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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2-12 조회수8,426 추천수1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3)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상)


대림 시기 성무일도 후렴 모은 성가

 

 

- ‘오! 안티폰’(O Antiphons)을 상징하는 그림.

 

 

대림 시기이다. 이 시기 동안 부르는 성가 중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성가는 아마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성가가 아닐까 싶다.

 

이 성가의 기원은 멀게는 약 8세기쯤부터 불린 그레고리오 성가였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 성가 가사의 기원이 흥미롭다. 우리 교회는 시간전례 저녁 기도에서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를 기도하기 전에 항상 안티폰(현재 성무일도서의 후렴)을 불러왔다. 대림 시기 중 17~24일까지는 특별히 오시는 그리스도를 서로 다른 호칭으로 부르며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짧은 기도문을 사용해왔다. 이를 ‘오! 안티폰’(O Antiphons)이라고 하는데, 각 호칭과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17일 : O Sapientia (오, 지혜, 지극히 높으신 이의 말씀이여, 끝에서 끝까지 미치시며, 권능과 자애로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이여, 오시어 우리에게 현명의 도를 가르쳐 주소서.)

 

18일 : O Adonai (오 주여, 이스라엘 집안을 다스리시는 이여, 타는 가시덤불 속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셨고, 시나이 산에서 그에게 당신 법을 주셨으니, 오소서, 팔을 펴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19일 : O Radix Jesse (오, 이새의 뿌리여, 만민의 표징이 되셨나이다. 주 앞에 임금들이 잠잠하고, 백성들은 간구하오니, 더디 마옵시고 어서 오시어 우리를 구하소서.)

 

20일 : O Clavis David (오, 다윗의 열쇠여, 이스라엘 집안의 홀이시여, 주께서 여시면 닫지 못하고, 닫으시면 아무도 열지 못하오니, 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자를 그 결박에서 풀어 주소서.)

 

21일 : O Oriens (오, 동녘에 떠오르는 영원한 빛, 찬란한 광채, 정의의 태양이시여, 오시어 어둠과 그늘 밑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어 주소서.)

 

22일 : O Rex Gentium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 모든 이가 갈망하는 이여, 두 벽을 맞붙이는 모퉁이 돌이시니, 오시어, 흙으로 몸소 만드신 인간을 구원하소서.)

 

23일 : O Emmanuel (오, 임마누엘이여, 우리의 임금이시요 입법자시며 만민이 갈망하는 이요 구속자시니,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 주 천주여.)

 

이렇게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하는 기도문들을 모두 합쳐서 ‘그레이트 오 안티폰’(Great O Antihons)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임하소서 임마누엘’ 성가는 이 기도문에서 기원한 성가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2월 11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4)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중)

 

7가지 호칭으로 가사 만들어 노래

 

 

- 독일의 찬미가 학자였던 다니엘이 1844년에 「찬미가의 보고(寶庫)」(Thesaurus Hymnologicus)라는 책을 출판해 이 가사의 전통을 잇는다.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성가는 앞선 글에서 소개한 대로 성무일도에서 바치던 기도문인 ‘오, 안티폰(O, Antiphon)’에서 비롯됐다.

 

손더스(William. P. Saunders, 1957~ ) 신부에 의하면 이 안티폰의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보에시우스(Boethius, 480~524)가 이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기원이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8세기에는 로마에서 이 안티폰들을 전례 중에 사용했다. 수도원에서는 널리 불리던 안티폰들이었을 뿐 아니라 당시에 ‘오 안티폰’이라는 것이 마치 관용구처럼 사용됐다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상당히 초창기부터 사용한 기도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 음악원 교수인 그린버그(R. Greenberg, 1954~ )는 베네딕도 수도원에서는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오’에 이어지는 단어들의 첫 글자를 거꾸로 배열하기도 했다. 즉 이 단어들을 ‘Emmanuel, Rex, Oriens, Clavis, Radix, Adonai, Sapientia’로 만들어 첫 글자를 이으면 ‘Ero Cras’, 즉 ‘내가 내일 온다’라는 단어가 된다면서 대림 시기의 의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신학자인 콘넬(Martin Connell)은 ‘오, 안티폰’은 지역이나 교회마다 서로 다른 단어들로 구성되기도 했고, 이런 식의 짜 맞추기는 교회 전통도 아니기 때문에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이와 같은 7가지의 호칭으로 성가 가사를 만들어 노래로 부르기 시작한 때는 대략 12세기께부터다. 그런데 현재 이에 대한 최초 기록은 1710년에 출판된 「가톨릭 시편 노래집(Psalteriolum Cantionum Catholicarum)」 7번째 판이다. 이 책은 예수회 학교에서 사용하기 위해 예수회의 찬미가 학자였던 헤링스도르프(Johannes Herringsdorf, 1606-1665)가 만든 일종의 성가 책이다. 1610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판을 거듭하면서 1868년까지 출판됐다. 이 책은 7개의 호칭 가운데 2개(Radix와 Sapientia)를 생략하고, 마지막 호칭이었던 임마누엘을 제일 앞으로 놓았다. 또 각각 ‘임하소서(Veni)’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4줄짜리 형태로 가사를 정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뻐하라, 이스라엘이여, 임마누엘이 오시리로다’라는 후렴이 덧붙여진 형태로 이 가사를 정착시키게 된다.

