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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주보 음악칼럼: 가을날 듣는 파헬벨의 카논 & 로드 맥쿠언의 앤드 투 이치 시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10 조회수1,714 추천수0

[온라인 서울주보 음악칼럼] 가을날 듣는 파헬벨 <Canon(카논)> & 로드 맥쿠언 <And to each season(앤드 투 이치 시즌)>

 

 

지난 여름 숨이 막히던 무더위도 살랑 부는 가을바람 앞에서는 어느새 잊혀진 존재가 되어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크고 작은 걱정들이야 왜 없겠습니까마는 이제 코로나 리스크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럭저럭 살만한 세상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1년 주기로 바퀴 굴러가듯 해마다 반복되는데 우리는 어째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될까요? 그것은 또 하나의 신비입니다. 그래서 많은 음악가들이 ‘계절’에서 영감을 얻나 봅니다. 하이든은 오라토리오 <사계(四季)>로, 비발디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로, 또 러시아의 작곡가 글라주노프는 발레곡으로 <사계>를 표현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이 음악 칼럼에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소품집 <사계>에서 ‘6월 뱃노래’를 소개해드리기도 했죠.

 

10월,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귓가에 맴도는 음악이 하나 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음악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요한 파헬벨(Johann Pachebel, 1653~1706, 독일)의 <카논(Canon)>에 미국의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 배우이기도 했던 로드 맥쿠언(Rodney Marvin McKuen, 1933~2015, 미국)이 아름다운 시 <And to each season(앤드 투 이치 시즌)>을 얹어서 노래한 음악입니다.

 

파헬벨의 <카논>은 아시다시피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이 이 곡의 주제로 변주곡을 만들면서부터 아주 대중적인 클래식이 됐습니다. <카논>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할 로드 맥쿠언의 <And to each season(앤드 투 이치 시즌)>을 들으면, 순환하는 계절을 통해 인생의 흥망성쇠, 자연의 이치와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 노래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 노래하고 있지만 유독 가을 부분이 귀에 와 닿는 것은 아마도 포근히 감싸듯 나직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가 가을과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맥쿠언은 이 곡에서 가을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Deep down in autumn all of the brown leaves fall on the garden and cover up the lawn. Let us remember each year in turn then when there was sun enough to cover up the wrong.

 

깊은 가을, 갈잎이 모두 정원에 떨어져 잔디를 덮어요. 우리 매해 하나하나 기억하기로 해요. 잘못을 덮을 만큼 햇빛이 충만하던 때를.

 

지난해에도 그 전해에도 함께 했던 가을이지만 올해 가을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와있습니다. 작년에도 들었고 재작년에도 들었던 <카논>이지만 이렇게 로드 맥쿠언의 시가 얹어져서 아주 색다른 <카논>이 된 것처럼요. 우리의 이 가을이 새롭고 특별하며 다채롭기를 기원합니다.

 

[2021년 10월 10일 연중 제28주일 서울주보 4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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