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이야기] 대림 - 성탄시기의 성가 선곡
이제 곧 다가 올 예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기 위하여 본당의 성가대들이 분주할 때입니다. 성가대 관계자들은 대축일에 사용할 미사곡을 정하고 신부님과 상의도 해야 하고 부족한 단원은 어떻게 보충할 것인지, 연습일정을 조정하느라고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저는 곧 맞이하게 될 대림과 성탄시기의 음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준비합니다. 우리 교회 안에서도 음악 전공자들의 활동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많은 본당에서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신자나 수도자들이 성가를 뽑고 연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설령 음악을 전공하였다 하더라도 전례음악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전례시기와 축일에 맞추어 음악을 선곡하기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음악봉사자들의 첫 번째 임무가 회중으로 하여금 주님께 기도하고 노래로 찬미하도록 돕는 것이라면, 미사 전례를 위한 음악의 선택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탄시기와 음악
성탄시기라 하면 우리는 단순히 성탄절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탄시기는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와 성탄 대축일, 그리고 성탄 후 주님께서 이방인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시는 공현시기도 함께 포함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 말은 이 모든 시기를 한 묶음으로 생각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주기에 적합한 노래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여 선곡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찬미가의 가사들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가사들은 가끔 전례기도문(입당송, 본기도, 영성체 후 기도)보다 더욱 강력하고 기억해야 할 만한 신학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신학적인, 그리고 전례적인 초점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성가집에 대림시기로 분류되어 있는 노래라 하여 대림시기 동안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은 성탄노래나 주님의 공현때 부르는 노래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1) 대림시기의 성가 선곡 : 교회 전례력은 대림시기를 두 부분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 분류에 따라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대림시기 동안에는 대영광송을 노래하지 않으며 오르간과 다른 악기들의 사용은 오직 성가반주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십시오.
㉠ 대림 제1주일 ~ 12월 16일까지의 주일
이 시기는 주님의 제2의 대림과 관련하여 종말론적인 희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때에는 ‘베들레헴의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에 집중하는 시기가 아니기에 성탄절에 태어나실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가사는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는 역동성과 이미지를 표현하는 가사여야 어울립니다. 다시 말하면 이 시기에 사용하는 노래의 이미지는 ‘탄생’이 아니라 ‘대림’입니다. 가사는 우리에게 한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성인(成人)이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재림, 경고, 영광, 심판, 그리스도, 이런 단어들이 종말론적인 이미지와 내용을 포함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단어들이 포함된 가사야말로 대림시기를 시작하는 주간들, 그리고 대림시기 직전 주간들의 내용에 맞습니다.
㉡ 성탄 직전의 시기(12월 17일~24일)
이 시기의 주제는 예수님 탄생의 전례적 기념을 향하고 있습니다. 직접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부르는 노래에서 종말론적인 주제가 완전히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격하게 성탄 노래들을 부를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예수님 탄생의 경축과 그리스도의 제2내림 사이의 긴장을 훌륭하게 표현하는 노래들, 곧 선명한 종말론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면서도 예수님의 탄생을 나타내는 가사를 찾는 것입니다.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 해당일의 입당송과 영성체송의 후렴을 참조하고 묵상해 보는 것이 대림시기에 알맞은 성가를 고르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후렴들은 가끔 그날의 전례를 특징짓는 신학적이고 전례적인 의미를 듬뿍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가사가 포함하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묵상은 가끔 대림시기 동안 어떤 노래가 적당한지를 결정짓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확고한 성탄의 이미지(아기 예수의 탄생, 성모 마리아, 여물통 등)를 가진 대림시기의 노래는 성탄 직전의 시기에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보면 대림시기의 마지막 두 주일(12월 17일 이후)에는 ‘임하소서 임마누엘(『가톨릭 성가』 93번)’을 노래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우리 성가집에 ‘성탄시기’로 분류되어 있는 노래는 23곡입니다. 그리 많지 않는 곡이지만 이 노래들을 다양하게 사용하여야겠습니다. 그렇지만 성탄시기 동안 매일 곡을 바꿈으로써 공동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성탄시기에 사용할 노래 몇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이 시기에 새로운 노래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은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탄시기는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로운 노래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 시기 동안 경축하는 신비들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는 가사와 음악인지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5) 세속적인 대중매체는 상업주의와 다분히 연결되어 있기에 성탄절이 지나면 곧바로 성탄과 관련된 음악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전례에서는 이런 관습을 모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교회에서는 언제까지 성탄 노래를 불러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성탄 노래들은 성탄시기(성탄 팔일 축제)를 통해 확실하게 불리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일단 성탄 대축일이 끝나면 아기 예수님의 탄생 이미지(말구유, 건초, 천사들의 노래 등등)를 사용하는 노래들은 더 이상 부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노래들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주님의 공현 대축일을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성탄 8일 축제가 지나면 여러 가지 주님의 공현 대축일을 경축하는 노래들이 전면으로 나와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가집은 공현 대축일들에 더욱 적합한 노래들을 ‘공현’ 또는 ‘주님의 세례 축일’ 부분으로 세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성가집에는 이에 해당하는 성가가 부록에 단 두 곡(『가톨릭 성가』 486번과 487번)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6) 전례음악은 언제나 신학적으로 옳아야 합니다. 우리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상으로 오심’을 기다립니다. 세속적인 서정시와 이미지들을 포함한 성탄 노래들을 우리 전례에서 불러서는 안 됩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징글벨’, ‘Happy Birthdays’, 그리고 ‘루돌프 사슴코’ 등의 노래는 그리스도교 전례에, 심지어 어린이들을 위한 미사에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성가집에 ‘성탄’ 노래로 분류되어 있지만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가톨릭 성가』 99번) 같은 노래 역시 성탄시기 내내 불러도 좋은지 한 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애독자 여러분들께 성탄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월간빛, 2012년 12월호, 김종헌 발다살 신부(한티순교성지 관장 · 대구가톨릭음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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