 

한편 독일의 찬미가 학자였던 다니엘(Hermann Adalbert Daniel, 1812~1871)이 1844년에 「찬미가의 보고(寶庫)」(Thesaurus Hym- nologicus)라는 책을 출판해 이 가사의 전통을 잇는다. 한편 이 책을 접한 영국의 성직자이자 찬미가 작가였던 닐(John Mason Neale, 1818~1866)에 의해 영미권에도 이 가사가 널리 퍼지게 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2월 18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5) 93번 임하소서 임마누엘 (하)

 

가톨릭 전통과 성공회 갈등 녹아 있어

 

 

- Hymnal Noted의 1851년 악보.

 

 

대림 시기 중 17일부터 24일까지 시간전례 저녁 기도의 ‘마리아의 노래’ 안티폰은 특별히 ‘오’라는 감탄사로 시작한다. 오시는 그리스도를 7가지의 서로 다른 호칭으로 부르며 기도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17~19세기 출판된 「가톨릭 시편 노래집」(Psalteriolum Cantionum Catholicarum)은 이 안티폰을 바탕으로 5개의 절로 이뤄진 정형화된 찬미가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후 정확한 시점과 작자는 알 수 없지만 ‘체칠리아 운동’(그레고리오 성가 복원을 중심으로 한 교회 음악 쇄신 운동)의 영향으로 생략됐던 2개의 호칭이 추가돼 다시 7개의 가사로 꾸며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 7개의 절을 4주간의 대림 시기에 적절히 배분해 부르는 관습이 있었다고도 한다. 대림 제1주일은 1절과 2절을, 제2주일은 3절과 4절, 제3주일 5절과 6절, 제4주일은 다시 1절과 7절을 부르는 식이다.

 

이렇게 안티폰에서 비롯된 가사가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선율과 합쳐져 나타난다. 이를 선보인 최초의 악보는 1851년 영국 교회 음악가인 헬모어(Thomas Helmore, 1811~1890)가 닐(John Mason Neale, 1818~1866)과 함께 출판한 「Hymnal Noted」(유명한 찬미가 모음집)이다. 헬모어는 이 선율을 리스본의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던 프랑스어 미사곡집에서 가지고 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 전문학자이면서 합창 지휘자였던 베리(Mary Berry, 수도명은 토마스 모어, 1917~2008) 수녀가 1966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15세기쯤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사용하던 전례문에서 이 선율을 발견했다. 여기서 이 선율은 ‘Bone Jesu dulcis cunctis’(모두에게 선하시고 자애하신 예수여)라는 가사와 함께 무덤으로 가는 장례 행렬용 성가의 하나로 수록돼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이 선율은 15세기에 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찬미가는 라틴어의 문학적 특성상 여러 가지 선율과 함께 불리기도 했을 뿐 아니라, 영어 및 독일어로도 번역돼 그에 따라 몇 개의 선율로 사용됐다. 그러나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부르는 이 선율과 합쳐지게 된 데에는 라틴어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영국 사제 닐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성공회 추기경이었다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뉴먼 추기경의 ‘옥스포드 운동’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로마 가톨릭의 라틴 문화와 전례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많은 라틴어 찬미가와 기도문들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로마의 구교회와 성공회를 연결하고자 시도했다. 때문에 성공회 주교에게 14년 동안 직무 정지를 받기도 하는 등 어려운 시절을 겪기도 했다.

 

이 성가에는 우리 교회의 오랜 전통과 닐로 대표되는 성공회의 갈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2월 25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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