연령대를 위한 미사가 따로 존재하고 성가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이미사와 어린이성가집, 중고등학교 주일학생 미사와 성가집, 청년미사와 청년성가집 그리고 일반 성인미사와 ‘가톨릭성가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노인들은 ‘노인미사와 노인성가집’을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한국교회의 특성상 이렇게 연령대에 따른 미사를 따로 거행하고 그 미사 중에 다른 성가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환호송’만큼은 본당에서 거행하는 모든 미사 때에 똑같은 곡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어느 본당에서 매 미사마다 환호송을 달리 사용한다면, 연령에 구별없이 본당의 모든 신자들이 다 함께 모여 경축하는 미사 때(부활성야, 성탄전야 그리고 본당 설립기념일 등)에 환호송을 몰라 입을 다물고 있는 신자들도 생길 수 있습니다. 본당의 모든 신자들이 함께 경축하고 기쁨의 환호를 바칠 때 그 환호송을 모르기 때문에 함께 부르지 못하는 신자들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초등부 학생도, 중고등학생도, 젊은이도, 어른들도 모두 같은 환호송을 크게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계층의 구성원들도 제외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외되는 신자는 자기 자신이 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이질감을 느끼는 신자가 있다면 본당 생활에 흥미를 잃게 될 수 있습니다. 성가(음악)는 신자 간의 일치를 도와주고 하나의 찬미공동체를 만들어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환호송으로 말미암아 어떤 신자들이 이질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래로 드리는 미사의 가장 우선적이고 기본적인 충족 조건은 환호송을 모든 신자들이 함께 부르는 것입니다. 모든 신자들이 자신이 가진 신앙을 기쁘고 활기차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월간빛, 2012년 7월호, 김종헌 발다살 신부(한티순교성지 전담, 가톨릭음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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