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웃음과 눈물을 준 나의 삶에 감사합니다. “삶에 대한 감사(Gracias a la Vida)” ‘월드뮤직’은 이젠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지만, 우리 귀에 그 단어가 처음 등장하던 1990년대 음악 애호가와 산업 관계자들은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양 약간의 흥분과 함께 애정 어린 시선을 쏟아부었습니다. 월드뮤직이란 아시다시피 영미권, 서유럽권 주류 음악이 아닌, 세계 각 지역의 민속 음악에 기반한 다소 대중적인 음악을 말합니다. 당시 추세를 반영해 저도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에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그 특집의 제목을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고 붙였었습니다.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된 데는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노래, 저항의 노래들 영향이 컸죠. 그 노래들을 탄생시킨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삶이란 대체로 부패한 정권하에서 겪는 불평등과 가난, 군부 독재 치하에서 행해지는 자유와 권리의 박탈, 생존권마저 위협당하는 삶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음악가들이 있었고, 그들은 ‘노래’라는 무기를 들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했습니다. 이 사회운동은 ‘누에바 칸시온(Nueva canción, 새로운 노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1960년대 칠레를 기점으로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고, 사회참여적인 노래의 장르를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 비슷한 사회 상황을 과거 우리나라도 겪었기 때문일까요? 이 노래들은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었습니다. 누에바 칸시온의 많은 곡 중에 가장 사랑받는 것은 <삶에 대한 감사(Gracias a la Vida)>일 것입니다. 이 노래 가사에서는 저항적, 투쟁적 표현을 찾아볼 수 없지만 인생의 어떤 경지에 이르렀을 때 느낄 수 있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칠레 누에바 칸시온의 어머니’라 불리는 비올레타 파라(Violeta Parra, 1917~1967, 칠레)가 1966년 자신의 마지막 음반에 수록했는데, 1971년 아르헨티나 민중의 희망이자 양심으로 지칭되는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 1935~2009, 아르헨티나)가 부름으로써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퍼졌습니다. 소사는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힘 있으면서 따뜻한 목소리로 인간애 넘치는 노래를 불러 민중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주었던 국민적 가수입니다. 그녀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표현을 얻을 만큼 노래로 민중을 대변했죠. 이 노래는 소사 이후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가수는 물론이고 미국의 포크 가수 존 바에즈(Joan Baez)가 부르면서 세계적인 노래가 되었습니다. “…빛나는 두 눈과 들을 수 있는 귀, 생각하고 말하는 소리와 문자, 행진할 수 있는 다리…. 그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웃음과 눈물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웃음과 눈물로 내 노래는 만들어졌고, 모든 이의 노래는 다 같은 노래이며 바로 나의 노래입니다….” 가사에서 보듯 노래에서는 기쁨만이 아니라 때때로 슬픔까지도 주는 우리네 삶의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하고 있습니다. 5월은 감사가 넘치는 달입니다. 부모님께도, 스승님께도, 또 자녀, 부부끼리도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무엇보다도 우리를 사랑으로 내시고 영혼과 육신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노래를 듣다보면 저 자신부터 변화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2022년 5월 8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