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49) 100번 동방의 별
주님 공현 대축일 맞춤 시, 찬미가 되다 - 100번 ‘동방의 별’이 1916년에 최초로 실린 「교회 성가집」 악보. 동방박사들이 따라왔던 동방의 별은 성탄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상징물 중 하나일 것이다.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천체물리학 교수인 그랜트 매튜스는 이 별빛은 기원전 6년 4월 17일에 태양과 목성, 달 등의 천체가 일렬로 정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하며 2007년 12월 21일 이 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이 별을 노래하는 100번 성가의 본래 제목은 ‘아침의 아들들 가운데 가장 밝고 좋으신 분’(Brightest and best of the Sons of the morning)이다. 여기서 ‘아들들’이라는 단어는 이사야서 14장 12절의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이나 혹은 욥기 38장 7절의 ‘아침별들이 함께 환성을 지르고 하느님의 아들들이 모두’를 배경으로 한다. 루터교에서는 ‘아들들’을 ‘하느님의 아들 예수’와 혼동하지 않도록 성탄 시기에 맞게 ‘별들(Stars)’로 바꿨다가 ‘별에 대한 숭배’ 사상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하면서 다시 ‘동방의 별들’로 바꾸기도 했다. 이 때문에 100번 성가는 성가집에 실렸다가 빠졌다가를 반복했다. 이 가사는 영국 성공회의 주교였던 헤버(Reginald Heber, 1783~1826)가 쓴 시이다. 영국 말파스에서 출생해 어려서부터 라틴 문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는 1807년에 영국 성공회 사제로 서품 후 아버지가 사목하던 호드넷의 가족 영지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당시 이곳에서 신자들은 전례 중에 시편만을 단순하게 노래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일상 기도문에도 적합하면서 전례를 풍부하게 꾸밀 수 있는 새로운 찬미가(성가 가사)를 만들고 싶어졌다. 이에 그는 월터 스콧과 헨리 밀란과 같은 시인들을 초대해 함께 찬미가로 쓸 많은 시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출판하고자 했다. 하지만 아직 찬미가집(Hymnal, 성가의 가사만을 모아 놓은 책)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당시 교회 분위기 속에 런던의 주교는 이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주님 공현 대축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이 시는 결국 1811년 11월 11일에 찬미가집이 아닌 「크리스천 옵저버」란 잡지에 처음 실렸다. 이 시는 직접적인 종교적 용어를 피하면서 시적 표현을 통해 대중들을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대한 찬미로 유도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결국 이 시는 헤버가 인도에서 주교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827년에야 비로소 찬미가집에 수록되었다. 이 시에는 약 20개 정도의 선율이 사용되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선율은 하딩(James P. Harding, 1850~1911)이 1892년 6월 만든 ‘동방의 별’이라는 선율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성가책 100번 성가의 선율이 됐다. 이 시와 선율은 1894년 처음 함께 사용되었고, 1916년에 「교회 성가집」이라는 책에 악보로 출판됐다. 우리 성가책에는 1절이 다시 반복되는 5절을 빼고 본래 가사에 바탕을 둬 시적으로 번역해 수록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월 22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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