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가톨릭 성가 142번: 오소서 성령이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04 조회수10,319 추천수0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142번 “오소서 성령이여”

 

 

찬미 예수님!

 

이달의 성가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아 가톨릭 성가 142번 <오소서 성령이여>로 정했습니다. 이달에는 곡 자체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성가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소서 성령이여>는 ‘성령칠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로 이루어진 이 곡은 ‘성령칠은’을 직접 나열하며 가르침을 줍니다. 성가로 교리를 가르치는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 곡입니다. 1절 ‘슬기’, 2절 ‘통달’, 3절 ‘의견’, 4절 ‘용기’, 5절 ‘지식’, 6절 ‘효성’, 7절 ‘경외’가 직접적으로 열거되기에, 이 곡을 즐겨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성령칠은’을 알게 됩니다. 이어서 성령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곡은 성음악의 올바른 의미와 목적을 보여 주는 전형적인 예시가 됩니다. 바로 ‘성가는 가사가 중요하다.’라는 것입니다. 성가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를 의미합니다. 이 곡의 경우,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성령에 대해 배우는 것입니다. 성가는 이렇듯 가사가 굉장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자주 잊곤 합니다. 오히려 음악을 잘 안다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오류에 잘 빠진다는 사실은 참으로 모순적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음악의 위험성과 그 유용성의 체험 사이에서 되똥거리면서도 (결정적인 의견을 말함이 아니옵지만) 교회의 가창제도가 좋다는 점에 더욱 마음이 쏠리는 것입니다. 여린 마음이 음악을 통하여 경건한 정서로 승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오나 내 경우에 있어 가사의 내용보다 곡조에 더욱 끌려갔다면 벌 받을 죄를 지은 것으로 고백합니다. 따라서 노래를 아니 듣는 편이 나은 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제10권 33장)

 

성인의 성찰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점을 가르쳐 줍니다. 본당 생활을 오래하면서 가끔씩 느끼는 아픔들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하는 성가대 단원끼리 불목하는 모습을 볼 때, 성가를 만들고 부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이권이나 명예 등 사리사욕으로 부딪히는 모습을 볼 때, 의아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가사의 의미보다는 선율의 음악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 성인의 성찰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 봅시다. 그리고 가사의 참 뜻을 묵상하며 올바르게 성가를 부르도록 합시다. “오소서 성령이여, 우리 맘에 오소서. 위로자신 이여. 주님 찾는 슬기를 우리에게 주소서. 맘의 위로자여.”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18년 5월호, 송재영 신부(이문동 성당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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