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잔 카를로 메노티의 오페라 아말과 밤손님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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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2-14 | 조회수1,941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28) 잔 카를로 메노티의 오페라 ‘아말과 밤손님들’ 동방박사와 동행, 기적이 펼쳐지다
잔 카를로 메노티(1911~2007)는 한국인에겐 88 서울 올림픽 때 연극 ‘맹진사댁 경사’를 오페라로 새롭게 만든 ‘시집가는 날’의 작곡가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인 그는 오래전부터 오페라를 작곡해왔는데 특히 성탄을 소재로 한 작품 ‘아말과 밤손님들’(Amahl and the Night Visitors)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메노티는 보쉬(Bosch)의 그림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직접 대본을 썼다. 그런데 이 작품은 무대용이 아니라 TV용으로 작곡된 오페라였다. 195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NBC TV에서 방송된 새로운 시도의 작품으로 무대에서는 1952년 2월 21일 인디애나 주립대학교 블루밍턴에서 처음 선보였다.
보이 소프라노가 맡는 역할인 아말은 사고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농담도 잘하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는 소년이다. 아말은 자신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지어내면 사람들이 크게 웃었기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하지만 정작 아말이 진실을 말할 때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아말은 어느 날 엄마에게 하늘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별을 봤다고 말했지만 엄마는 아말이 지어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농담을 하지 않을 때 아말은 양치기 피리로 즐거운 멜로디를 불곤 했다. 아말의 엄마 한나는 아말의 미래를 생각하면 늘 슬펐다. 아말이 다쳤을 때 많은 양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밤 한나와 아말이 빵과 치즈를 먹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화려한 옷을 입은 세 명의 왕들이 서 있었다. 여정이 길어져서 쉴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세 사람은 자신들의 음식을 가져와 아말과 엄마와 함께 나눠 먹었다.
이들은 가스파르(테너), 멜키오르(바리톤), 발타사르(베이스)로 동방박사 세 명이다. 동방박사는 아기 예수께 경배하기 위한 여정을 낙타를 돌보는 시종인 알리와 함께하고 있었다. 아말은 그들의 여정에서 일어난 일들과 왕국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가스파르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아기 예수께 드릴 아름다운 보석들이 담겨있는 상자와 인형을 아말에게 보여주었고 다른 왕들은 황금과 향유를 가져왔다. 아말이 꿈속에서 동방박사 세 사람이 해준 황홀한 이야기 속에서 행복해하고 있을 때 인기척이 나 깨어보니 엄마가 동방박사의 금화를 훔치고 있었고 알리가 이것을 보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멜키오르는 아기 예수께 이 모든 금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 그들의 숙박료로 주겠다고 했다. 한나는 매우 부끄러워했으며 동방박사들이 떠나려고 준비할 때, 아말은 “내가 가진 건 목발뿐이니 이 목발을 아기 예수께 드리겠다”고 했다. 동방박사 세 사람은 아말이 아기 예수께 직접 선물해야 한다며 여정에 동행하는 것을 허락했다. 아말이 떠날 때 한나는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별을 보게 되었고 아말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드디어 아기 예수의 구유에 도착했을 때 이들 위에는 큰 별이 떠 있었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준비한 선물을 드린 후 아말도 아기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께 목발을 드렸는데 아말은 이때 눈물을 흘렸다. 왜냐하면 그의 다리가 완전히 나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머니 마리아는 아기 예수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고 아기의 포근한 호흡에 모두 평화와 안식의 시간을 가졌다. 아말이 집에 돌아오자 한나는 아들의 다리가 치유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매우 기뻐했다.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이 아름다운 아기 예수의 기적을 이번 성탄에 만나보자.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오페라 ‘아말과 밤손님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_-fh8ZOzSo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2월 12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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