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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께 찬미 노래를7: 서울 국악성가합창단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15 조회수3,858 추천수0

주님께 찬미 노래를 (7) 서울 국악성가합창단


우리말 말씀이 우리 선율로 불리는 감동

 

 

지난해 10월 수원 분당성요한성당에서 열린 제2회 정기연주회에서 강수근 신부가 서울 국악성가합창단을 지휘하다가 신자들이 화답송을 할 때면 신자석 쪽으로 돌아서서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국악성가합창단


안 배웠지만 우리 뼈와 살에 녹아 있는 가락. 국악이다. 물론 호불호가 엇갈린다. 그렇지만 한번 우리 가락의 맛을 본 이들은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김용실(노엘라, 58)씨도 그랬다. 서양 선율로 성가를 부를 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절절함 때문에 국악 성가에 푹 빠졌다.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서울대교구 국악성가합창단에 입단하면서 처음 국악 성가를 접했지만, 성가 자체가 기도가 되고 찬미가 되고 치유가 되는 체험을 했다.

이런 감동을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안겨주는 서울 국악성가합창단은 요즘 성탄 음악회 연습으로 바쁘다. 평소엔 매주 월요일마다 왕십리성당에서 한차례 해오던 연습을 월ㆍ화ㆍ수요일 세 차례로 늘렸다. '국악 성가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예수 그리스도 고난수도회 강수근 신부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레퍼토리는 15곡이다. 성탄성가 모음과 성모님 일생(국악 성가), 크리스마스 캐럴 모음, 성탄 국악 성가 등이다.

국악성가합창단이라고 해서 국악 성가만 부르는 건 아니다. 서양 선율에 기반하는 성가도 함께 부른다. 이는 국악성가합창단을 이끄는 강 신부의 열린 사고에서 비롯됐다. 국악은 단성부로만 가야 한다거나 국악과 서양음악을 섞어서는 안 된다, 혹은 국악에 서양음악의 화성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다른 작곡가들과는 달리 국악 또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여긴다. 합창단도 발성 자체는 서양식으로 하지만, 밀고 꺾고 당기면서 소리에 맛을 내는 정교한 시김새는 국악식으로 한다. 그래서 서울대 국악과(한국음악과) 출신에 국립국악단 대금연주자로 활약했음에도 강 신부는 다시 교황청 성음악대학에서 공부했고 성가 토착화에 힘을 쏟는다.
 
"서양음악과 국악을 음식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양음식은 뜨겁거나 차지 않고 미지근하거나 부드럽습니다. 반면에 한국 음식은 뜨겁거나 차고 맵거나 짜고 아주 자극적이지요. 음악도 똑같습니다. 서양음악은 부드럽고 세련되고 정제돼 있으며 감미롭고 아름답습니다. 악기도 그에 맞게 개량돼 있고, 기법도 순화돼 있지요. 그렇지만 국악은 토속적 음악 그대로입니다. 투박한 느낌이지요. 그런데 그런 국악에 다들 감동합니다."

단원들은 연습을 하다가도 이처럼 투박한 국악 선율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훌쩍대기도 한다. 이는 성경 말씀, 특히 시편이 우리 가락에 풀려나오는 체험적 감동에서 기인한다. 라틴말 기도문을 가장 아름답게 전달하는 게 그레고리오 성가이듯, 우리말 기도문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건 역시 우리 국악 성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종순(아녜스, 61) 국악성가합창단장은 그 이유를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 말씀이 우리 선율에 실려 나오는 감동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어린이합창단을 포함해 25년간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을 때는 그저 흉내만 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국악 성가 합창을 한 뒤엔 성가를 제대로 알고 느끼며 부르는 맛이 들었다는 것이다. 4년째 국악성가합창단원으로 활동 중인 양경민(요한 에우데스, 33)씨도 "성경 말씀을 우리 가락, 우리 선율에 실어 부른다는데 국악 성가 합창의 매력이 있다"고 귀띔한다.

이런 매력이 있지만, 서울 국악성가합창단이 생긴 지는 그리 오래지 않다. 2010년 1월에 생겨났다. 이에 앞서 광주 한울림합창단, 의정부 가톨릭국악합창단, 수원 한울림합창단 등이 먼저 국악 성가 보급의 씨앗을 뿌렸다. 이렇듯 국악 성가 합창단은 몇 안 되지만 비전은 아주 밝다. 알게 모르게 연주회나 상업광고 등에서 국악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단원들은 "그레고리오 성가는 일부 마니아층에 남겠지만 국악성가는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강 신부는 "아직도 교회음악계에선 국악 성가를 생소하게 느끼지만, 첫 국악 미사곡이 창작된 지 2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성당에선 국악 미사곡을 다 따라부르는 걸 고려하면 국악 성가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내다봤다.
 
[평화신문, 2013년 12월 15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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