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번 나는 믿나이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1-09 조회수5,593 추천수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 1번. 나는 믿나이다


토마스가 부활 예수 만난 감격 가사에 담아



성가를 빼놓고 가톨릭 전례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만큼 전례와 신앙을 풍요롭게 하는 게 성가다. 그런데 우리는 평소 좋아하는 성가, 나름의 애창곡이 있음에도 그 성가를 얼마나 알고 부를까. 「가톨릭 성가」 책에 있는 여러 성가는 만들어지기까지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호부터 교회 음악가이자 작곡가인 이상철(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신부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를 기획, 성가 한 곡 한 곡에 담긴 이야기를 연중 소개한다. 알고 부르면 성가 부르는 의미도 더욱 커지지 않을까.


1번. 나는 믿나이다

가톨릭 성가 1번 ‘나는 믿나이다’는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은 대표적인 성가로 특히 세례와 관계된 예절에서 많이 사용되는 곡 중 하나다. 그러나 사실 이 성가가 만들어진 본래 의도는 성체성사와 더욱 깊은 관계가 있다.

과거 유럽에서는 선율과 가사가 하나의 쌍을 이루지 않고, 각각 독립적으로 만들어져 이리저리 조합되면서 대중 찬미가로 발전했다. 그래서 노랫말에만 제목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와 별도로 자리 잡고 있던 선율에도 각각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게 특징이다.

이 성가의 본래 외국 성가 제목은 ‘Jesus, my Lord, my God, my all (예수님, 내 주님, 나의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이었다. 이 선율의 타이틀은 ‘Sweet Sacrament’, 즉 ‘감미로운 성사’ 혹은 ‘사랑의 성사’였다.

현행 성가책에 이 성가를 작곡한 이로 등장하는 알버트 게레온 슈타인(Albert Gereon Stein, 1809~1881)은 독일 쾰른 출신으로 1833년에 사제품을 받고 여러 본당에서 사목을 하던 교회음악가로 여러 성가책을 펴낸 이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성가가 실린 외국 성가집에는 작곡자가 이 사람으로 나오지 않고, 「로마 가톨릭 소성가집」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 성가집이 출판된 해는 1826년. 이때 슈타인은 17세에 불과했다. 그런데 1893년에 나온 「일반 독일인 전기」에 수록된 슈타인의 저서 목록에도 이 성가집은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성가가 과연 그의 작품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1956년 나온 「정선 가톨릭 성가집」에는 단순히 코랄(합창곡)이라고만 표기돼 있고, 1965년에 나온 「성공회 성가집」에는 작곡 미상으로 독일의 트리어(Trier) 지방에서 1872년에 나온 선율이라고만 소개하는 것을 보면 슈타인이 이 성가 작곡자라고 할 수 없다.

이 성가의 원래 가사를 쓴 이는 영국의 프레드릭 파버(Frederick W. Faber, 1814~1863)로 가톨릭 성가 286번 ‘순교자의 믿음’ 원문 가사를 쓴 사람이다. 그는 성공회 사제였던 아버지 영향으로 성공회 신부가 됐으나 1845년 당시 영국에서 벌어지던 ‘옥스퍼드 운동’의 주역인 뉴먼 추기경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후 그는 새롭게 태동한 영국 가톨릭 교회 대중들을 위한 성가가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많은 성가 가사를 썼는데, 49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약 150여 편을 썼다.

영어로 된 노랫말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는 믿나이다’ 가사는 요한복음 20장 24-29절에 등장하는 토마스의 고백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는 자신의 손과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고 믿으라는 예수님 말씀에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을 표현하고 있다. 바로 이 토마스가 부활하신 예수님과 해후하며 느꼈던 그 감격스러움이 이 성가에 그대로 녹아 있다. 원문 노랫말의 1절은 다음과 같다.

“예수님, 내 주님, 내 하느님, 내 모든 것! 어찌 제가 온전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우리 어찌 우리의 희망과 생각을 뛰어넘는 이 놀라운 선물을 공경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의 성사여! 저희가 당신을 공경합니다! 오, 저희가 당신을 더욱더 사랑하게 하소서!”

이처럼 이 성가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충만한 기쁨, 감격과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미사 중에 다시 만나는 성체 안의 예수님, 그것에 참여하는 감격을 표현한 성가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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