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70번 "로사리오의 기도" 1990년대 발칸 반도는 여전히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온 나라가 일어나 싸우는 전면전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국지전 때문에 밤새 이웃의 집이 폭탄으로 불타 없어지기도 하고, 외출 나간 가족과 친지들이 주검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그야말로 폭력과 공포의 시대였습니다. 삶과 죽음이 바로 눈앞에서 공존하는 불안한 때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전쟁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폭탄 소리와 총성이 들리지는 않게 된 어느 해, 저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짜그랩(Zagreb)으로 합창 연주를 떠났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독일 교회음악 학교의 학생들과 독일 어느 한 성당의 성가대로 구성된 우리 연주단은 버스로 13시간 이상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든 단원들은 현지 신자들의 집에 나뉘어 홈스테이(Homestay, 체류국의 일반 가정에서 지내기)를 하면서 그들의 가정과 그들이 가진 구체적인 문화를 조금이나마 익힐 수 있었습니다. 동네 청년들과 어울려 술집에 가서 잡담도 하고, 크로아티아의 간단한 인사말도 배우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소박함과 가톨릭 신앙에 대한 충실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연주회 당일! 우리는 우선 주교좌성당에서 주교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 중에 성가를 부른 후, 오후에 합창 연주회를 공연해야 했습니다. 주교좌성당은 미사에 참례하려는 신자들로 북적거렸고, 신자들은 검소하고 평범한 옷차림으로 미사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여자 신자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미사보가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착용하는 머리 수건을 정갈하게 쓰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미사가 시작되고 우리는 연습한 미사곡들을 부르며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봉헌 예절이 시작되었는데, 순간 귀에 익은 성가 멜로디가 들려 왔습니다. 바로 ‘로사리오의 기도’였습니다. 원래 브리타니아 성가로,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이 성가는 특히 노래 뒷부분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가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로사리오의 기도’가 울려 퍼지자 남자 신자들은 손을 뻗어서, 여자 신자들은 머리에 쓰고 있던 머리 수건을 모두 벗어서 공중을 향해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성당 안은 주님을 향해, 그리고 성모님을 향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손과 머리 수건을 흔들어대는 열성팬(?)으로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 전쟁의 아픔과 삶의 고단함을 안고 살아가던 크로아티아 신자들은 가톨릭 신앙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주님만이 의지할 수 있는 바위이며 구원이시고, 성모님만이 진정한 어머니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을 향해, 성모님을 향해 손짓하며 자신의 기도와 애원을 봉헌하는 것이었습니다. 로사리오의 성모님! 천사의 말씀 그대로 예수님을 잉태하여 엘리사벳을 방문하시고,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어머니! 로사리오의 성모님! 당신 아드님께서 겟세마니에서 피땀 흘리고, 무참히 매 맞으시고 가시관 쓰신 채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는 것을 지켜보셔야만 했던 어머니! 로사리오의 성모님!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시어 성령을 보내주신 당신의 아드님에 의해 하늘로 올라가시어 천상의 화관을 받으신 우리의 전구자이신 어머니! 미사는 계속되었고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신 그들은 다시 한 번 주님께, 성모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리에 무릎을 꿇은 채로, 다른 어떤 이들은 성당 옆면에 마련된 작은 제대에 몸을 기댄 채로,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성모상 아래 엎드려 하염없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과 그들의 신앙은 오롯이 하나였습니다. 로사리오 성월인 10월! 하느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전구해 주시는 우리의 기도는 아드님께서 절대로 거절하시 않으신다는 확실한 믿음으로 우리도 묵주기도를 바치며 함께 노래합시다. “아베 아베 아베 마리아!”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09년 10월호, 최호영 신부(가톨릭대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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