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베드로의 고백> “뎅—뎅—뎅—” 종소리가 울리고 팔백배 八百拜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조용했던 명상의 집은 금세 절을 하는 신자들의 옷깃 스치는 소리, 이곳저곳 관절에서 나는 뚜두둑 소리로 채워졌습니다. 그 가운데서 기도가 습관이 되어있지 않던 저는 작은 소리에도 쉽게 잡념에 빠졌습니다. 집중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기 전에 그냥 방에 들어가 쉴까?’ 하는 유혹이 생겼습니다. 또 ‘꼭 팔백배를 하지 않고 자유롭게 기도해도 괜찮다.’ 하신 지도 수사님의 말씀이 어느새 달콤한 핑계가 되어 저를 불러댔습니다. 한편, ‘잡념이 드는 것도 기도의 과정이니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라.’ 하셨던 어느 신부님의 조언도 떠올랐습니다. 한참 기도가 무르익으면서 신자들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습니다. 이제는 마음이 불편하다 못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자 눈을 살며시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진솔한 모습으로 힘겹게 기도하시는 모습들이었습니다. 다시 눈을 감고 저 자신에게도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렇게 크게 들리던 다양한 소리가 더는 귀에 거슬리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기도하려는 순간, 예수님께서 무거운 십자가를 끌고 거친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시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마치 저 자신이 이천 년 전 해골 언덕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골고타 언덕에 올라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제자들의 심정이 이러하였을까요?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마리아의 심정이 이러하였을까요?’ 십자가를 볼 적마다 때때로 그날의 기도가 떠오르곤 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겪는 어려움은 주님의 십자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주님의 희생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짊어 메며 살아가겠다고 말이지요. 이런 마음으로 오늘 함께 묵상하며 나누고 싶은 성가가 있습니다. 바로 김연기 라파엘라 작사, 안성준 안토니오 작곡의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2023년의 사순시기를 뜻깊게 보내며 행복한 부활을 맞이할 수 있기를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주님, 당신은 십자가 진 채 어디로 가십니까? 주님 당신이 가신 그 길을 저는 아직도 망설입니다. 수많은 밤 같은 어둠 속에서 당신을 모르는 척 외면한 나에게 차가운 원망 대신 사랑한다 하시고 나를 위해 가시네- 주님, 당신은 십자가 진 채 어디로 가십니까? 주님, 당신이 가신 그 길을 제가 감히 따를 수 있을까요? 사랑 아닌 돌을 던진 자에게 미움 아닌 용서를 베풀라 하시며 단 하나 사랑만을 내게 보여주시고 나를 위해 가시네- [2023년 3월 26일(가해) 사순 제5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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