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잔잔히 흐르는 물결처럼…
차이콥스키 <사계(四季)> 중 ‘6월 뱃노래 Barcarolle’ 6월, 어느새 더위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제 나뭇잎들은 엽록소를 더해가며 한여름 절정을 향해 가겠지요? 짙푸르다 못해 섬뜩한 느낌을 주는 진초록이 되기 전, 6월의 나뭇잎은 싱그럽고 건강하게만 보입니다. 그런가하면 햇살 가득 화단과 담장을 수놓은 노랗고 빨간 장미는 농익은 꽃향기를 부지런히 바람에 실어 보내고 있습니다. 탐스러운 수국도 6월의 호사로움이죠. 6월의 자연으로 인해 한결 부드러워진 우리의 시선을 이제 나무에서 물가로 옮겨봅니다. 차갑지 않은 물에 발을 담그면 찰랑찰랑…. 잔잔하던 물소리는 어느새 음악이 되어 귓가에 흐릅니다. 황홀한 그 선율은 바로 차이콥스키의 <6월 뱃노래>입니다. 차이콥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러시아)는 우리에게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 음악 작곡가로 많이 알려져 있죠. 하지만 그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6번 ‘비창’은 클래식 명곡 감상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멋진 곡들입니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는 학창 시절 음악학교에서 서양 음악을 배웠고, 유럽의 음악 양식으로 작곡했지만, 그의 음악엔 유럽 음악가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뭔가 다른 감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멜랑콜리한 러시아 정서입니다. 차이콥스키 자체가 예민하고 여린 음악가여서일까요? 울적한 느낌이 묘하게 버무려진 그의 음악은 우리 마음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위로해줍니다. 이런 정서가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는지, 그의 작품 중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들이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곡들은 물론이고, 현악4중주곡 1번의 ‘안단테 칸타빌레’ 악장이나 ‘현을 위한 세레나데’, 교향곡 4번과 5번도 사랑받는 곡입니다. 그 가운데 6월이 되면 음악 방송에서 자주 듣게 되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피아노곡집 <사계>에 수록된 ‘6월 뱃노래’입니다. <사계(四季) Les Saisons>는 차이콥스키가 1875~1876년에 작곡한 12개의 피아노 소품집으로,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작은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음악 잡지 ‘누벨리스트(Nouvellist)’의 발행인인 니콜라이 베르나르드(Nikolay Matveyevich Bernard)가 1876년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매달 그달에 어울리는 시(詩)와 함께 피아노곡을 싣고자 차이콥스키에게 의뢰해서 작곡된 곡들입니다. 이 피아노곡들은 담백하고 간결하면서 전반적으로 로맨틱합니다. 그 중 <1월 난롯가에서>, <6월 뱃노래>, <10월 가을의 노래>가 유명한데, 특히 <6월 뱃노래>는 멜로디가 아주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서 피아노 외에 다른 악기는 물론, 오케스트라용으로도 편곡되어 다양한 형태로 연주됩니다. 당시 누벨리스트 6월호에 차이콥스키의 뱃노래와 함께 게재된 시는 알렉세이 플레셰예프(Aleksey Pleshcheyev)의 시였습니다. <6월> 해변으로 가자. 거기서 파도는 우리의 발에 키스하리. 별들은 우릴 비춰 주리. 알 수 없는 슬픔을 가지고. 또, 미국 가수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는 이 ‘뱃노래’의 멜로디에 가사를 얹어서 ‘A different light’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예수성심성월인 6월,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성심에 대해 깊이 묵상합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처럼 부드러운 뱃노래의 선율이 우리를 사랑과 평화의 시간으로 이끌지 않을까요? [2021년 6월 13일 연중 제11주일 서울주보 6-7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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