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찬가’ 언제, 누가 만든 곡일까?
프란치스코 성인 기도 가사로 1973년 제작된 이탈리아 영화 ‘성 프란체스코’ 삽입곡 - 빌모스 아바 노박의 ‘새들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치스코’(1926).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 몸 있음을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잔잔한 선율과 아름다운 노랫말로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 ‘태양의 찬가’(‘피조물의 찬가’로도 불림).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를 바탕으로 한 가사에 곡을 붙인 이 노래는 영성체 후 찬가로도 많이 불리는 곡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인 10월 4일에 즈음한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기념미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곡임에도 정작 이 곡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곡을 실은 음반들도 작곡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거나, 아니면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이 곡의 멜로디를 오래 전 들었던 가요로 기억하는 이들 마저 있는 실정이다. 또 같은 곡임에도 제목이 ‘오! 감미로워라’,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 등 여러 가지로 알려져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렇다면 ‘태양의 찬가’는 언제, 누가 만든 곡일까? 이 곡은 원래 우리말로는 ‘성 프란체스코’라고 번역된 1973년 작 영화 ‘Fratello Sole Sorella Luna’(프라텔로 솔레 소렐라 루나, 형제인 태양과 누이인 달)의 이탈리아판 삽입곡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끝없는 사랑’, ‘챔프’ 등을 연출한 이탈리아 출신 유명 감독인 프랑코 제피렐리의 작품인 영화 ‘성 프란체스코’의 이탈리아판 음악은 같은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음악 작곡가 리즈 오르톨라니(Riz Ortolani)가 맡았다. 따라서 ‘태양의 찬가’ 작곡가는 오르톨라니가 맞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이 노래의 가사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피조물의 찬가’와 같다. 영화 삽입곡은 최근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가수 클라우디오 발리오니(Claudio Baglioni)가 서정적인 기타 반주에 맞춰 잔잔하게 불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이 곡이 원곡과 전혀 다른 노래로 소개됐다는 것이다. 번안곡이 유행이었던 1970년대에 가수 박인희씨가 이 곡을 경쾌한 멜로디의 동요 풍 가요 ‘햇님 달님’으로 발표했으며, 1977년 발매된 그룹 해바라기 1집에도 ‘햇님 달님’이라는 혼성곡으로 수록되기도 했다. 가사의 내용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해님과 달님의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양의 찬가’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꾸준히 사랑 받은 덕분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곡으로 편곡됐고,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유명 가수들이 지속적으로 부르는 ‘추억의 명곡’이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생활성가로 다시 자리잡게 됐다. 이제는 원곡의 빠르기와 가사에 맞게 경건하고 아름답게 불리고 있으니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태양의 찬가’는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가톨릭신문, 2019년 9월 29일,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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