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48번 "한 생을 주님 위해" 12월에 우리는 성탄을 맞이합니다. 흔히들 누군가의 생일은 그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도 하지만, 정작 아이를 출산하는 고통을 견뎌야 했던 그 어머니가 축하받아야 하는 날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이 말에 따르면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때이지만, 성모님께도 못지않은 축하를 드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래서 이번 달에는 성모님 성가를 살펴보려 합니다. 바로 248번 ‘한 생을 주님 위해’입니다. 이 성가는 특히 성모 성월에 행해지는 ‘성모님의 밤’에 빠지지 않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가사에서 성모님과 아들 예수님의 관계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지요. 우리 성가책에는 전통선율이라고만 나와 있어서 작곡자도 알 수 없고, 대단히 오래 된 가톨릭 성가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본래 ‘사랑하는 어머니, 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Mother Dear, O, Pray for Me)’라는 제목을 가진, 약 150년 밖에 안 된 성가이며 작곡자도 분명히 이름이 알려진 미국 사람입니다. 작곡자는 1819년에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난 개신교 작곡가 우드버리(Isaac B. Woodbury)입니다. 그는 유명한 성가 작곡자인 메이슨(Lowell Mason, 우리 성가책의 6번 ‘찬미 노래 부르며’, 151번 ‘주여 임하소서’의 작곡자)과 함께 미국 보스턴에서 공부했으며, 파리와 런던에서도 음악 공부를 한 사람입니다. 보스턴으로 돌아와서 음악을 가르치는 한편, 오르간 연주자, 합창 지휘자 등으로 일했으며, 약 700여 곡의 작품과 15권의 성가집, 그리고 14권의 세속 음악 작품집을 출판했는데 가장 유명한 책은 ‘성음악 뉴욕 모음집’으로 당대에 가장 유명한 성가집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1850년에 첫 출판된 이 노래는 ‘자신이 유혹에 빠지거나 차가운 세상에서 냉대 받을 때, 자신과 항상 함께 해 주시고 열심히 기도해 주실 것’을 청하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거실 노래(Parlor music, 당시 미국 중산층이 거실 등에 모여 함께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즉 본래 이 가사의 어머니는 성모님이 아니라 인간적인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었지요. 한편 1563년 예수회에 의해 조직되었고, 1584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3세에 의해 승인된 성모님 신심 단체가 있는데, 오늘날 거의 모든 본당에 조직되어 있는 ‘성모회’입니다. 본래 이름은 ‘성모 성심회’였고, 우리나라에서는 박해시대였던 1846년 11월 2일 다블뤼 신부님에 의해 공주의 수리치골에서 처음으로 조직되었습니다. 이 단체가 미국에서는 1841년에 필라델피아에서 창설되었는데, 1861년에 나온 이 단체의 교본 ‘거룩한 화환(The Sacred Wreath)’에 본래 우드버리가 썼던 가사가 성모님께 대한 기도문으로 바뀌어 처음으로 수록됩니다. 성가로서의 가사는 이 모임의 어느 누군가에 의해 붙여졌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같이 신심 모임에서 성모님께 기도하는 데에 적합한 노래를 찾던 중에 어머니께 바치는 이 노래를 성모님께 바치는 가사로 바꾸어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 곡이 악보와 함께 등장한 것은 1863년에 피터스(William Cumming Peters)라는 당대의 유명한 가톨릭 음악가가 펴낸 ‘베드로의 가톨릭 노래(Peter's Catholic Harp)’에서였고, 그때 제목은 ‘오 동정녀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였으며, 부제(副題)가 ‘성모회 노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성가는 오늘날 거의 모든 본당에 조직된 '성모회'라는 단체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래 인간적인 어머니를 그리며 부르던 이 노래 속에는, 당시 유럽 이민자들이 삶의 애환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사랑하올 어머니, 저를 기억하소서. 그리고 당신 손길을 결코 거두지 마소서. 하늘나라에서 영원히”라고 후렴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대한 간절한 기도로 바꾸어 노래하게 된 것이지요. 우리 성가책의 가사를 쓰신 손복희님은 효성여대 국문학과 출신의 대구 바오로회 수녀님이었던 분으로, 다른 성모님 노래와는 다르게 성모님만을 그리워하며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과 예수님을 밀접히 연관시켜 아름답게 표현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이 시작 전까지 늘 함께 하셨던 어머니, 십자가의 길을 뒤따르며 고통을 함께 나누어 지셨던 어머니, 그리고 온갖 슬픔을 가슴에 간직하며 오로지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의 뜻만을 따라 일생을 사시어 우리의 모범이 되신 어머니 성모님을 기억하고 찬미하며 이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면 좋겠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12월호, 이상철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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