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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04 조회수2,787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31)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


힘차고 밝은 미사곡 들으며 희망찬 새해를

 

 

학창시절에 목요일 오후 5시마다 동아리 목요음악반에 모여 클래식 음악을 전곡 감상했다. 모차르트의 미사곡은 대학 1학년 때 처음 듣게 되었는데 내게 대단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20곡에 이르는 미사곡 중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이기도 한 ‘대관식’ 미사 C장조 K.317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Gloria(대영광송)는 날 흥분시켰다. 첫 곡 Kyrie(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에서부터 3곡 Credo(신경), 5곡 Benedictus(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그리고 마지막 6곡 Agnus Dei(하느님의 어린양)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짜임새와 박진감 그리고 평화로움을 모두 보유한 경이로운 곡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 무렵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5000명이 함께 연주하는 코리안 심포니 음악회가 1989년 잠실체육관에서 최초로 열리며, 합창단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반가운 공고를 보았다. 바로 지원해서 모르는 이들과 오랫동안 열심히 연습한 후 5000명 합창제에 참가해 베토벤 ‘합창’을 2년간 부를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대로 헤어지기 싫다며 아예 합창단을 만들어서 활동하기로 하고 연세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됐다. 이때 다시 만난 곡이 음반으로만 감상하던 바로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이었다. 테너 단원으로 직접 부르게 되니 그 감동은 더욱 컸다.

 

모차르트의 미사곡은 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했다. 잘츠부르크 콜로레도 대주교 후원으로 교회 음악가로 일하면서 작곡한 곡들이다. 특히 1768년부터 1779년까지인 12세 때부터 23세 때까지 쓴 10곡의 미사곡이 대표작들이다. 이중 만하임-파리 여행에서 구직에 실패하고 잘츠부르크로 빈손으로 돌아온 후 작곡한 C장조 K.317 대관식 미사는 특히 걸작으로 꼽힌다.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하게 된 동기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잘츠부르크 북쪽 언덕 위에 세워진 마리아 프라인 순례성당 제단에 성모상이 하나 있는데 이 성모상은 원래 다른 성당에 있었다. 그 성당이 화재로 전소됐을 때 성모상만 기적적으로 온전했다. 이후 성모상은 1774년 마리아 프라인 순례성당으로 옮겨졌고, 1751년 베네딕토 14세 교황 주례로 대관식 미사가 거행됐다. 이후 매년 이날을 기념하며 대관식 미사가 봉헌됐는데 모차르트가 1779년 이 미사를 위해 곡을 써 ‘대관식 미사곡’으로 불린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마리아 프라인 순례성당의 작은 내부 공간에 비해 오보에, 호른, 트럼펫 두 대, 트롬본 세 대, 팀파니, 오르간까지 사용되는 이 곡의 규모는 매우 크다. 따라서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한 것은 1779년 4월 4~5일 이틀간 주님 부활 대축일 전례를 위해 자신이 세례를 받고 봉직한 잘츠부르크대성당에서 연주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정설이다.

 

전해 내려오는 얘기로는 전자가 더 근사하지만 아쉽게도 후자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대관식’이라는 이름은 왜 붙은 것일까? 모차르트의 C장조 미사와 장엄 미사 두 곡은 모두 1790년 유럽 각국에서 거행된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레오폴트 2세의 대관식 기념 미사에서 연주됐다. 이때 빈에서 이 곡이 ‘대관식 미사’로 불렸다. 유럽 전역의 성당에 울려 퍼진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 덕분이었는지 레오폴트 2세는 황제로서 통치 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모두에게 존경을 받았다. 훗날 역사학자 폴 슈뢰더는 레오폴트 2세를 두고 “왕관을 착용한 가장 영리하고 현명한 군주 중 한 명”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힘차고 밝은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으로 희망찬 새해를 설계해 보자.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hv5sJe-Fr0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월 1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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