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신앙을 노래하다] (11) 주여,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 막스 브르흐 (Max Bruch / 1838-1920) 막스 브르흐(Max Bruch, 1838-1920)는 독일 작곡가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생소한 작곡가라 생각하실 겁니다. 막스 브르흐는 음악가로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베를린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 학위를 받았고 깊은 신앙인의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신앙심을 바탕으로 주님께 경건하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자비를 간절히 청하는 곡을 만듭니다. 바로 ‘콜 니드라이-Kol Nidrei op.47’입니다. 이 곡은 “신의 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곡의 바탕은 유대교 속죄의 날 전야에 부르는 기도 형식의 성가였습니다.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고 다시 주님의 참된 자녀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며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브르흐는 유대인은 아니었지만 유대인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이 곡을 만든 후 독일 나치 정권 때 유대인으로 오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브르흐가 죽은 후 그의 가족들은 심한 고통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브르흐의 작품들도 오랫동안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없었습니다. 브르흐의 ‘콜 니드라이’는 세월이 흘러 199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나치의 대학살에 희생된 600만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한 공연에서 연주되기도 하였는데요. 장엄하면서 비통하고 낭만적이면서 정열적인 이 곡은 선율 자체만으로도 주님을 향해 드리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저는 미사의 참회 예식 때 드리는 고백의 기도 중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라는 부분이 마음에 항상 콕 박힙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많은 죄를 짓습니다. 언행으로 죄를 짓지 않아도 머릿속에 자리 잡은 옳지 않은 생각들도 모두 죄인데요. 도대체 저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사는 걸까요? 이렇게 죄 많은 우리를 자비로운 주님께서는 언제나 불쌍히 여기시고 용서해 주십니다. 우리에게 베푸시는 한없는 주님의 사랑과 은총에 감사함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자신의 신앙을 음악으로 담아낸 막스 브르흐! 그의 ‘콜 니드라이-속죄의 날’ 감상하시면서 하느님께 온전히 우리의 삶을 맡깁시다. 그리고 그 신앙의 기쁨으로 값지고 완전한 신앙인으로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2021년 10월 3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춘천주보 2면, 김수연 클라우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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