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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음악 산책21: 메시아를 기다리는 마니피캇 안티폰(Magnificat Antiphon)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4 조회수2,256 추천수2

[쉽게 듣는 교회 음악 산책] (21) 메시아를 기다리는 ‘마니피캇 안티폰(Magnificat Antiphon)’


“오, 내일 주님께서 오실지니”

 

 

아르보 패르트(Arvo Part)는 1935년 에스토니아(Estonia)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초기 음악은 프로코피예프(Prokofiev)와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의 영향을 받았고, 점차로 그레고리오 성가와 르네상스 다성음악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경향을 형성해 나갔다. 자신의 음악에 대해 아르보 패르트 스스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단지 하나의 음이라도 아름답게 연주된다면 충분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의 음, 혹은 고요한 박자, 혹은 정적의 순간이 나를 위로한다. 나는 아주 적은 요소 즉 기본적인 자료들, 3화음, 하나의 특정한 조성만으로도 작업한다.”

 

이러한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 중에서 ‘마니피캇 안티폰’(Magnificat Antiphon)’이 있다.

 

‘O Weisheit’, ‘O Adonai’, ‘O Spross’, ‘O Schluesse Davids’, ‘O Morgenstern’, ‘O Koenig’ 그리고 ‘O Immanuel’ 이렇게 7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대림시기 동안 저녁기도의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의 후렴인 안티폰(Antiphon)으로 불리는 그레고리오 성가에 기원하고 있다.

 

대림시기 후반부인 12월 17일부터 가톨릭 교회의 전례는 ‘오실 구세주’에 대한 급박함을 서둘러 표현하고 기도한다. 미사(Missa)의 고유부분(Proprium)은 주간 단위가 아니라 매일 고유한 기도문으로 구성되며, 시간전례(Liturgia horarum) 중에서 특히 마리아의 노래인 마니피캇(Magnificat)의 후렴인 안티폰(Antiphon)은 구세주에 대한 표상을 다양하게 표현하게 된다.

 

12월 17일부터 12월 23일 ‘주님의 탄생 전야 전날’까지 7일 동안 불리는 이 노래를 O-안티폰(O-Antiphon)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7곡 모두 감탄의 의미로 알파벳 “O” 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O Sapientia(오 지혜시여)’, ‘O Adonai(오 아도나이, 저의 주님)’, ‘O radix Jesse(오 이새의 뿌리여)’, ‘O clavis David(오 다윗의 열쇠여)’, ‘O Oriens(오 동방의 빛이여)’, ‘O Rex gentium(오 만민의 임금이여)’ 그리고 ‘O Emmanuel(오 임마누엘이여)’.

 

이 7곡의 안티폰은 ‘오실 메시아’에 대한 구약성경의 ‘표상’을 구체적이면서도 성경적으로 또한 그 내용상 점층적인 방법으로 제시함으로써 구세주에 대한 희망과 기쁨 그리고 전례 안에서 나타나는 축제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7가지의 성경적 표상을 ‘O’로 시작하여 부르는 첫째 부분과 오시어(Veni)와 우리를 가르치시고 도와달라는 간절함을 나타내는 둘째 부분으로 구성되는 ‘O-안티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7일 : 오, 지혜, 지극히 높으신 이의 말씀이여, 끝에서 끝까지 미치시며, 권능과 자애로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이여, 오시어 우리에게 현명의 도를 가르쳐 주소서.

 

18일 : 오 주여, 이스라엘 집안을 다스리시는 이여, 타는 가시덤불 속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셨고, 시나이 산에서 그에게 당신 법을 주셨으니, 오소서, 팔을 펴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19일 : 오, 이새의 뿌리여, 만민의 표징이 되셨나이다. 주 앞에 임금들이 잠잠하고, 백성들은 간구하오리니, 더디 마옵시고 어서 오시어 우리를 구하소서.

 

20일 : 오, 다윗의 열쇠여, 이스라엘 집안의 홀이시여, 주께서 여시면 닫지 못하고, 닫으시면 아무도 열지 못하오니, 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자를 그 결박에서 풀어 주소서.

 

21일 : 오, 동녘에 떠오르는 영원한 빛, 찬란한 광채, 정의의 태양이시여, 오시어 어둠과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어 주소서.

 

22일 :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 모든 이가 갈망하는 이여, 두 벽을 맞붙이는 모퉁이 돌이시니, 오시어, 흙으로 몸소 만드신 인간을 구원하소서.

 

23일 : 오, 임마누엘이여, 우리의 임금이시요 입법자시며 만민이 갈망하는 이요 구속자시니,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 주 천주여.

 

메시아에 대한 7개의 명칭은 ‘지혜’부터 시작하여 ‘주님’, ‘이새의 뿌리’, ‘다윗의 열쇠’, ‘동녘에 떠오르는 영원한 빛’, ‘만민의 임금’으로 발전하여 결국 ‘임마누엘’로 결론을 맺는다.

 

즉 오실 메시아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으로서 성탄의 가까이 바라보는 대림 제4주일의 영성체송의 내용과 일치한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 23).

 

또한 7개 표상의 라틴어 첫 글자(Sapientia, Adonai, Radix, Clavis, Oriens, Rex, Emmanuel)를 모아 뒷 글자부터 배열하면 “ERO CRAS” 즉 “내일 내가 있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된다.

 

이러한 ‘O-안티폰’의 내용을 아르보 패르트는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언어로써 무반주, 짧은 프레이즈 그리고 길면서도 명상적인 쉼표 등을 사용하여 매우 넓고 깊게 그리고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다.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Tip

 

유럽 교회음악 작곡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아르보 패르트는 초월적이면서도 신비적인 음악의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14세 때부터 자신만의 작품을 작곡해온 패르트는 활동 초기, 실험적인 음악으로 주목받아왔다. 이후 1968년 ‘크레도(Credo)’를 발표하면서 패르트는 자신의 음악세계의 큰 변화를 드러낸다.

 

당시 공산주의 정권의 감시감독 등으로 작곡의 한계를 느꼈던 패르트는 그레고리오 성가와 르네상스 시대 다성음악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14세기에서 16세기 사이에 프랑스의 작곡가 마쇼, 오케겜, 오브레히트, 조스캥의 코랄 작품 등을 연구하면서 패르트는 자연히 이들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 또 러시아정교회에서 쓰는 라틴어나 교회 슬라브어로 종교적인 가사도 쓰곤 했다.

 

1980년에는 서방세계로 망명, 현재까지 독일에 정착해 전업 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에스토니아를 떠나온 그는 ‘요한 수난곡’을 발표하면서 종교음악 작곡에 본격적으로 집중했다. 1980~90년대 작곡, 세계적으로 널리 연주되는 곡으로는 ‘테 데움(Te Deum)’과 ‘마니피캇(Magnificat)’, ‘산상수훈(The Beatitudes)’ 등이 대표적이다.

 

패르트의 음악은 영화 ‘생활의 발견’, ‘텐 미니츠 : 첼로’ 등 다양한 영화에 삽입돼 일반인들의 귀에도 익숙한 곡이 많다. 그의 음악세계와 인간적인 면모를 한눈에 접해보고 싶은 이는 한번쯤 다큐멘터리(DVD, Ideale Audience, 104분)를 봐도 좋을 듯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가 도리안 수핀이 5년간 패르트의 일상을 꼼꼼히 담아낸 작품으로, 작곡활동은 물론 천진하면서도 인간적인 패르트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상과 2002 패르누 국제 다큐멘터리 & 인류학 필름 페스티벌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가톨릭신문, 2008년 12월 14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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