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전례 음악18: 7개의 O-Antiphon - 메시아를 기다리는 노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24 조회수3,726 추천수0

[전례를 위한 음악, 음악을 통한 전례] (18) 7개의 O-Antiphon : 메시아를 기다리는 노래


‘오실 메시아’에 대한 희망 표현



‘O-Antiphon’이란 주님의 탄생 전야 전날까지의 7일 동안 즉 12월 17일부터 23일까지 시간전례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의 후렴(Antiphona)으로 불려지는 7곡의 성가로서 ‘Magnificat Antiphon’이라고도 한다.

7곡 모두가 감탄사 ‘O’로 시작되기에 ‘O’-Antiphon이라고 부른다 : 오 지혜시여(O Sapientia), 오 아도나이, 주님(O Adonai), 오 이새의 뿌리여(O radix Jesse), 오 다윗의 열쇠여(O clavis David), 오 동방의 빛이여(O Oriens), 오 만민의 임금이여(O Rex gentium) 그리고 오 임마누엘이여(O Emmanuel).

구약성서에 나타는 메시아에 대한 7가지 표징을 대림 제 2 시기 동안(12월 17일~12월 23일) 매일 하나씩 드러내고 점층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오실 메시아’에 대한 희망과 기쁨 그리고 전례 안에서 나타나는 축제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메시아를 상징하는 7개 명칭의 첫 번째 알파벳을(Sapientia, Adonai, Radix, Clavis, Oriens, Rex, Emmanuel) 뒤에서부터 배열하면(acrostic) “ERO CRAS”라는 문장이 된다. 즉 “내가 내일 있을 것이다”!

이러한 ‘O-Antiphon’은 늦어도 8세기에 그 기원을 둔다. 왜냐하면 알쿠인(Alcuin, 735-804 : 교육자이며 신학자로서 칼 대제의 조언자였다)이나 아말라리우스(Amalarius, 775-850 : 주교, 전례학자)가 이미 이 노래를 알고 있었고, 변동된 텍스트가 이미 800년 이전 영국의 시인 씨네울프(Cynewulf)의 작품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각 노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먼저 메시아를 상징하는 구약성서의 명칭을 감탄사 ‘오(O)’를 동반하여 부른 후, 그 명칭이 갖는 속성을 적절하게 설명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어서 “오시어”(Veni) 우리를 가르치고 도와주시기를 간구한다. O-Antiphon의 가사는 이러하다.

오, 지혜시여(O Sapientia),
당신은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입에서 흘러나오시며,
한 끝에서 한 끝까지 이르시며,
만물을 굳건하고도 부드럽게 안배하시는 분.
오시어 저희에게 슬기의 길을 가르치소서.

오, 아도나이, 저의 주님(O Adonai),
이스라엘 가문의 으뜸이시여,
붉은 빛 불꽃 화염 속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시고,
시나이 산에서 그에게 법을 내리신 분,
팔을 펼치고 오시어 저희를 속량하소서.

오, 이새의 뿌리(O radix Jesse),
만백성의 표지로 서 계시는 분,
왕들의 입이 당신께 달려 있고,
만민이 당신께 간구하오니,
오시어 저희를 구해주소서. 더디 오지 마소서.

오, 다윗의 열쇠(O clavis David),
이스라엘 가문의 왕홀(王笏)이신 분,
여시면 닫을 이가 없고, 닫으시면 열 이가 없는 분,
오시어 죽음의 그늘, 어둠 속에 묶인 채 앉아 있는 이를
옥살이에서 꺼내주소서.

오, 영원한 빛의 떠오르는 광채(O Oriens),
정의의 태양이시여,
오시어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춰주소서.

오, 만민의 임금(O rex gentium),
만민이 갈망하는 분,
둘을 하나로 만드시는 모퉁이 돌이신 분,
오시어 당신께서 흙으로 빚으신 인간을 구원하소서.

오, 임마누엘(O Emmanuel),
임금이시요 법을 세우시는 분,
만민의 기다림, 만민의 구세주이신 분,
우리 주 하느님이시여, 저희를 구원하러 오시옵소서.
 
O Sapientia(오, 지혜시여)의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


■ 아르보 페르트(Arvo Paert)의 Magnificat Antiphon

1935년 에스토니아에서 출생한 아르보 페르트의 초기 음악은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의 영향을 받았으나, 점차로 중세와 르네상스 다성음악과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작곡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단지 하나의 음표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런 하나의 음표, 침묵 속에 울리는 박자, 침묵의 순간이 나를 위로한다. 나는 매우 적은 음악적 요소로 작업한다 … 3화음 혹은 하나의 특별한 조성과 같이 기본적인 요소로 음악을 구성한다.”

아르보 페르트의 ‘마리아의 노래 안티폰’은 그의 음악적 성향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짧은 악구, 긴 쉼표, 서둘지 않는 빠르기, 단순한 화음 등의 음악적 요소를 통해 메시아를 기다리는 차분한 설레임을 종교적으로 표현한다.

*
최호영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독일 레겐스부르크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오르간 디플롬을 받았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 그레고리오 성가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음악과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2월 25일, 최호영 신부(가톨릭대학교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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