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신앙 선조들도 접했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역사는?
1923년 성 베네딕도회 발간 ‘조선어성가’ 초판에 수록 - 1928년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 재판에 실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악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성탄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가톨릭성가 99번)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성가로 불리기 시작했을까?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한국교회 성가집에 처음 실린 것은 1923년 성 베네딕도회가 덕원수도자치원구에서 사용하기 위해 발간한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 초판이다.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 초판은 한국교회에서 교구 단위에서 발간한 첫 공식 성가집이었다. 불행히도 이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 초판은 전해지지 않지만, 1928년 발간된 재판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성 베네딕도회는 서울 혜화동에서 함경남도 덕원으로 수도원을 옮긴 이후 1928년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 재판을 발간했는데, 여기에는 1923년 6월 30일에 인준된 초판 허가서가 인용돼 있다. 또 목록을 보면 ‘32번 고요한 밤(22) 34’라고 표시돼 있다. 앞의 32번은 재판 곡 번호이며, 뒤 34는 쪽 번호, 괄호 안 22번은 초판 곡 번호다. ‘고요한 밤’이 1923년 초판에도 실렸다는 증거다. 당시 성 베네딕도회 선교사들이 번역한 가사는 현재와는 많이 다르다.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 재판에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턴신이 공즁에 목동들의게 보하시대 알렐누야 알렐누야 구세쟈 나셧도다 구세쟈 나셧도다’라고 돼 있다. 이후 다양한 성가집 개정 작업을 거치며 원문에 맞게 가사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100년 전 성 베네딕도회가 발간한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실렸다는 사실은 우연한 기회에 알려졌다. 주교회의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을 위해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소장하고 있던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 재판을 스캔했고, 이를 눈여겨본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가 이와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박 아빠스는 “1923년 당시에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불렸는지 아니면 노래를 소개하기 위해 성가집에 실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100년 전 성 베네딕도회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이 노래를 성가집에 수록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1924년에는 서울대목구에서 「죠선어 성가」를 발간했는데, 1923년 「朝鮮語聖歌」(조선어성가)와 1924년 「죠선어 성가」 곡들을 보면 현재에도 많이 부르는 곡들”이라며 “내년은 「죠선어 성가」 발간 100주년으로 100년 전 신앙의 선조들이 불렀던 성가곡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 작업도 함께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1818년 12월 24일 오스트리아 오벤도르프의 성 니콜라오 성당에서 초연됐는데, 이 노래의 가사는 요제프 모르 신부가 썼고, 오르간 연주자였던 프란츠 그루버가 작곡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2월 25일 성탄 · 송년호,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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