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 116번 주 예수 바라보라
십자가 예수 수난과 고통 섬세히 표현 클래식 애호가들뿐 아니라 일반 교우들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예수님 수난 관련 성가 중 하나가 바로 ‘주 예수 바라보라’일 것이다. 그러나 바흐의 ‘마태 수난곡’에서 사용된 루터파 개신교의 코랄이었던 이 노래가 우리 가톨릭 찬미가에서 기원했다는 점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성가의 선율은 17세기 초 독일의 작곡가 하슬러(H. L. Hassler)가 만들었다. 유명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우크스부르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악장이나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던 음악가였는데, 초기 작품은 가톨릭 작품들이었으나 후에는 루터교를 위한 작품을 쓰기도 했다. 이 선율은 본래 그가 1601년 출판한 노래집 「즐거운 새 독일 노래」(Lustgarten Neuer Teutscher Gesng)에 수록된 ‘내 마음의 혼란’(Mein Gemt ist mir verwirret)이라는 세속의 사랑 노래 선율이었다. 한편 이 성가의 가사는 라틴어 찬미가인 ‘세상의 구원이시여’(Salve Mundi Salutare)에서 비롯됐는데, 이는 한때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가 썼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13세기 빌레라빌르의 시토회 대수도원장이었던 아르눌프(Arnulf von Lwen)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찬미가는 모두 7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각 7개의 지체, 즉 발, 무릎, 손, 옆구리, 가슴, 심장과 얼굴로 구분해서 경배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돼 있다. 이 찬미가를 그대로 이용해 몬테베르디가 칸타타 ‘우리 예수님의 수족’(Membra Jesu Nostri)이라는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또 17세기 루터교 목사이자 찬미가 작가였던 게르하르트(Paul Gerhardt)는 이 찬미가를 독일어로 번역했고, 그 마지막 부분이 가장 유명한 ‘오, 피와 상처로 가득한 머리여’(O Haupt voll Blut und Wunden)이다. 이 번역 가사를 하슬러의 선율과 결합해 노래로 만든 이는 루터교 찬송가집을 펴내기도 했던 독일의 17세기 작곡가 크뤼거(Johann Crger)이다. 그가 친구였던 게르하르트와 손잡고 1656년에 펴낸 찬송가집(Praxis pietatis melica)의 여섯 번째 판에 116번 성가가 독일어 가사로 수록되어 있으며, 이 찬송가는 너무나 유명해져서 바흐, 리스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선율과 가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 성가의 선율에 애초에 붙어 있던 가사는 세속의 사랑 노래였다. 이 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내 마음이 혼란스럽네. 사랑스러운 그녀 때문에. 나는 온전히 갈 길을 잃어. 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다네.” 이런 사랑 노래가 오늘날 우리가 거룩하게 부르고 있는 성가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애초에 사랑 노래의 선율이 성가로 사용된 과정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세월이 흘러 성가로 자리 잡으면 무방한 것일까? 오늘날 간혹 벌어지는 성가에 관한 논란에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성가 116번에는 십자가 위의 예수님께서 겪으셨던 수난과 고통을 그 신체의 부분마다 언급하며 매우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경배하던 깊은 신심이 담겨 있다. [평화신문, 2016년 2월 28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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