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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음악 산책8: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사도 바오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9 조회수2,270 추천수1

[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8)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사도 바오로’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영혼아!

 

 

- 바로크 시대를 연 천재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데 카라바조가 그린 ‘성바오로 사도의 개종’(The Conversion of Saint Paul, 1601년, 캔버스에 유화, 이탈리아 로마 산타 마리아 데 포폴로 성당). 이 작품은 한줄기 빛만으로도 바오로의 개종이라는 내면적인 사건을 충만히 표현한, 카라바조의 천재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부활시기 동안 가톨릭 전례에서는 사도행전이 독서말씀으로 낭독된다. 예수님의 부활 후 사도들을 중심으로 초대교회가 형성되고 발전하는 과정, 최초의 순교자 스테파노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도교를 지독히 박해하던 사울이 하느님과의 극적인 만남과 회심을 통하여 사도 바오로가 되어 그리스도교를 이방인들에게 널리 전교하는 과정이 중심 내용이다.

 

이 성경 말씀에 음악을 입힌 작품이 바로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의 오라토리오(Oratorio) ‘사도 바오로’(Paulus, op.36)이다.

 

‘오라토리오’(Oratorio)는 성 필립보 네리(Pilippo Neri, 1515~1595)의 행적에 기인한다. 네리 신부는 1575년 로마에 오라토리오 협회(Congregazione dell’Oratorio)를 조직하여 평신도들에게 강론과 영적 훈련을 실시하였는데, 쉬운 말로 된 시(詩), 이탈리아 가사의 쉬운 음악, 자연 단선율 음악을 지어 사용하였다. 이때 성 필립보 네리가 활동한 장소를 오라토리움(Oratorium)이라 불렀다.

 

이런 오라토리오가 성행하자 차차 귀족과 문화인들도 오라토리오를 애호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라틴어 가사에 다성 음악의 모테트(Motetus)로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오라토리오’는 성 필립보 네리가 사용하던 ‘장소’였는데, 점차 거기에서 연주되는 ‘음악’을 의미하게 되었고, 음악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라틴어 가사에 모테트 음악을 주체로 하고 단선율 음악도 섞인 형태가 되었다. 라틴어 오라토리오를 처음 작곡한 쟈코모 카리시미(Giacomo Carissimi, 1605~1674)부터 꾸준히 발전해 나갔다.

 

멘델스존은 자신의 오라토리오 “사도 바오로”의 가사를 독일어 성경에서 직접 인용하여 두 부분으로 구성하였는데,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사이에 성경의 다른 부분들이 적절히 삽입되어 그 의미를 심화시킨다.

 

낭송(Rezitativ) 부분이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에 의해 다양하게 연주되며 기존의 잘 알려진 코랄(Choral) 4곡이 포함돼 중간 중간에 연주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합창(Chor), 낭송(Rezitativ), 아리아(Aria) 혹은 아리오소(Arioso), 이중창(Duett) 등으로 이뤄진다.

 

이 오라토리오 첫 부분은 서곡(Overture)으로 시작되어 합창(사도 4,25. 26. 29)으로써 이야기의 전제를 제시한다 : “주님, 주님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십니다. 이방인들이 주님과 그분의 ‘기름부음 받은 이’를 거슬러 일어났습니다. 이제, 주님! 저들의 위협을 보시고, 주님의 종들이 주님의 말씀을 아주 담대히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어 초대교회의 모습(사도 4,32)이 묘사된다 :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이러한 초대교회에서 무엇보다도 스테파노의 활약(사도 6,8. 10. 11)으로 이야기가 집중된다.

 

스테파노는 결국 군중의 모함과 거짓 증언에 의해 체포(사도 6,14)되고, 유명한 설교(사도 7) 후 돌에 맞아 순교(사도 7,56)하게 된다. 이때 마태 23,31의 ‘탄식의 노래’가 소프라노의 음성으로 연주된다.

 

사울(Saulus)은 초대교회를 지독히도 박해하던 사람으로서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고,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울이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하고 묻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사도 9,3~5)라는 소리를 듣고 회심하게 되었다. 이에 하나니아스를 만나 주님의 사도로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였다.

 

둘째 부분은 사도 바오로가 바르나바와 함께 수행한 선교활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사도 13~14). 바오로 역시 주님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온갖 박해와 고초를 당하게 되고, 또한 그를 돌로 쳐 죽이라는 군중의 모함도 겪어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바오로는 신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예루살렘을 향하여 떠나고, 신자들은 더 이상 바오로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다(사도 20,38). 이어 마침 합창(2티모 4,8; 시편 103,1. 20)으로 오라토리오는 결론에 이른다.

 

“그(바오로)에게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나타나시길 애타게 기다린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생각해 주시고, 우리를 축복해 주셨습니다.

 

주님을 찬미하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라. 내 안의 모든 것들아, 그분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미하여라. 주님을 찬미하여라. 주님의 천사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Tip

 

오라토리오 ‘사도 바오로’는 ‘엘리야’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보는 멘델스존의 종교음악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엘리야’와 함께 독일 오라토리오의 수준을 하이든의 ‘천지창조’와 ‘사계’ 등까지 끌어올린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멘델스존 자신 또한 이 작품 덕분에 19세기 오라토리오 작곡가 대열에 올라섰다.

 

멘델스존은 유다교에서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면서 3여 년에 걸쳐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멘델스존의 지휘로 1836년 5월 22일 뒤셀돌프의 라인 음악축제에서 초연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영어로도 번역돼 영국의 여러 도시에서 순회연주됐으며, 독일의 주요 도시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다.

 

멘델스존은 오라토리오 ‘사도 바오로’를 작곡한 10년 후 오라토리오 ‘엘리야’를 다시 세상에 내놓았으며, 연이은 3부작으로 구상했던 ‘그리스도’는 안타깝게도 미완성으로 남기고 숨을 거뒀다.

 

‘사도 바오로’는 엘리야’에 비해 많이 연주되는 편은 아니지만 음반으로 감상할 때 2시간이 훌쩍 넘는 대작이다. 음반은 ‘엘리야’를 담은 음반과 마찬가지로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고 라 샤펠 로얄 관현악단이 연주한 음반(Harmonia Mundi)이 뛰어난 연주와 음질로 호평받고 있다. 1995년 헬무트 릴링의 지휘, 슈투트가르트 게힝거 합창단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로 녹음된 음반(Hanssler)도 일반적으로 접하기 쉽다.

 

아울러 ‘사도 바오로’ 악보를 원하는 이들은 책 ‘오라토리오 사도 바울(이상훈 역/중앙아트)’을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가톨릭신문, 2008년 4월 20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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