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성가의 참맛: 김상균 라우렌시오의 주님 저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21 조회수1,502 추천수0

[성가의 참맛] 김상균 라우렌시오의 <주님 저를>

 

 

주일 미사에서 성가대 지휘를 하던 때였다. 신부님께서 내게 다가와 성체를 건네시는 순간, “모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부끄러웠다. 사실 나는 성체를 모시지 않았었다. 그저 그날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나는 거짓으로 성체를 모셨다고 말하며 또 다른 죄를 짓고 있었다. - 김상균 라우렌시오, ‘까뮤가 모신다’ 인터뷰 中

 

청년 미사를 드려본 이라면 아마도 <아버지>라는 성가를 한 번쯤은 찬양해 보셨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찬양사도는 바로 성가 <아버지>를 만든 김상균 라우렌시오입니다. 신학교에 들어가 한때 사제를 꿈꾸었던 그는 주님께 받은 음악적 달란트를 살려 ‘갓등중창단’과 ‘이노주사’ 소속으로 전국을 누비며 활발히 찬양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 돌연 미국으로 떠나 6년여간 미국 버클리음대와 뉴욕대에서 작곡과 영화음악 등 폭넓은 음악공부를 하였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사회에서는 ‘교수’(백석예대 실용음악과)라는 이름으로, 또 교회 안에서는 ‘찬양사도’라는 이름으로 여러 음악인을 돕는 좋은 스승이자 선배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가톨릭찬양사도협회 5대 회장을 역임했고, 여러 성가제의 심사위원과 다수의 성가음반 프로듀서 그리고 10년 넘게 한 본당의 청년성가대 지휘자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벌써 3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성가를 통해 봉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겸손히 말합니다. “언제든 다시 교만해질 수 있고, 언제든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스스로 나약한 인간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멈추지 않고 묵묵히 찬양으로 주님 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성가 <주님 저를>에는 “다시는 당신 피해서 세상 속으로 달아나지 않도록”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여기엔 라우렌시오 형제가 영성체 모시기를 피하던 그날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혹시 형제자매 여러분들께서도 비슷한 기억이 있지 않으신가요? 우리는 세상에 상처 입고 교회 안에서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는 등 죄를 범하기도 합니다. 힘든 마음들이 쌓여 세상을 외면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봄은 올 테고 좋은 마음들이 피어나겠지만, 언제 다시 ‘어려운 날’이 또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런 날이 다시 왔을 때, 이거 하나만큼은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그 순간에도 주님은 곁에서 우리를 바라보시며 손을 내밀고 계시다는 사실을요. 힘들던 시기를 지나 결국 우리를 살아있게 해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희망의 화성(和聲)으로 표현해본 <주님 저를>, 한 번 만나보시겠어요?

 

[2022년 8월 21일(다해) 연중 제21주일 의정부주보 7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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