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의 참맛]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Here I Am, Lord - 댄 슈트 Dan Schutte 미국 미주리에는 예수회 대학인 성 루이스 대학교가 있습니다. 205년 전에 설립된 이 대학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예수회 대학인데요, 이곳에는 1970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성음악 작곡가 그룹이 있습니다. 바로 《성 루이스 예수회원들》(The St. Louis Jesuits)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성경 말씀과 가톨릭 신앙을 담은 성가를 현시대에 어울리게 모던한 선율과 장단 그리고 자신들의 언어인 영어로 공동체가 함께 부르자는 목표로 모인 그룹이지요.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소탈한 통기타 반주와 진솔하고 담백한 목소리라는 포크 음악의 문법을 빌려 수백 곡의 성가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는 미국 가톨릭 성음악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이후 수많은 후배 성음악가들 또한 비슷한 장르의 성가를 만들며 미국 생활성가의 현주소를 마련하였습니다. “가장 인기있는 성가책“인 《영광과 찬미》(Glory & Praise)에 실린 782곡 중 무려 100곡이 성 루이스 예수회원 작곡가들의 곡이며 그 외의 수많은 성가들 또한 이들의 영향을 받은 거라 하니 그 인기와 위상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장례식, 빌 클린턴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이들의 성가가 불렸고, 5회의 그래미상 후보를 포함해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대중과 평단, 학계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격동의 시기인 7, 80년대 모두에게 환호와 갈채만을 받았던 건 아닙니다. ‘쇄신된 전례를 구원했다!’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전례를 망쳤다(wrecked!)’ ‘생활성가 자체를 성음악의 역사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는 비난도 있었습니다. 오르간이 아닌 “민중의 악기”(people’s instrument)인 기타가 연주되고, 팔레스트리나와 빅토리아 같은 숭고한 다성음악이나 유구한 그레고리오 성가가 아니라 길거리나 극장에서 들을 법한 흥미 위주의 “세속적 음악”(profane music)이 거룩한 성전에서 흘러나온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밥 더포드 수사, 존 폴리 수사, 팀 매니언, 락 오코너 수사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댄 슈트, 이 다섯 명의 음악가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탄생한 성가들은 수많은 신앙인의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영미권 미사에서는 이들의 성가가 힘차게 불리며, 다음 시대 새로운 성음악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는 1979년에 작곡된 성가로 작곡가 댄 슈트와 성 루이스 예수회원들의 최대 히트곡입니다. 이사 6,8과 1사무 3,4을 바탕으로 한 가사로 지난 40년간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며 그리스도교인들의 영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미국과 영국에서 인기 최상위를 다투는,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으며 가장 소중한 성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필요로 하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마디, 가장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예,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응답은 이 성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참된 신앙 고백입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가를 부를 때, 주님께서도 우리를 부드럽게 초대해주시지 않을까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2023년 7월 9일(가해) 연중 제14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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