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5)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장중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듣는 그리스도 최후의 탄식과 기도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의 화답송은 시편 22편의 예수님의 탄식으로 시작한다. 수난곡들 외에도 클래식 곡 중에 이 구절이 담긴 훌륭한 작품이 있다. 바로 요셉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이다. 1780년대 하이든은 오스트리아 시골의 작은 도시인 아이젠슈타트에서만 성실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출판과 연주를 통해 그 명성이 전 유럽에서 드높아졌다. 각국에서 새로운 곡 의뢰가 쏟아져 하이든은 기쁨의 비명을 질러야 했다. 하이든의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서도 그의 가톨릭 신앙을 증거하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이다. 하이든 자신도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발표한 관현악곡이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항구 도시 카디스에 있는 한 본당의 요청으로 작곡됐다. 성당의 지하 동굴에는 산타 쿠에바 기도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신자들이 모여 경건하게 공부를 했다. 그들이 공부한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마지막 일곱 말씀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이 말씀을 당대 최고의 작곡가에게 맡긴 것이다. 하이든은 사제가 그리스도의 최후 말씀 하나를 낭독하고 여기에 주역을 더해 꿇어앉으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형식으로 성 금요일 미사를 위한 작곡을 부탁받았다. 하이든은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고 각각 약 10분 동안 계속되는 7개의 아다지오가 차례로 연주되어야 한다는 과제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장중한 서주와 묘사적인 마침 곡 ‘지진’ 사이에 들어있는 느린 박자의 7개의 소나타 형식의 작품인 관현악곡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빈, 런던과 파리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하이든은 관현악 편성에만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연주할 수 있게 다양한 편곡을 남겼다. 이 곡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이든이 편곡한 현악 4중주 버전은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출판되는 등 관현악 버전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성악 합창 버전은 독일 파사우의 궁정 악장인 프리베르트가 칸타타로 만들다. 영국 여행 중에 이 곡을 들은 하이든은 1796년 4명의 독창, 혼성합창, 관현악을 위한 오라토리오판을 완성했다. 3년 전 가을 로마 성 밖 성바오로대성당에서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사회자가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①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저들은 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② 너는 오늘 나와 함께 천국에 있을 것이다 ③ 부인이여 보소서 이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④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⑤ 나는 목마르다 ⑥ 모든 것이 끝났다 ⑦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께 맡깁니다를 낭독한 후 세심하고 신중하게 연주를 이어가는 빈필의 고결한 사운드를 통해 숭고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naver.me/x2266gw5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4월 17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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