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성가 속 거장들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5 · 끝) 낭만파 작곡가
독일어로 쓴 슈베르트 ‘미사곡 여섯’, 사후 100년 만에 미사에서 연주돼 낭만주의 혹은 낭만파라 불리는 음악사조는 19세기 서양 음악을 말하는데 초기는 고전파의 말기와, 말기는 근대음악의 발단과 겹친다.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면서 세상은 큰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음악도 같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음악이 주로 교회나 귀족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졌던 것인데 반해, 낭만파 음악은 자유, 인권, 민족성 등을 담았고 형식 또한 자유로워졌다. 「가톨릭 성가」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낭만파 작곡가로는 슈베르트, 멘델스존, 베토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또한 앞서 소개한 하이든 형제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 빈 성 슈테판대성당 소년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슈베르트는 31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1000곡이 넘는 다작을 남겼고, 이 가운데 70%가 가곡이라 ‘가곡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슈베르트는 미사곡도 작곡했는데, 「가톨릭 성가」 329~336번 ‘미사곡 여섯’은 슈베르트의 「독일 미사」(Deutsche Messe, D872) 곡이다. 그는 죽기 1년 전인 1827년 이 미사곡을 완성했다. 하지만 만들어질 당시, 이 곡은 ‘연주곡’이지 ‘미사곡’은 아니었다. 라틴어가 아닌 독일어 가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무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1928년에 이르러서야 오스트리아 주교회의는 미사 때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을 허락했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도 슈베르트처럼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하지만 가난과 질병 속에 고통받았던 슈베르트와 달리 멘델스존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였다. 라틴어로 ‘행복한’이라는 뜻을 지닌 그의 이름 ‘Felix’와 딱 맞는 삶을 살았고, 자라온 환경을 반영하듯 그가 지은 곡 또한 밝고 아름다운 곡들이 많았다. 「가톨릭 성가」에 있는 멘델스존의 곡으로는 성체 성가 158번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가 있는데 이는 1846년 작곡한 오라토리오 ‘엘리야’에 실린 곡이다. ‘엘리야’는 멘델스존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인데 제목처럼 선지자 엘리야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곡의 제목은 ‘네 근심을 주님께 맡겨라’(Cast thy burden upon the Lord)로, 혼성 4중창 또는 합창으로 연주된다. 멜로디는 성가와 동일한 데 반해, 원곡은 템포가 느리고 장중한 느낌이 있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고전파 음악을 최고로 발전시키고 낭만파 음악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곡가다. 성가 401번 ‘주를 찬미하여라’는 널리 알려진 대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다. 베토벤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인용해 가사를 붙였다. 원래 가사는 자유와 인류애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반면, 성가 가사는 시편 148편을 바탕으로 한다. [가톨릭신문, 2021년 5월 30일,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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