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가톨릭 성가 116번: 주 예수 바라보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02 조회수3,287 추천수0

[계절의 성가] 가톨릭 성가 116번 "주 예수 바라보라"

 

 

보통 예수 부활 대축일은 4월에 있습니다만, 금년에는 3월 23일로 무척 이릅니다. 그래도 올해 3월은 부활시기보다는 사순시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특히 성주간도 있어서 유명한 수난성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가톨릭성가집에 116번으로 수록되어 있는 ‘주 예수 바라보라’입니다.

 

이 성가는 바흐(J.S. Bach, 1685-1750)가 그의 대작인 마태오 수난곡에 4성부 코랄로 편곡해서 사용하여 전 세계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 되었고, 또 대부분 바흐의 창작선율이며 수난곡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성가책에도 곡의 오른쪽 위에 애매하게 적혀 있듯이 이 선율은 하슬러(Hans Leo Hassler, 1564-1612)라는 가톨릭 음악가가 1601년에 썼습니다. 선율의 역사가 우리가 알고 있던 바와 다른 것처럼 가사의 역사도 상식적인 추측을 벗어납니다. 본 가사는 1250년에 뢰벤(Arnulf von Loewen)이라는 분이 쓴 라틴어 시 ‘피로 더럽혀진 얼굴이여(Salve caput cruentatum)’를 가지고 1601년에 독일어로 번역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바흐가 사용한 가사도 독일어로 ‘오, 피와 상처가 가득한 얼굴이여’이고,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주 예수 바라보라, 정성된 맘으로. 거룩한 머리 위에 피땀이 흐르며’로 조정되었습니다. 또 앞에서도 암시했듯이 이 선율은 꼭 수난곡의 성격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흐는 그의 작품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서도 이 선율을 다른 가사와 다른 화음 편곡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럴 때에는 같은 선율이라도 다른 기분을 가지고 노래해야 마땅하겠습니다.

 

무릇 모든 성악곡은 가사의 시적인 분위기가 선율에 깊이 배어있어야 좋은 곡입니다. 그러나 이 코랄처럼 여러 절의 가사가 있을 때 모든 절에 다 어울리는 선율을 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대개 첫 절의 내용에 어울리게 작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1절을 부를 때와 2, 3절을 부를 때 늘 같은 기분으로 노래해야 한다는 말은 억지입니다. 실제로 바흐의 마태오 수난곡에서 이 코랄을 들어도 각 절을 각기 다른 분위기로 노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성가를 부를 때도 이 점을 크게 참조해야 잘 부를 수 있겠습니다. 1절을 부를 때는 가사 내용처럼 비통한 마음으로 부르는 해석이 옳겠습니다. 하지만 2절에서는 ‘만왕의 왕인 예수, 면류관이라야 당신의 머리위에 마땅하시거늘’의 가사 내용을 살펴본다면 더 당당하고 힘 있게 부를 수 있겠습니다. 3절은 참회의 마음으로 부르고, 4절은 조용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사순절은 그 자체가 가치 있다기보다는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으로서 중요합니다. 이처럼 사순절의 성가도 역시 부활의 환호를 준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알렐루야 환호를 마음껏 외칠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주 예수 바라보라’를 불러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8년 3월호, 백남용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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