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를 위한 음악, 음악을 통한 전례] (12) 부속가 ③ 십자가 아래의 어머니(Stabat Mater) 2
비통하게 청아하게 노래하는 십자가 곁 어머니
■ 그레고리오 성가 Stabat Mater
부속가(Sequentia)로서 Stabat Mater은, 전통적으로 미사 중에 알렐루야에 이어서(sequi : 따라가다) 노래 불려진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전례의 원활한 진행과 복음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살리기 위하여 부속가의 위치가 알렐루야 전으로 옮겨졌다.
미사 전례 중에 부속가를 기도하기 위해서는 기도문을 ‘낭송’하거나 혹은 ‘노래’할 수 있다. ‘낭송’의 경우에는 선창자와 교우들이 교창으로 낭송하거나 부속가 전체를 교우들이 함께 낭송할 수 있다. 부속가를 ‘노래’할 경우에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노래하는 것이 다른 어떤 성가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훌륭한 방법이다.
그레고리오 성가 Stabat Mater은, 총 20연의 가사를 두 연씩 짝을 지어 선창자가 홀수 연을 선창하면 성가대 혹은 교우들이 같은 곡조로써 짝수 연을 응답한다. 같은 방식으로 불려지는 10개의 각각 다른 멜로디는 마지막 ‘아멘’(Amen)으로써 마치게 된다. - 페르골레지(G. B. Pergolesi)의 초상화.
■ 페르골레지의 Stabat Mater 비록 짧은 생애를 살았던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로서 가톨릭 교회음악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4곡의 Salve Regina(2곡은 그의 작품이고, 1곡은 진위성이 의심되며, 다른 1곡은 아마도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그의 이름으로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곡과 더불어 1736년에 작곡된 Stabat Mater은 그의 대표적 작품일 뿐 아니라, 수많은 Stabat Mater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곡이다.
일반적으로 소프라노와 알토가 함께(Duet) 혹은 각각(Solo) 연주하며 총 12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가사와 멜로디의 훌륭한 조화, 소프라노와 알토의 구성과 화음, 현악기와 통주저음의 반주로써 표현되는 역동성과 애절함 등으로써 십자가 곁에서 고통과 비애로 서 계시는 동정 마리아의 슬픔을 절실하게 표현한다.
특히 첫 번째 노래의 첫 4마디 반주 부분에서 제 1 바이올린과 제 2 바이올린 사이의 신비스런 불협화음(2도)이 소프라노와 알토에 의해서 똑같이 노래됨으로써 “고통스런 어머니께서 서 계신다”(Stabat Mater dolorosa)는 가사의 내용을 비통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 노래에서 “육신이 죽을 때, 천국 영광이 영혼에게 베풀어지게 하소서”(Quando corpus morietur, fac ut animae donetur paradisi gloria)라고 노래할 때, 소프라노와 알토, 그리고 제 1 바이올린은 이미 천국 영광을 표현하는 듯하고, 통주저음의 기본 화성과 제 2 바이올린의 16분 음표는 그 영광이 선사하는 역동적인 생명력을 신비스럽게 나타낸다. 결국 힘찬 ‘아멘’(Amen)으로써 장엄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 ‘골고타’, 14세기 후반, 독일(코블렌츠), 성 플로리안 성당.
■ 비발디의 Stabat Mater
‘붉은 머리의 사제’(il prete rosso)로 알려진 안토니오 루치오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는 1703년 사제 서품 직후부터 베네치아의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Ospedale della pieta)의 바이올린 교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작품 특히 450곡 이상의 협주곡을 작곡함으로써 후에 ‘협주곡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었다.
비발디의 Stabat Mater은 총 20연 중에서 1~10연만을 사용하여 9곡으로 작곡하였다. 전 곡이 알토 솔로로 연주되는 이 곡은, 무엇보다도 반주의 간결하고 단순한 진행, 알토 성부의 절제된 깨끗함을 통해 동정녀 마리아의 슬픔이 청아하게 표현된다.
총 9곡의 각 곡이 2~3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강의, 피정, 묵상 등에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 뿔랑의 Stabat Mater
프란치스 쟝 마르셀 뿔랑(Francis Jean Parcel Poulenc, 1899~1963)은 프랑스 현대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이다. 선율을 아름답게 만드는 재능을 타고난 그는 마음과 본능으로 노래하는 것을 더 신뢰하는 모습 속에서 자신의 비범함을 발휘하였다. 뿔랑의 음악은 성악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모차르트(1756~1791), 색채음향의 선구자였던 드뷔시(1862~1918), 신고전주의의 대표 작곡가로서 간결한 형식의 복귀를 주장했던 스트라빈스키(1882~1971), 그리고 절제된 음과 기괴하고 신비적 경향을 보였던 에릭 사티(1866~1925)의 영향을 받았다.
부친의 절실한 가톨릭 신앙의 영향을 받았던 뿔랑은 청년 시절 친한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경험하면서 종교적 곡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검은 성모를 위한 연도’(1936), ‘Stabat Mater’(1950), ‘카르멜회 수녀의 대화’(1956), 그리고 ‘글로리아’(1959~61) 등의 작곡을 통하여 가톨릭 교회음악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총 12부로 구성된 Stabat Mater은 소프라노와 혼성 4부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장엄한 곡으로서, 온음계주의, 빈번한 조바꿈, 복잡한 화성, 복합적 박자 등의 음악적 언어를 통하여 자기 성찰적이고 명상적이며 투명한 소리로써 성모님의 고통을 세밀하고 호소력있게 노래한다. * 최호영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디플롬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 그레고리오 성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음악과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9월 15일,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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