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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07번 천사의 찬송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12 조회수5,521 추천수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51) 107번 천사의 찬송 (상)


부활 성가 · 축제 노래로 널리 불려

 

 

‘천사의 찬송’ 가사를 쓴 영국의 작사가 찰스 웨슬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성탄 성가 중 하나인 107번 ‘천사의 찬송’은  성탄 시기만 되면 각종 매체를 통해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캐럴이다.

 

 

감리교 운동 이끈 성공회 신학자

 

이 성가의 원제목은 ‘들으라, 저 선포자 천사들의 노래를(Hark, the Herald Angels  sing)’이다. 가사는 영국의 C. 웨슬리(Charles Wesley, 1707~1788)가 썼다. 그는  성탄절에 영국 런던에서 교회를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 들려오던 교회 종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아 가사를 썼다고 한다.

 

그는 감리교 운동을 주도한 영국 성공회 신학자이면서 찬송가를 쓰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약 4500곡 이상의 찬미가와 3000여 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C. 웨슬리는 자신의  형제인 J.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 화이트필드(George Whitefield, 1714~1770)와  함께 ‘옥스퍼드 신성클럽(Oxford holy club)’을 결성하면서 첫 번째 ‘감리교인들’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결별하고 영국 성공회로 돌아갔다.

 

 

멘델스존 작곡 버전 성가로 친숙

 

C. 웨슬리가 쓴 가사는 1749년 J. 웨슬리가 출판한 찬미가 모음집 「찬미가와  성시들(Hymns and Sacred Poems)」 2판에 수록돼 처음 출판됐다. 이후 본래 4개 행을  가진 10개의 절로 구성돼 있던 이 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1833년 런던에서 출판된  「예전과 오늘날의 크리스마스 캐럴들(Christmas Carols, Ancient and Modern)」에는  5개의 절로 구성돼 나왔다가 현재는 3개의 절로 요약된 가사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가사에 붙여진 선율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C. 웨슬리가 썼던  부활 성가인 ‘주 그리스도께 오늘 다시 사셨다(Christ the Lord is risen today)’가  있다. 이 선율은 학자들의 연구로 그 기원이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온 것으로 밝혀졌는데,  가사에 잘 맞지 않는 선율로 평가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영국 음악가 커밍스(William  H. Cummings, 1831~1915)가 1855년 붙였던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의 선율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107번 성가의 선율이다.

 

 

인쇄술 발명 400년 축하곡

 

멘델스존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곡을 위촉받아  1840년 이 곡을 썼고, 곡은 그해 7월 24일 라이프치히의 시장(市場)에서 초연됐다.  출판사가 붙인 제목은 ‘인쇄술 발명을 기념하는 축제 노래(Festgesang zur Saekularfeier  der Erfindung der Buchdruckerkunsty, WoO 9)’다. 남성 합창과 두 개의 관악 합주의  웅장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작품은 총 4곡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두 번째  곡인 ‘조국이여, 당신의 땅에서(Vaterland, in deinen Gauen)’의 선율이 이 성가의  선율로 사용됐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2월 12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52) 107번 천사의 찬송 (하)


행진곡 될 뻔했던 노래 '캐럴' 됐네

 

 

- ‘천사의 찬송’ 선율에 가사를 붙였던 영국의 교회 음악가 커밍스.

 

 

107번 성가 ‘천사의 찬송’ 선율은 낭만 시기 독일의 작곡가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이 썼다. 1840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400주년을 기념해 위촉받아 만든 작품인 ‘축제노래’(Festgesang, ‘구텐베르크 칸타타’라고도 함)에서 비롯됐다. 이 작품은 두 개의 루터교 코랄을 포함해 모두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두 번째 곡인 ‘조국이여, 당신의 땅에서(Vaterland, in deinen Gauen)’에서 사용된 선율이 107번 성가에 사용됐다. 이 성가는 1856년 처음 출판된 이후 여러 찬송가집에 수록되면서 계속 애창돼 왔다.

이 선율에 웨슬리의 가사를 붙였던 이는 1847년 런던에서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가 초연될 때 소년 합창단원으로 참여했던 영국의 커밍스(William H. Cummings, 1831~1915)다. 교회 음악가이기도 했던 그는 멘델스존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이 선율을 이용해 찬미가를 만들었지만, 사실 멘델스존은 애초에 이 선율이 성음악을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선율은 초연 당시 광장에서 두 개의 금관 합주를 반주로 약 200명의 남성합창단이 불렀다.

이에 대해 멘델스존은 “이 선율은 교회를 위한 음악으로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군인다운 절도감이나 쾌활한 여성 같은 모습이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행사나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늘날 불리는 이 성가의 원어 가사는 실제로 웨슬리가 썼던 것과는 다소 다르다. 제목도 본래 ‘들으라, 선포자 천사의 노래를(Hark, the Herald Angels sing)’이 아니라 ‘들으라, 온 창공에 울려 퍼진다(Hark, How All the Welkin Rings)’였다. 제목을 바꾼 이는 웨슬리의 동료였던 화이트 필드였는데, 그는 몇 개의 단어를 더 바꿈으로써 애초에 웨슬리가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변형시켰다. 웨슬리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1780년 출판된 「찬미가들과 성시들(Hymns and Sacred Poems)」의 서문에서 그의 형 J. 웨슬리가 밝히기를 “나는 다른 이들이 그럴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나와 내 형제의 이 시들을 변형시키지 말고 그대로 둘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107번 ‘천사의 찬송’은 선율에 있어서나, 가사에 있어서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역설적인 사실을 품고 있는 성가다. 그럼에도 성가는 오늘날 중요한 성탄 성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1918년 이후 매년 개최하고, BBC에서 중계하며 새 캐럴들이 발표되기도 하는 ‘캐럴 축제(Festival of nine lessons and carols)’에서 ‘옛날 임금 다윗성에(Once In Royal David‘s City)’와 함께 고정적으로 연주되는 캐럴이 됐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2월 19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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