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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12 조회수1,718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0)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베토벤의 인생 대반전을 도와준 백작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 합창단 ‘이 마에스트리’가 팬데믹 시기에 한국 최초로 유럽 투어에 나서는 팀이 되어 테너 멤버인 필자도 용기를 갖고 이 마에스트리 투어에 동참했다. 프라하에서는 베토벤의 큰 후원자였던 발트슈타인 궁전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했는데 자연스럽고 놀라운 어쿠스틱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이 모두 한복을 입고 나와 각국 외교 사절들을 초청하는 아름다운 한국의 날 행사가 되었다. 특히 체코 프라하 주교님이 맨 앞줄에 참석하셔서 뜨겁게 손뼉 치고 좋아해 주셔서 대단히 기뻤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빈소년합창단 전용 홀인 MuTH(뮤직테아터, 음악극장)에서 2일 저녁 공연을 했는데 빈소년합창단 OB 합창단원들인 비에넨시스 합창단(Chorus Viennensis)과 합동 무대를 가졌다. 웅장하고 야성적인 강렬한 합창으로 해외 공연에서 ‘보이스 오케스트라’라는 별명을 얻은 이 마에스트리와는 달리 비에넨시스 합창단은 빈소년합창단의 섬세한 화음과 정교함을 그대로 이어받은 절제된 어른 천사들이었다. 지금은 음악을 하지 않고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이날 단원으로 함께 노래한 빈소년 출신 최초 한국 소년단원이었던 조윤상씨는 지금 음악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과는 진규영 편곡의 ‘아리랑’과 빈의 음악적 상징 중 한 명인 슈베르트의 ‘세레나데’(Staendchen)를 합창했다. 서로가 서로의 가창과 발성, 발음을 배웠던 시간이었으며 아리랑과 슈베르트 ‘세레나데’라는 대표작들을 통해서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문화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언제부턴가 빈을 매년 방문했던 필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독일 본에서 태어났지만 당대 음악의 수도인 빈에서 성공하기 위해 귀족들의 도움으로 빈에서 공부하고 활동하게 된 베토벤이 살았고 유서를 작성했던 하일리겐슈타트를 방문하게 됐다.

 

당시 베토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후원자는 발트슈타인 백작. 그는 베토벤이 본에 있을 때부터 하느님이 내린 특별한 재능을 통해 알아보고 빈에 가서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베토벤이 빈에 있을 때는 공무로 빈에 거주하며 베토벤을 돕기도 했다. 베토벤은 빈에서 60여 번 거처를 바꾸며 방랑자 같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쿵쿵 걸어 다니고 아래층 집에 물이 흘러내리게 하고, 월세를 제대로 내지 못한 탓이 컸다.

 

그러던 그에게 당시 빈 근교(지금은 빈 행정구역이다)인 하일리겐슈타트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본에서 빈으로 온 지 10년, 귓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좋은 공기와 자연의 소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매일 아름다운 전원을 산책하던 베토벤은 친구와 산책을 하다가 친구는 듣는 새소리를 자신은 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음악가가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은 천벌과도 같았다.

 

베토벤은 음악가로 살지 못할 바에는 죽음을 택해야겠다며 동생들에게 편지를 남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이다. 하지만 이 유서는 동생들에게 전해지지 않았고 베토벤도 죽음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귀가 안 들리지만, 작곡을 할 수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하느님이 주신 나의 재능을 버리지 말고 음악가로서 그 누구도 작곡하지 못했던 훌륭하고 창조적인 작품을 써내겠다는 굳음 의지와 마음을 유서를 쓴 이후에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베토벤의 삶에 있어서 인생의 대반전을 일궈낸 신성한 도시라는 뜻의 하일리겐슈타트는 매우 중요했다. 베토벤의 인생이 바뀌게 만들어주었던 발트슈타인 백작에게 베토벤이 헌정한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을 들으며 감사하는 베토벤의 마음을 느껴보자.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0m18rzfYAk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0월 10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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