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의 새벽 전례, 테네브래(Tenebrae) 성목요일, 성금요일, 그리고 성토요일 새벽, 아직 어둠이 짙은 성당 제단(제대)에 15개의 촛불이 켜집니다. 가운데 촛불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각각 7개씩 15개의 촛불이 삼각형 모양으로 빛을 밝힙니다. 첫 번째 밤기도가 시작됩니다. 첫 번째 시편을 노래하고 나면 촛불 하나를 끄고, 두 번째 시편 후에도 다른 촛불 하나를, 그래서 세 번째 시편이 끝나면 세 개의 촛불을 끕니다. 이어서 첫 번째 독서를 노래하고 응송으로 화답합니다.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독서와 각각의 응송도 이어집니다. 이렇게 첫 번째 밤기도가 끝났습니다. 이어서 두 번째 밤기도가 계속됩니다. 역시 세 개의 시편이 끝날 때마다 하나씩 총 세 개의 촛불이 꺼지고, 세 개의 독서 그리고 세 개의 응송을 노래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밤기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세 개의 밤기도가 끝나고 나면 9개의 촛불이 꺼지고, 이어서 아침기도를 노래합니다. 전통적으로 다섯 개의 시편을 노래하는데, 역시 각 시편이 끝날 때마다 촛불이 하나씩 꺼져갑니다. 모든 기도가 끝나고 나면 제단에는 중심에 있던 촛불 하나만 남게 되고, 어느새 태양이 어둠을 이기고 떠올라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전 전체를 빛(Lumen)으로 밝게 비춥니다. 이렇게 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 동트기 전, 어둠 속에서 바치는 전례를 ‘테네브래’(Tenebrae / 어두움, 암흑)라고 합니다. 세 개의 밤기도는 각각 세 개의 시편, 세 개의 독서와 응송, 그리고 아침기도는 다섯 개의 시편과 크리스투스 팍투스 에스트(Christus factus est, 그리스도 찬미가 / 필리 2장), 침묵으로 바치는 주님의 기도(Pater noster), 미제레레 메이(Miserere mei / 시편 50편)로 구성됩니다. 삼 일간의 테네브래(Tenebrae)에서 첫 번째 밤기도 독서에서는 애가를, 두 번째 밤기도에서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저서를, 그리고 세 번째 밤기도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편지를 노래합니다. ‘애가’(哀歌, Lamentationes)는 예루살렘의 파괴와 남유다의 멸망을 슬퍼하는 구약성경의 성문서입니다. 기원전 587년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는 예루살렘을 파괴했으며 백성들을 바빌론으로 끌고 갔는데, 고향에 남은 이들은 폐허가 된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 참회와 탄원의 전례를 거행하면서 특히 애가를 노래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다인들은 애가의 저자를 예레미야 예언자로 간주하였기에 ‘예레미야의 애가’라고 합니다. 성목요일 제1 밤기도의 제1독서는 애가 1,1-5을 노래하는데, 먼저 “예레미야 예언자의 애가가 시작됩니다.”(Incipit Lamentatio Jeremiae Prophetae)라고 노래한 후 1절이 이어집니다. “알레프(ALEPH). 아, 사람들로 붐비던 도성이 외로이 앉아 있다. 뭇 나라 가운데에서 뛰어나던 도성이 과부처럼 되고 말았구나. 모든 지방의 여왕이 부역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구나(1절). 베트(BETH). 밤이면 울고 또 울어 뺨 위에 눈물이 그치지 않는구나. 그 모든 애인들 가운데 위로해 줄 자 하나 없고, 벗들은 모두 그를 배반하여 원수가 되었다.(2절)” [2023년 3월 26일(가해) 사순 제5주일 서울주보 6면, 최호영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 주교좌 명동대성당 성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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