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신앙을 노래하다] (12) 기도

# 파블로 토스티(P.Tosti / 1846-1916)

“괴로움과 서러움에 가득 찬 내 마음의 이 괴로움을 구원해 주소서.” “오 나의 주여” “ 믿음의 빛으로 짐을 덜어 주소서.” “당신에게 나는 한숨지으며 울부짖습니다.” “나를 당신께 맡깁니다.”(토스티 “기도” 중)

19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opera)라는 장르가 엄청 인기가 있었고 이탈리아에서 작곡된 오페라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성황리에 공연이 되었죠. 화려한 무대장치와 가수들의 연기, 노래, 의상, 무대 연출 등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장르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 단순한 구조의 노래와 반주가 있는 가곡 장르만 작곡한 이탈리아 작곡가가 있습니다.

바로 파블로 토스티(P.Tosti, 1846-1916, 이탈리아)인데요. 그의 음악은 옆에서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듯 내 기분과 감정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는 감성적이고 로맨틱한 선율들의 많은 작품들로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곡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스티의 가곡들을 참 좋아합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바쁜 일상을 살다가 잃어버릴 수 있는 감성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주고 깨워 주는 듯합니다.

수많은 그의 작품들 속에 “기도”라는 제목을 가진 가곡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가톨릭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시면서 언제 가장 간절한 기도를 드리시나요? 저도 이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저는 예수 그리스도께 제 마음을 다해 무조건 의지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연주자의 삶을 살면서 연주 무대에 서는 순간들입니다.

오랜 기간 많은 무대 경험을 가졌지만 무대라는 곳은 늘 공포와 두려움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준비하지만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해 허망하게 끝나는 무대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늘 그 무대에 서야 하고 이제는 제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엄습해오는 두려움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주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뿐입니다.

주님께서 나약하고 부족한 저와 함께 계시고 저를 이끌고 계시다는 믿음과 함께 지금껏 음악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주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며 음악가의 삶을 살아가겠지요.

“나 엎드려 주님 앞에 간구하나이다.” “나 엎드려 주님 앞에 간절히 바라나이다.”

“이 세상의 죄악에서, 이 세상 고난에서 구하소서 나의 주여”

우리의 삶을 온전히 맡기고 간구할 단 한 분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작곡가 토스티의 “기도” 감상하시면서 내 삶을 이끄시는 주님께 두 손 모아 기도합시다.

[2021년 10월 10일 연중 제28주일 춘천주보 2면, 김수연 클라우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