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베토벤의 장엄 미사 D장조 Op.123 마음으로부터 또다시 마음으로 가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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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6-28 | 조회수2,902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7) 베토벤의 장엄 미사 D장조 Op.123 ‘마음으로부터 또다시 마음으로 가리라’ 마음의 평화 갈구한 베토벤의 고백록
지난 20일 영국에서 매우 반가운 낭보를 전해왔다. 카디프 성악 콩쿠르(BBC Cardiff Singer of the World)에서 바리톤 김기훈이 우승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이 콩쿠르는 오페라계를 석권한 두 명의 위대한 바리톤 러시아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와 웨일즈의 브린 터펠을 1989년에 동시에 배출한 바 있는 세계적인 성악 대회다. BBC웨일즈와 웨일즈 국립오페라가 1983년부터 2년마다 주최하며,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의 성 다윗 홀(St. David Hall) 개관을 기념해 열린다. 메인 프라이즈인 아리아 부문과 송 프라이즈인 가곡 부문으로 나뉘는데 김기훈은 아리아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2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도 2위를 차지했던 그가 드디어 1위, 우승을 차지해 정말 기쁘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성악가 중에 소프라노 소일레 이소코스키, 니나 스템메, 엘리나 가란차 같은 세계적인 명성의 성악가들이 즐비할 정도이니 바리톤 김기훈의 세계 무대를 향한 앞날은 대단히 밝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처음 바리톤 김기훈의 목소리를 듣고 반한 것은 2020년 2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지휘자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베토벤 장엄 미사(Missa Solemnis) 공연을 통해서다. 특히 미제레레(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에서 단단하고 짙게 깔리는 그의 저음은 정말 매력적이었고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이었다.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가족 문제, 경제적 문제, 직업적인 문제까지 모든 문제가 겹쳤던 시기에 다시 힘을 내서 종교적 작품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1819년부터 1823년까지 작곡한 이 작품은 놀랍게도 러시아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다. 베토벤의 후원자 중 한 명이었던 니콜라이 갈리친 공작이 후원했기 때문이었다. 베토벤의 주요 활동 무대인 빈에서의 초연은 베토벤이 지휘하면서 1824년에 전체 미사 통상문에 따른 5곡 중 키리에(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크레도(신경), 아뉴스 데이(하느님의 어린 양)만 공연된 바 있다.
J.S 바흐의 B단조 미사와 함께 가장 거대한 걸작 미사곡으로 꼽히는 이 곡은 베토벤이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명작 9번 교향곡 ‘합창’과 거의 같은 시기에 쓴 작품으로 우주적인 스케일이 돋보인다. “나의 모든 작품 중 ‘장엄 미사’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베토벤이 스스로 꼽았지만 1시간 30분이 걸리는 대곡인 만큼 한번 준비해서 연주하기가 만만치 않다.
영국의 음악학자였던 도널드 토비는 “바흐나 헨델도 이렇게 거대한 공간감과 음향을 들려주지 못했다. 잃어버린 팔레스트리나 합창 스타일의 비밀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작품이 바로 베토벤의 장엄 미사”라고 격찬한 바 있다.
베토벤의 미사 C장조에 이은 두 번째 미사곡인 이 작품은 피아노 삼중주 ‘대공’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대공이 현재 체코에 있는 올뮈츠의 대주교로 부임하게 되자 그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52세의 베토벤은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하는 악보에 이렇게 썼다.
‘마음으로부터 - 또다시 마음으로 가리라.’ 고뇌에 찬 인생을 살아온 베토벤이 그의 만년에 마음의 평화를 절실하게 기도하며 갈구한 종교적인 고백록이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9GlFVEcAXQ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6월 27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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