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사순 시기에 후렴 없이 ‘이어서’ 부르는 노래 ‘연송’(延頌, 連誦 / Tractus) 사순 시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수난하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음을 집중적으로 묵상합니다. 따라서 미사 전례에서 대영광송(Gloria)를 낭송하거나 노래하지 않으며, 복음 환호송에서도 “알렐루야”라는 후렴이 생략되는 ‘복음 전 노래’를 부릅니다. 복음 환호송에 대해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제62항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복음 바로 앞에 오는 독서가 끝나면 전례 시기에 따라 예식 규정대로 복음 환호송, 곧 알렐루야나 복음 전 노래를 부른다. 이러한 환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식 또는 전례 행위가 된다. 이렇게 노래함으로써 신자들은 복음에서 자신들에게 말씀하실 주님을 환영하고 찬양하며 그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한다.” 이러한 복음 환호송은 전례 시기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사순 시기 이외의 시기에 사용하는 ‘알렐루야’ 그리고 사순 시기에 사용하는 ‘복음 전 노래’입니다. ‘복음 전 노래’의 라틴어 명칭은 트락투스(Tractus)입니다. ‘이어서, 끊이지 않고’라는 뜻의 라틴어 단어(Tractim)에서 유래하는 이 노래는 ‘알렐루야라는 후렴 없이 이어서 부르는 노래’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 이외의 시기에는 ‘알렐루야-시편-알렐루야’ 형식으로 부르던 복음 환호송을 사순 시기에는 “알렐루야”라는 후렴을 생략하고 오직 ‘시편’만을 노래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원래 ‘연송’(延頌, 連誦 / Tractus)이라고 했습니다. ‘연송’은 이미 1-2세기 초대 그리스도교 전례에서 시편을 낭송하던 형식으로서, 독서 후에 시편을 한 구절 한 구절 ‘이어서’ 혹은 신자들의 참여 없이 ‘직접적’(In directum)으로 노래한 것에 기원합니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8가지 선법 중에서 연송은 오직 제2선법과 제8선법으로만 노래하는데, 이는 연송이 초대 그리스도교 전례 음악의 초기 작품임을 드러냅니다. 사순 제1주일 미사 전례에서 노래하는 ‘Qui habitat’이 연송 중에서 가장 긴 작품으로, 시편 90(91)편 1-7절과 11-16절을 노래합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보호 속에 사는 이, (Qui habitat in adiutorio Altissimi) 전능하신 분의 그늘에 머무는 이는 주님께 아뢰어라. “나의 피신처, 나의 산성이신 나의 하느님, 나 그분을 신뢰하네.” 그분께서 새잡이의 그물에서, 위험한 흑사병에서 너를 구하여 주시리라. 당신 깃으로 너를 덮으시어 네가 그분 날개 밑으로 피신하리라….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너는 사자와 독사 위를 거닐고 힘센 사자와 용을 짓밟으리라….” [2023년 2월 26일(가해) 사순 제1주일 서울주보 8면, 최호영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 주교좌 명동대성당 성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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