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가톨릭성가 438번 – 주께 감사드리자 Ubi sunt...? 그들은 어디에 있나요? 라틴어 수사법인 “우비 순트”는 아우구스투스 성인의 고전 영어 강론과 불가타 성경의 한 부분에서 시작된 “그들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자문해 보는 전통입니다. 중세 시대에 널리 퍼져있던 생각 중 하나로 화려한 세상의 영광과 권력도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진다는 삶의 덧없음에 대한 성찰인데요, 라틴어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막론하고 중세 시대부터 21세기인 현재까지 수 천년간 널리 사랑받아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유명한 라틴어 표현 “까르페 디엠”이나 “메멘토 모리” 등과 비슷한 맥락이지요. 그리고 1955년, 36살의 젊은 핏트 시거 Pete Seeger는 이 전통을 따르는 제목의 신곡을 『싱 아웃!』 잡지에 출판합니다. 바로 성가 「주께 감사드리자」의 원곡인 「그 모든 꽃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이지요. 이 곡은 후에 32개의 언어로 번안되고 장르와 악기를 불문한 수 십개의 커버(Cover)를 탄생시키며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로 상업적 성공과 사회 정의적 가치를 포크라는 장르에 예술적으로 녹여낸 시거의 최고 히트작이 됩니다. 1차와 2차 세계대전을 지내고 계속되는 전쟁들 속에 있던 1950년대의 미국은 적색 공포(Red Scare)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며 수 백명이 수감되었고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직업을 잃었습니다. 특히 예술가들과 영화계 종사자들이 크게 피해를 입었는데요, 시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공연에 자신을 기꺼이 섭외해준 오벌린 대학으로 이동하던 중 이 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고, 제자의 도움을 받아 곡을 완성하게 됩니다. 그 꽃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여인들이 모두 꺾어갔죠. 젊은 여인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남편들을 모두 빼앗겼죠. 젊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모두 제복을 입고 있죠. 군인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모두 무덤으로 갔죠. 그 무덤들은 다 어디에 있나요? 모두 꽃들로 뒤덮여 있죠. 아, 언제나 되어야 깨달을까요? 언제가 되어야 깨닫게 될까요? 지난 춘계주교회의에서는 ‘미얀마 사태를 접하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 성명서’를 발표하며 우리 교구에서는 부활 3주일에 “미얀마의 평화와 미얀마 형제자매들의 인권을 위한 연대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성명서는 “평화를 위한 노력에는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에 대한 존중이 자리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한국 천주교회는 미얀마 형제자매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더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형제애로 연대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저희 까뮤도 이웃의 슬픔과 고통에 함께 하는 것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평화의 걸음이라 생각하며 이 성가를 부르려 합니다. 함께 부르지 않으시겠어요? “주-께 감사드리자-!” [2021년 5월 2일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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