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가톨릭 성가 245번: 맑은 하늘 오월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28 조회수5,652 추천수0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45번 “맑은 하늘 오월은”



노천명 시인의 ‘푸른 오월’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포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 (하략)

또 이해인 수녀님의 ‘오월의 시’는 이렇습니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 (하략)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연초록의 손짓은 어머니의 넓고 따스한 품안을 그리워하게 합니다. 색이 진하면 눈이 지치고 잎이 더 자라면 하늘을 볼 수 없어 연초록의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나봅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욕심 없는 5월 사랑의 계절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까지 모두 담고 있어 감사와 공경의 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5월은 성모님의 달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으로 예수를 낳으시고 우리에게 내어놓으시며 아픔도 슬픔도 소리 없이 삼키신 아름다운 성모님의 사랑은 우리를 낳고 기르신 부모님의 사랑과 참 많이 닮았기에 우리는 성모님을 어머니라 부르고 있습니다. 5월을 마무리할 때면 성모님께 향한 공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성모의 밤을 준비하며 찬미를 드립니다. 그 중에서 성가 ‘맑은 하늘 오월은’은 특히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맑은 하늘 오월은’의 작곡자 람빌로떼(P. Louis Lambillotte, 1796-1855)는 벨기에 예수회 수사이며 작곡자, 교회음악 고문서 학자이자, 특히 가톨릭 성음악의 보고인 ‘그레고리오 성가’의 보존과 부흥운동에 앞장서서 활약했던 분으로 성모신심이 깊은 분입니다. 가톨릭 성가책에는 ‘245번 맑은 하늘 오월은’을 비롯하여 ‘188번 천사의 양식’, ‘251번 무변해상’, 264번 ‘그 외아들’ 등 여러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엄하고 힘차면서도 성모님의 자애로우심과 한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살베 레지나’(Salve Regina) 또한 그의 곡입니다.

6/8박자의 이 곡은 6박자라 해서 6박을 노래하면 너무 느리고 또 반으로 나뉘어 두박자로 노래하면 너무나 빠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충분히 감사와 찬미, 기도를 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 두 박자 계통의 겹박자인 이 곡은 그러므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빠르기를 노래하며, 밀고 당기듯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더욱 그 느낌이 살아날 것입니다. 또한 8번째 마디는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며 마치 후렴구처럼 나타내어 음률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하늘같은 주의 사랑’의 최고의 ‘레’음을 노래할 때는 계속해서 끌어주려고 하는 심리가 생기지만 특별히 주의하여 길어지지 않도록 노래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게 흘러가는 이 곡은 우리가 쉽게 부르고 접할 수 있는 곡이나 5월 한 달만 부를 수 있으니 매우 아쉬운 곡입니다. 항상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시는 성모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하며 정성껏 마음을 모아 찬미드려야 하겠습니다.

[길잡이, 2013년 5월호, 김우선 마리 휠리아 수녀 (노틀담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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