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38) 219번 주여 몸과 맘 다 바치오니
허가 없이 편곡했다가 감옥에 간 음악가 - 「제네바 시편집」의 일부. 봉헌 성가에 속하는 이 성가는 프랑스 음악가인 부르조아(Louis Bourgeois, 1510~1560)의 선율에 강청란 수녀님의 창작 가사가 어우러진 곡이다. 가사는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 그리고 그 재현인 미사 중에 다시 봉헌되는 예수님의 몸과 피, 그리고 거기에 합치되는 우리의 정성 어린 봉헌을 받아주실 것을 기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신교 시편의 주요 편집자 이 성가의 선율은 1551년 나왔던 시편 성가집인 「제네바 시편집」에 수록된 선율이다. 르네상스 시대 음악 이론가이면서 이 성가 선율의 작곡가인 부르조아는 16세기에 칼뱅파 개신교의 시편집에 실렸던 선율의 주요 편집자 중 한 사람이다. 이때 실렸던 성가 선율 중 유명한 것이 138번 ‘만왕의 왕’의 선율인 ‘Old 100th’와 오늘 소개하는 성가 219번 ‘주여 몸과 맘 다 바치오니’의 선율인 ‘Old 124th’이다. 시편만 사용해 성가 제작 「제네바 시편집」은 시편을 가사로 하는 노래집으로 1539년 출판돼 이후 몇 개의 판본을 거쳐 1562년 150개의 시편을 모두 수록했다. 종교개혁 당시 칼뱅파 개신교에서는 음악을 대단히 엄격하게 취급해 예배 중에 부르는 노래를 시편으로만 제한했다. 그래서 모든 시편을 대중들이 쉽게 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 이 작업의 결과물이 「제네바 시편집」이다. 219번 성가의 작곡자인 부르조아는 이 시편집의 여러 판본 중 1551년에 나온 「83개의 다윗의 시편들(Pseaumes octantetrois de David)」선율 작업에 참여했는데, 이 판본의 선율 대부분을 그가 작곡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여기고 있다. 칼뱅 중재로 풀려나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이나 다성음악 선율은 최대한 배제하고 새로 선율을 써넣거나 일부 기존 선율을 손봐 수록했다. 이 책이 출판된 뒤 부르조아는 유명한 선율을 허가 없이 변형시켰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힌다. 그 후 칼뱅의 중재로 풀려나게 되지만 그의 악보를 불태우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는 즉시 제네바를 떠나 리옹에 자리 잡게 되는데 그 후 제네바의 출판업자들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딸은 가톨릭으로 개종 아이러니하게도 부르조아는 칼뱅파 개신교의 예배 노래에 큰 작업을 담당했지만, 그의 딸은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1560년 파리로 거처를 옮긴 그는 세속 노래집을 출판했는데 이 노래들은 이미 제네바에서 타락한 형식이라고 비난받았던 노래들이었다. 이 성가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칼뱅파 개신교의 역사와 그 안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했던 음악가의 존재와 그 갈등을 살펴볼 수 있다. [평화신문, 2016년 10월 30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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