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유쾌한 클래식: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순례자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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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26 조회수883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11)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의 ‘순례자의 합창’ (상)


쾌락에 빠져있던 탄호이저, 순례를 떠나다

 

 

요즘 CNN에서 방송하는 ‘스탠리 투치 : 이탈리아를 찾아서’(Stanley Tucci : Searching for Italy)를 주일 저녁마다 매우 즐겁게 보고 있다. 이 시리즈는 이탈리아계인 할리우드 배우 스탠리 투치가 이탈리아 전역을 다니면서 재미있고 스타일리시하게 이탈리아 지역 음식의 비밀과 즐거움에 대해서 탐방하는 색다른 프로그램이다. 특별한 목적이 아니고서는 이탈리아 여행을 갈 수 없는 지금 같은 시기에 이 프로그램을 보기만 해도 매우 행복해진다.

 

피렌체를 비롯한 토스카나의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음식은 콩과 채소 등 오늘날에는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음식이었다. 담벼락의 작은 문을 통해 팔던 와인 전용문은 ‘천국으로 가는 작은 문’(Little door to Paradise)이라고 불렸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로마를 방문했던 건 2019년 가을 로마의 추기경님이 배석한 빈 필의 특별공연 때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대중들을 위해 강론하는 주일 미사에서 “청년들이여, 용기를 가져라!”라고 말씀하셔서 발코니 밑 성 베드로 광장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그 특별한 감격을 맛본 로마에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 유럽에서 로마에 간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는 것을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보면 알 수 있다. ‘탄호이저’는 서곡에서부터 이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순례자의 합창’ 테마로 조용히 시작한다. 이 테마는 속죄에 대한 구원을 의미한다. 이어서 탄호이저가 향락과 쾌락에 빠져있었던 비너스성(베누스베르크)의 환락적인 음악이 나타나면서 성과 속의 대결이 펼쳐진다. 하지만 15분에 달하는 이 서곡에서 결국 관능은 사라지고 경건함이 승리하면서 ‘순례자의 합창’ 테마가 파워풀하게 펼쳐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바그너는 이미 서곡에서 오페라 ‘탄호이저’의 결말을 예시하고 있다.

 

비너스의 관능 속에 빠져있던 가수 탄호이저가 쾌락으로는 삶이 결코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원래 살던 지상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자 비너스는 그를 유혹하고 “비너스의 세계를 알았으니 다시 돌아오게 될걸!”이라면서 단언한다. 탄호이저는 “날 구원할 수 있는 건 성모 마리아다!”라고 외치자 비너스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다 사라져버린다. 그때 멀리서 ‘순례자의 합창’이 들려온다. 로마로 가는 순례자들이 부르는 합창이다. 탄호이저는 그들을 보고 감격하며 “전능하신 주님을 찬미하나이다”라며 기도를 올린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탄호이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순결한 애인 엘리자베트는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노래 경연대회에서 사랑에 대한 주제로 노래를 부르다가 탄호이저는 “당신들은 진정한 사랑의 환희를 모른다”며 비너스의 성에 갔었던 이야기를 노래하자 바르트부르크 영주는 “너의 죄를 용서받으려면 단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로마에 가서 교황의 사면을 받아와라!”라고 명령한다. 탄호이저는 로마로 가는 순례자 대열에 합류한다.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고 엘리자베트가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데 로마에서 돌아오는 ‘순례자들의 합창’(Pilgerchor)이 울려 퍼진다.

 

“오, 축복받은 내 고향, 이제 눈앞에 있어. 시원한 들판이 반갑게 맞이하네. 순례길 지팡이는 내려놓고 쉬어야겠네, 주님께 충실하게 바친 순례를 마쳤으니. 내 가슴으로 섬기는 주님께 통회와 고행으로 보속하였네. 내 찬미의 노래 받아주시는 주님. 나의 속죄를 월계관으로 축복하시네. 알렐루야, 알렐루야. 영원히.”(fidelis 번역)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탄호이저’의 순례자의 합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sFOJcw5qP0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7월 25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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