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바흐(J.S.Bach) 성탄 오라토리오(Weihnachtsoratorium) 성 필립보 네리(Filippo Neri, 1515-1595)는 로마에서 ‘오라토리오 협회’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이 협회에서는 신자들을 영적으로 지도하는 데 강론뿐 아니라 직접 작곡한 음악도 기도 모임에 활용하였습니다. 이 음악에 사용된 언어는 이탈리아어였고, 하나의 성부 즉 단선율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도 모임의 장소가 바로 ‘기도하는(orare) 곳’을 의미하는 ‘오라토리오’(Oratorio)였습니다. 이러한 기도 모임에서 사용되었던 음악은 무대 장치도 없고, 등장인물도 없으며, 낭송과 아리아(독창) 그리고 합창, 때로는 기악 반주를 통하여 성경의 내용을 고요하고 단순하게 묵상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라토리오’라는 장소에서 연주되던 음악이 점차로 강론을 중심으로 그 전후에 연주되는 형식으로 발전하면서, ‘오라토리움’은 더 이상 ‘장소’가 아니라 ‘음악 형식’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1600년 로마에서 연주되었던 에밀리오 카발리에리(Emilio de Cavalieri, 1550-1602)의 작품 ‘영혼과 육체의 묘사’(La rappresentazione di anima e di corpo)를 최초의 오라토리오로 간주합니다. 성 필립보 네리가 작곡했던 오라토리오가 점차로 귀족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이탈리아어 가사의 단선율보다는 라틴어로 된 다성음악의 모테트 형식이 선호되면서, 17세기 전반에 오라토리오는 ‘오라토리오 볼가레’(Oratorio volgare)와 ‘오라토리오 라티노’(Oratorio latino)로 구별되어 발전해 나갑니다. 결국 ‘오라토리오’는 낭송, 독창,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 작품으로서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을 주제로 연주하는 음악 형식이 되었습니다. 17세기 바로크 음악이 발전하면서 오페라, 칸타타와 함께 등장한 오라토리오는, 무대가 없다는 점에서 오페라와 구별되고, 해설자(Historicus)가 있다는 점에서 칸타타와 다릅니다. 바흐(J.S.Bach, 1685-1750)가 작곡한 ‘성탄 오라토리오’(BWV248)는 1734-35년 성탄 첫째 날(12월 25일)부터 예수 공현 대축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의 토마스 교회와 니콜라이 교회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신약성경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레치타티브(낭송), 그사이에 배치된 코랄, 아리아 그리고 시작과 마침 합창으로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이 작품은 6부분으로 구성되었고 이에 상응하여 성탄 시기에 6일 동안 연주됩니다. - 첫째 부분: “기뻐하고 용약하라” 성탄 첫째 날(12월 25일), 예수님의 탄생 - 둘째 부분: “그리고 그 지방에 목자들이 있었는데” 성탄 둘째 날(12월 26일), 목자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전해짐 - 셋째 부분: “하늘의 주권자여” 성탄 셋째 날(12월 27일), 마구간에서 목자들이 아기 예수님을 경배함 - 넷째 부분: “감사와 찬미로” 예수 봉헌(할례) 축일, - 다섯째 부분: 하느님, 당신께 영광이“ 새해의 첫 번째 주일, 동방 박사의 경배 - 여섯째 부분: ”주님, 거만스런 적들이“ 주님 공현 대축일, 동방 박사의 경배 * 바흐(J.S.Bach), 성탄 오라토리오 중에서, 기뻐하고 용약하라(Jauchzet frohlocket) [2023년 12월 31일(나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서울주보 6면, 최호영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 주교좌 명동대성당 성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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