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17)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에 부르는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어머니, 당신의 고통 함께 하렵니다”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은 마리아께서 예수님과 함께 하시면서 겪으셨던 일곱가지 고통(칠고)을 기념하는 날로서, 17세기 초에 대중 신심으로 확산, 정착되다가 1668년 인노첸시오 11세 교황 때 축일로 제정되었다. 성모님의 일곱 가지 고통은 이러하다 : 예언자 시므온의 예언(루가 2,34~35), 성가정의 이집트로의 피난(마태 2,13~15), 성전에 남아있던 예수를 찾아 사흘 동안 헤맴(루가 2,41~52), 골고타로 향하는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 만남(요한 19,16~17),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심(마태 27,35),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 품에 안으심(요한 19,38) 그리고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모심(루가 23,53).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미사에서는 이렇게 성모님께서 겪으신 고통을 입당송부터 시작하여 독서, 복음말씀, 영성체송 등의 전례문을 통하여 묵상하는데, 특히 ‘십자가 밑에 서 계신 성모님’(Stabat Mater)로 알려진 ‘부속가’(Sequentia)를 통해 기념일의 의미를 더욱 깊이 되새길 수 있다. 16세기 수천 곡에 달하던 부속가를 정리하여 트리엔트 공의회는 부속가를 4개로만 확정하였다 : Victimae Paschali Laudes(파스카의 희생께 찬미를, 예수부활대축일), Veni Sancte Spiritus(오소서 성령이여, 성령강림대축일), Lauda Sion(시온이여 노래 불러, 그리스도성체성혈대축일), 그리고 Dies irae(분노의 날, 레퀴엠). 여기에 스타바트 마테르는 1727년 교황 베네딕도 13세(1724~ 1730)에 의하여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미사, 성주간 전 금요일 그리고 시간전례에서 불려지도록 결정되었고, 더불어 레퀴엠이 빠지면서 현재 전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부속가는 4개로 제한되었다. 13~14세기경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기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부속가 스타바트 마테르의 가사는 당시 프란치스코 수도회 지도자인 또디의 쟈꼬뽀네(jacopone da Todi, 1306)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지며(교황 인노센트 3세 · 1216년, 성 보나벤투라의 작품이라는 견해도 있다), 곡은 베네딕도 수도회 수사인 주지옹(Jousion)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십자가 곁에서 비통하게 우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슬픔을 아름다운 비애로 묘사한 이 곡은 20연으로 구성되는데, 1연부터 8연까지는 성모님의 고통을 묘사하고 있으며, 9연부터 20연에서는 이러한 고통에 우리도 함께 참여함으로써 천국 영광의 은총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간구하고 있다. 1. 아들예수 높이달린 십자곁에 성모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2. 섧고설운 슬픔고통 성모성심 칼에찔려 참혹하게 뚫렸네. 3. 독생성자 수난하니 여인중에 복된성모 애간장이 다녹네. 4. 아들수난 보는성모 맘저미는 아픔속에 하염없이 우시네. 5. 예수모친 이런고통 지켜보는 우리죄인 누가울지 않으리? 6. 십자가의 아들보며 함께받는 성모고통 누가슬퍼 않으리? 7. 우리죄로 채찍모욕 당하시는 아들예수 성모슬피 보시네. 8. 기진하여 버려진채 죽어가는 아들보고 애처로이 우시네. 9. 사랑의샘 동정성모 저희들도 슬퍼하며 함께울게 하소서. 10. 그리스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제마음에 불이타게 하소서. 11.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맘속에 주님상처 깊이새겨 주소서. 12. 저를위해 상처입고 수난하신 주님고통 제게나눠 주소서. 13. 사는동안 십자고통 성모님과 아파하며 같이울게 하소서. 14. 십자곁에 저도서서 성모님과 한맘으로 슬피울게 하소서. 15. 동정중의 동정이신 성모님의 크신슬픔 저도울게 하소서. 16. 주님상처 깊이새겨 그리스도 수난죽음 지고가게 하소서. 17. 저희들도 아들상처 십자가위 흘린피로 흠뻑젖게 하소서. 18. 동정성모 심판날에 영원형벌 불속에서 저를지켜 주소서. 19. 그리스도 수난공로 십자가의 은총으로 보호하여 주소서. 20. 이몸죽어 제영혼이 천국영광 주예수님 만나뵙게 하소서. 아멘.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Tip / 부속가는… 부속가란 라틴어로 세쿠엔치아(Sequentia)라고 불리는데, 이는 ‘부속(附續)’, ‘덧붙임’, ‘첨가’ 등을 의미한다. 부속가에 대한 이해를 위해 먼저 중세 음악용어 중 하나인 ‘트로푸스(Tropus)’를 살펴보자. 트로푸스란 원래 ‘비유’라는 뜻이지만, 음악에서는 가사가 빈 선율에 가사를 채워넣는 작업을 말한다. 부속가는 이 트로푸스 작업을 통해 조금씩 덧붙여진 가사가 아름답게 발달하면서 따로 독립된 노래다. 그레고리오 성가 발생 이후 나타난 관습 중 하나는 가사를 그레고리오 성가 가락에 맞추어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양음악사에서 악보가 발견된 것은 9세기경의 기록에서부터다. 즉 악보가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모든 성가를 외워서 전수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한 음절에 긴 선율이 붙은 경우엔 외우기가 힘들었다. 예를 들어 ‘알렐루야’의 경우 ‘야’는 대체적으로 긴 선율을 동반했다. 이 긴, 그러나 가사가 없는 선율을 보다 쉽게 외우도록 돕기 위해 알렐루야에도 가사를 첨가하는 트로푸스 작업이 동반되곤 했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에는 부속가를 ‘알렐루야’ 다음에 서서 불렀으나, 현재는 제2독서에 대한 응답의 의미로 앉아서 부른다. 특히 본문에서 언급한 4가지 부속가 중 예수부활대축일과 성령강림대축일 부속가만 의무적으로 불리고 나머지는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부를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08년 9월 28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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