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전례 음악16: 레퀴엠(Requiem)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23 조회수6,642 추천수1

[전례를 위한 음악, 음악을 통한 전례] (16) 레퀴엠(Requiem)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가톨릭 교회는 니체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이 가르치듯 “죽은 이들의 용서와 부활과 내세의 삶을 기다리나이다”라고 고백하고, 또한 사도신경을 통해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고 고백한다.

이러한 신앙에 따라 ‘죽은자들을 위한 전례’(Liturgia defunctorum) 안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통공의 신비 속에서 부활과 내세의 삶을 누리기를 기도한다. 이러한 전례는 ‘미사’와 ‘연도’로 구별된다.

‘레퀴엠’(Requiem)이란 ‘죽은자들을 위한 미사’(Missa in exsequiis)로서, 입당송(Introitus)의 첫 구절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의 첫 번째 단어 ‘Requiem’(안식)에서 유래한다.

미사의 통상부분과 고유부분에 따라 레퀴엠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1. Introitus(입당송), “Requiem aeternam”(영원한 안식을)
2. Kyrie(자비송)
3. Graduale(화답송), “Requiem aeternam”(영원한 안식을)
4. Tractus(연송) 
  1) “Absolve Domine”(주님, 용서하소서) 
  2) “De profundis”(깊은 곳에서)
5. Sequentia(부속가), “Dies irae”(분노의 날)
6. Offertorium(봉헌송), “Domine Jesu Christe”(주 예수 그리스도여)
7. Sanctus(거룩하시도다)
8. Agnus Dei(하느님의 어린양)
9. Communio(영성체송), “Lux aeterna”(영원한 빛을)

모차르트 레퀴엠 중 분노의 날(Dies irae) 자필 악보.


통상부분에서는 대림시기와 사순시기의 평일미사와 같이 대영광송(Gloria)과 신경(Credo)이 생략된다. 즉 축제의 기쁨을 노래하는 대영광송과 주일이나 축일에 고백하는 신경은 레퀴엠에서 제외된다. 또한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에서 “자비를 베푸소서”(miserere nobis)와 “평화를 주소서”(dona nobis pacem) 대신 “그에게 안식을 주소서”(dona eis requiem)와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doma eis requiem aeternam)를 노래한다.

고유부분에 있어서 연송(Tractus)이 알렐루야(Alleluia)를 대신하며, 부속가(Sequentia)가 이어진다. 부속가 ‘분노의 날’(Dies irae)은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 때 공식 전례로 확정되었지만, “장례식은 그리스도인 죽음의 파스카 성격을 더욱 명백히 드러내야”(전례헌장 81항)한다는 정신에 따라 장례 미사에서 생략되었다. 그러나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작곡의 탁월한 주제가 되고 있다.

레퀴엠을 ‘미사곡’으로 작곡하는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상부분에서 ‘거룩하시도다’는 두 부분(Sanctus와 Benedictus)으로 구별되며, 고유부분에서는 ‘화답송’과 ‘연송’이 생략되고, ‘부속가’는 여러 곡으로 나누어 작곡되곤 한다(예. 모차르트는 부속가를 6곡으로, 베르디는 9곡으로 나누었다). 또한 프랑스 전례에서 독특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부속가 ‘Dies irae’의 마지막 절인 ‘Pie Jesu’는 독립적인 곡으로서 ‘하느님의 어린양’ 전이나 혹은 ‘거룩하시도다’의 전반부(Sanctus)와 후반부(Benedictus) 사이에 위치한다. 샤르팡티에(M.-A.Charpentier), 고섹(F.J.Gossec), 포레(G.Faure), 뒤뤼플레(M.Durufle), 그리고 프랑스 계열의 작곡가는 아니지만 모랄레스(Cristobal de Morales), 존 루터(J.Rutter) 등이 그렇게 작곡하였다. Pie Jesu의 가사는 이러하다 : “Pie Jesu, Pie Jesu, Domine, dona eis requiem, requiem sempiternam”(인자하신 예수여, 인자하신 주 예수여, 그에게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여기에 많은 작곡가들이 장례예식의 한 부분인 응송(Responsorium) ‘Libera me’(저를 구원하소서)과 찬미가(Hymnus) ‘In paradisum’(천국으로)를 덧붙여 작곡하였다.

도메니코 베카푸미(Domenico Beccafumi, 1485~1551) 작, ‘고성소로 내려간 그리스도’.
 

■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현대곡까지의 다양한 레퀴엠

그레고리오 성가에서는 특별히 Kyriale 18번(XVIII)으로써 Requiem의 통상부분 즉 Kyrie, Sanctus, 그리고 Agnus Dei가 명확하게 제시되었고, 고유부분은 다양한 발전과정을 거쳐 대체로 10세기에 완성되어, 로마미사곡집(Graduale Romanum)에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 중에서, 전해지는 첫 번째 Requiem은 오케겜(J.Ockeghem/1493)의 곡으로서 Introitus, Kyrie, Graduale, Tractus, 그리고 Offertorium 5부분으로 구성된다. 16세기에는 모랄레스, 팔레스트리나(Palestrina), 빅토리아(Victoria) 등이 작곡한 약 40곡이 전해지는데, 일반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주제로 사용한다.

바로크 시대에는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벗어나 바로크 음악 양식에 의존하는 작품들로서, 비버(H.I.F.Biber), 륄리(J.B.Lully), 샤르팡티에 등을 거쳐 고전시대의 하이든(J.M.Haydn), 모차르트(Mozart), 고섹 등으로 이어진다.

19세기의 Requiem은 전례와 교회적 용도에서 해방되는데, 베를리오즈(H.Berlioz)의 거대한 규모의 드라마적인 작품, 베를리오즈의 드라마적인 성격을 계승하여 오페라적으로 작곡한 베르디(G.Verdi)의 레퀴엠, 죽음을 ‘복된 구원’ 혹은 천상적 평화 속에서의 행복한 잠과 휴식으로 묘사하여 ‘죽음의 자장가’라고 불리는 포레의 작품 등이 있다.

20세기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나타난 다양한 작품들 중에,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직접 사용하여 천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뒤뤼플레의 레퀴엠, 성경에 나타난 라자로의 죽음을 주제로 삼은 하위스(Patrick Hawes)의 Lazarus Requiem, 전례적인 가사와 더불어 오웬(Wilfried Owen)의 시를 텍스트로 사용한 브리튼(B.Britten)의 전쟁 레퀴엠(War Requiem), 그리고 째즈라는 음악적 요소로써 죽음을 삶의 일상으로 끌어들인 린드버그(Nils Lindberg)의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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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영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디플롬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 그레고리오 성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음악과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24일,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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