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18번 “주여 당신 종이 여기”
2월은 ‘주님 봉헌 축일’이 있는 소중한 달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심은, 곧 촛불을 밝히고 성전 앞에서 고백하는 우리들의 봉헌이기도 합니다. “주님 당신 종이 여기 있습니다. 오직 주님만을 따르고자 하오니 받아주소서.”
각 수도회에서도 2월, 특히 이 봉헌 축일을 기해 종신선서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자들 역시 고백하고 있습니다. ‘주여 당신 종이 여기’라는 이 성가는, 서품식이나 수도선서식에서 빠지지 않고 불립니다. 마치 수도 성소, 또는 사제 성소를 받은 이들만의 고유 성가처럼 말입니다. 성가의 가사는 마치 수도 성소를 살아야 할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우리가 매일을 주님 앞에서 주님의 뜻에 따라 살겠다는 의지와 사랑의 고백문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는 사제로, 누구는 수도자로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매일 매 시간마다 부르심을 듣고 있으면서 모두가 그 부르심에 응답을 하고 있습니다.
작곡자 이종철 님은 작사가이자 동생인 이분매 님의 수도 성소를 반대했을 당시, 주님께 향한 절실한 마음을 담은 동생의 이 시를 발견하고 곡을 붙였다고 합니다. 주님의 부르심과 응답에 대한 간절하고도 아름다운 이 시는 수도 성소의 허락과 함께 성가로 재탄생하게 되었고 현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곡은 반복되는 소절로 인해 쉽게 부르지만 음정이 까다로운 성가입니다.
이 성가는 음정과 쉼표를 주의해서 불러야 하겠습니다. 같은 음이 반복되는 두 소절과 후렴구로 이루어진 이 성가는 위의 두 소절에서 보듯이 까다로운 ‘만(♭)’의 음정을 익숙한 노래와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렴 직전의 두 번째 ‘따르려 왔나이다’의 음정은 큰 함정을 담고 있습니다. 반복된 두 소절을 노래하다 보니, 후렴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변화된 음정을 의식하지 못하고 똑같이 부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과는 다른 음정을 정확히 알고 바르게 노래해야 할 것입니다.
주의해야 할 쉼표는 먼저 ‘주여 당신 종이’ 하며 나오는 4분 쉼표입니다. ‘주여 당신 종이~’ 하면서 끌고 싶은 흐름은, 그 쉼표를 놓치게 하며 템포까지 늦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쉼표는, 곡의 흐름을 다스리는 중요한 쉼표이기에 꼭 지켜서 노래해야만 합니다. 또 ‘오로지’ 앞의 8분 쉼표는 잠시 숨을 들이쉬고 벅찬 마음으로 오직 주님만을 강조하기 위한 쉼표로 그 부분을 세게 부르라는 f(포르테) 표시로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리게(p, 피아노) 시작한 주님의 종은, 오롯한 사랑의 봉헌을 준비하며, 오직 주님만을 따르겠다는 벅찬 마음을 큰 소리로 강조하여 사랑의 고백을 드립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따라 기쁜 신앙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분 앞에 섰을 때,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며 따라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길잡이, 2013년 2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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