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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쾌한 클래식: 모차르트의 레퀴엠 로버트 레빈 버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2-23 조회수1,671 추천수0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37) 모차르트의 ‘레퀴엠’ 로버트 레빈 버전


세상 떠난 이와 유가족 위로하는 선율

 

 

올해 1월 29일과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핀란드 출신의 상임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인 오스모 반스카가 이끄는 서울시향이 ‘오스모 반스카의 모차르트 레퀴엠’이라는 제목으로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핀란드 작곡가 라우타바라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Requiem in our time)이 첫 곡으로 연주됐고 일본 작곡가 다케미츠 토루의 ‘현을 위한 레퀴엠’도 연주됐다. 세 곡의 ‘레퀴엠’이 무대에 오른 흔치 않은 음악회였다.

 

프로그램 안내책자에 아무 말도 쓰여 있지 않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나신 모든 이와 가족을 위로하는 의미의 공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은 이렇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귀 기울여 들으면 우리의 가슴을 파고든다. 위령미사곡(레퀴엠)이기 때문에 공연 분위기가 다소 무겁지 않을까 싶었는데 첫 곡 라우타바라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은 원래 작곡가가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작고한 어머니에게 바치는 개인적인 의미를 담아 만든 곡이어서 그런지 20세기 인류사의 비극을 무겁지 않게 노래했다. 금관으로만 희망의 시그널을 보내는 곡이라 전혀 슬프지 않았다. 다케미츠 토루의 ‘현을 위한 레퀴엠’은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과 ‘7인의 사무라이’의 음악 작곡가인 후미오 호야사카를 추모하는 의미로 현만을 위해 1957년에 쓴 곡이었고 자주 들을 수 없는 곡이어서 의미가 있었다.

 

드디어 2부 메인 곡인 모차르트의 1791년 미완성 유작인 ‘레퀴엠’이 연주되었다. 이 곡은 필자가 합창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불러본 것처럼 친숙했다. 위령미사곡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곡이다. 이날 연주에서 사용한 악보는 모차르트 연구자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고악기 피아니스트인 로버트 레빈이 편집한 버전이었다. 레빈 버전이 기존 모차르트의 제자인 프란츠 쥐스마이어 버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1960년에 발견된 모차르트의 ‘아멘 푸가’(Amen fuga)를 ‘라크리모사’(눈물의 날) 이후에 넣고 모차르트가 작곡하지 않은 부분들을 개정한 것이다. 실제로 ‘아멘 푸가’를 실연으로 들으니 ‘눈물의 날’의 슬픔은 곧 사라지고 ‘아멘’이 연속해서 나오면서 신앙적인 마음을 일깨워줘 감동했다.

 

1791년 여름 빈에서 모차르트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자에게 장엄 미사곡을 부탁받는다. 밀로슈 포만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빈 궁정악장이었던 살리에리가 남자를 사주한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모차르트 사후에 밝혀진 바로는 프란츠 폰 발제크 공작이 자신의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에게 자신이 작곡을 이렇게 잘한다는 것을 으스대고 싶어서 모차르트를 선택, 비밀리에 레퀴엠을 쓰게 한 것이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훌륭하다는 것을 아는 감식안은 있었나 보다.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에 이어 ‘마술피리’, 게다가 돈을 많이 준다는 이 레퀴엠까지 작곡하려니 모차르트는 건강을 심하게 해치게 되면서 죽음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모차르트는 이 레퀴엠을 아내인 콘스탄체와 동료들과 함께 완성한 부분까지 불러본 것으로 전해진다. 모차르트는 25세의 제자 프란츠 쥐스마이어에게 곡을 어떻게 완성해나가야 할 것인지를 알려줬다고 한다. 하지만 쥐스마이어가 작곡한 부분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부분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바이어, 랜던, 드루스, 몬더, 스즈키, 코어스 등이 새로운 판본을 시도했다. 오늘은 로버트 레빈 버전을 들어보자.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로버트 레빈의 ‘레퀴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0YLbTUCpwI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2월 20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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