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유쾌한 클래식: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10 조회수1,919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32)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예수님께 대한 사랑의 시선이 피아노 선율로

 

 

20세기 프랑스의 걸출한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아비뇽에서 1908년 태어났다. 그는 작곡가이면서 오르가니스트였고 특이하게도 조류학자이기도 했다. 오르간 연주와 작곡 면에서는 1835년 19세기 프랑스에서 태어나 1921년 20세기에 세상을 떠난 카미유 생상스를 방불케 하는 음악적 재능을 지녔으면서도 새 소리에 매료돼 전 세계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연구하고 자신의 음악에 넣은 엄청난 탐구심까지 갖춘 예술가였다.

 

메시앙 아버지는 영문학자, 어머니는 시인이었다.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집안 환경에서 자란 메시앙은 음악적 능력이 매우 뛰어나 11세에 파리음악원에 입학, ‘마법사의 제자’로 유명한 폴 뒤카를 사사했다. 23세 때인 1931년부터 상트 트리니테 성당에서 오르간 주자로 봉직하기 시작해서 1992년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61년간 같은 성당에서 평생 오르간을 연주한 가톨릭 신자였다.

 

메시앙은 1930년대 스콜라 칸토룸 파리에서 성음악을 공부했다. 1936년에는 ‘젊은 프랑스’라는 그룹을 결성해 당시 주류였던 신고전주의적 추상미에 반대했다. ‘살아있는 음악’을 만들고 인간과 깊은 관계에서 나오는 음악을 추구하며 작곡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뒤에는 9개월 동안 포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을 구해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라는 현대음악의 명작을 작곡했다. 1942년부터 파리 음악원 교수로 재직한 그는 1952년 파리 라디오 프랑스 방송국에서 음색-지속이라는 이른바 ‘구체 음악’을 발표하면서 전위적인 활동을 했다.

 

메시앙의 창작 근원은 가톨릭 신앙이었다. 오르간곡 ‘주의 탄생’(1935), 실내악곡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1941), 피아노곡 ‘아멘의 환영’(1943), 주님의 현존에 대한 3개의 작은 기도문(1944),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1944), 합창곡 ‘주님의 변용’(1969) 등이 그의 가톨릭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대표작이다.

 

아기 예수가 오신 이 시기에 떠올리게 되는 곡은 바로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이다. 스무 가지의 시선만 나열해 봐도 메시앙이 얼마나 섬세하고 깊이 있고 그윽하게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1.하느님의 시선으로 시작해서 2.별의 시선 3.하느님과 사람의 변신 4.성모 마리아의 시선 5.아들에게 보내는 말씀의 시선 6.말씀으로 모든 것은 행하여지도다 7.십자가의 시선 8.하늘의 시선 9.시간의 시선 10.성령의 기쁨의 시선 11.성모의 첫 영성체 12.전능하신 말씀 13.크리스마스 14.천사들의 시선 15.아기 예수의 입맞춤 16.예언자와 양치기와 동방박사들의 시선 17.침묵의 시선 18.무서운 말씀의 시선 19 잠잘 때도 내 마음은 눈을 떠 20.사랑의 교회의 눈길로 끝을 맺는 이 곡은 두 시간에 이르는 대곡이다. 메시앙은 가톨릭 신앙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6개월 만에 대작을 작곡했다.

 

그런데 메시앙은 이 작품을 자신의 악기라고 불리는 오르간을 위해 작곡하지 않고 피아노를 위해 작곡했다. 표현방식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피아노를 주된 악기로 썼다. 후에 아내와 사별한 후 1961년 재혼한 피아니스트 이본느 로리오의 예술성과 초월적인 연주법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통해 예수님에 대한 하늘과 대지에 가득한 따스한 사랑의 시선을 느껴보자.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rOuFIABcDo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월 9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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