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를 위한 음악, 음악을 통한 전례] (10) 미사 (3) 통상부분(Ordinarium) ③
가사 선율 완벽 조화 ‘교황 마르첼로 미사곡’
- ‘교황 마르첼로 미사곡’을 작곡한 팔레스트리나(Giovanne Pieruigi da Palestrina).
■ 팔레스트리나의 교황 마르첼로 미사곡(Missa Papae Marcelli)
팔레스트리나(Giovanne Pieruigi da Palestrina, 1525~1594)가 작곡한 100곡 이상의 미사곡 중에서 ‘교황 마르첼로 미사곡’은 그의 작곡 기법 발전과정에서 후기에 속하며 특히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즉 가사와 선율의 완전한 조화를 통해 인간이 지니는 숭고한 감정의 가장 깊고 깨끗한 면을 음악으로써 구현하였다.
이 미사곡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약 3 주간만 재임하신 마르첼로 2세 교황(1555.4.9.~5.1.)께서 즉위하신 직후 성금요일에 팔레스트리나의 지휘로 불려진 성가를 들으신 후, 성가는 ‘들을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audiri atque percipi posset) 작곡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팔레스트리나는 6성부의 미사곡을 작곡하였고 교황을 기억하는 의미로 ‘교황 마르첼로 미사곡’이라고 이름지었다.
또한 트리엔트 공의회는 당시의 교회음악에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던 세속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나아가 가사의 이해를 더욱 용이하게 하도록 지시하였다. 즉 다성음악이 계속적으로 잔류하면서 단지 그 폐단만을 없애도록 하였다. 이러한 가르침에 대하여 팔레스트리나는 전에 작곡하였던 ‘교황 마르첼로 미사곡’을 연주하였고, 이 미사곡이 공의회의 원의에 부합한다는 긍정적인 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미사곡이 당시에 다성음악을 파문의 선고에서 구해냈다고 평가하는 이야기는 지나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자비송(Kyrie)은 처음부터 독립된 각 성부가 화성적으로 완전하게 조화를 이룬다. 대영광송(Gloria)은 가사의 내용에 따라 각 부분이 명료하게 구별되며, 마지막 ‘아멘’(Amen)은 각 성부의 화려하고 풍성한 선율로써 마무리된다. 신경(Credo)은 전체적으로 믿음을 선포하는 분위기이며, 특히 “못박히시고” 부분(Crucifixus-non erit finis)은 4성부의 코랄형식으로 축소된다. 거룩하시도다(Sanctus)의 ‘호산나’ 부분은 특히 화성적으로 진행되며, 4성부의 부드러운 베네딕투스(Benedictus)로 이어진다.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의 세 번째 부분(Agnus Dei-dona nobis pacem)은 7성부로서 카논 형식으로 작곡되었다.
현대의 음악 비평가 마시모 밀라(Massimo Mila)는 팔레스트리나의 음악을 다음과 같이 극찬한다 : “극히 경건한 영혼이, 탁월한 균형 그리고 대위법과 화음의 혼연일치로써 그 (음악적) 형식에 생기를 불어넣을 때는 하느님을 찾아내기 위해 고심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요, 오직 하느님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는 고요한 만족감 속에 즐기게 되는 것이다.”
- ‘교황 마르첼로 미사곡’ 중 자비송(Kyrie).
■ 아리엘 라미레즈의 미사 크리올라(Misa Criolla)
미사 크리올라(Misa Criolla)는 아리엘 라미레즈(Ariel Ramirez)가 작곡한 곡으로서, 남아메리카의 민속음악을 음악적 소재로 삼고 있다. 여기서 미사 제목의 기원인 ‘크리올’ 혹은 ‘크리올료’는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민지 다스리던 곳에서 태어난 백인 혹은 정복자 백인과 흑인 사이의 혼혈을 의미한다.
이 미사곡은 1963년에 카스틸리아어(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중북부 스페인)로 작곡되어 곧 라틴 아메리카의 가톨릭 교회의 승인을 얻어 미사곡으로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40명 이상의 합창단, 솔로 성악가, 오르간이나 피아노, 차랑고, 구에나, 시쿠, 라틴 아메리카의 전통 타악기 등으로 연주된다.
전체적으로 ‘비달라-바구알라’, ‘카르나발리토-야라비’, ‘차카레라 트룬카’, ‘카르나발 코카밤비노’, ‘에스틸로 팜페아노’라는 안덱스 산지의 민속 음악적 요소를 소재로써 황량하고 적막한 고원지대 속에서 하느님께 대한 절실한 의탁과 평화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한다.
미사 크리올라가 갖는 남아메리카의 토속적인 정서와 음악적 소재, 그리고 민속 음악이 갖는 심오한 단순함은, ‘미사곡’이라는 음악적 장르를 넘어 아르헨티나의 역사에 배어있는 아픔과 희망을 가장 절실하게 표현한 기도일 것이다.
■ 루이스 바카로브의 미사 탱고(Misa Tango)
‘탱고’의 근본적인 사상은, 고향을 잃은 감정, 뿌리가 잘려나간 심정, 실향민의 애절함, 그리고 안주할 수 없는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불안정성과 두려움은 결국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불완전성이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결국 하느님께서만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영원한 삶에 대한 그리움과 바라봄일 것이다. 고향을 떠난 개인적인 애절함, 나아가 인간이 가지는 근본적인 불완전성을 ‘탱고’라는 음악적으로 언어로 승화시킨 작품이 바로 ‘미사 탱고’(Misa Tango)이다.
1997년 미사 탱고를 작곡한 루이스 바카로브(Luis Bacalov)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면서 로마에 살고 있기에, 자신의 고향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한 그리움으로 ‘탱고의 리듬’을 끌어안아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 “최초의 나의 생각은 두려움이고, 점차로 그것이 발전해 나간다. 그러면서 탱고가 얼마나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나에게 명확해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종교에도 불구하고, 오직 한분의 신만이 우리 모두를 위해 계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바카로브의 의지대로 아브라함의 믿음을 표현하면서,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다교 모두를 아우르기 위하여 미사 통상부분의 본문 중에 ‘그리스도’라는 호칭대신 ‘주님’, ‘하느님’, ‘하느님의 어린양’의 용어만 사용한다. 아르헨티나의 독특한 악기인 ‘반도네온’이 반주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 최호영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디플롬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 그레고리오 성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음악과 부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8월 18일,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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